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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5~6년 정도 TV를 거의 안보던 시절이 있었는데 가끔 TV에서 하는 광고를 보게 되면 아주 재밌었다. 요즘은 그래도 TV를 가끔 보는 편인데 예전에 비해 내 성격이 모나게 된 건지, 광고가 점점 추접해 지는 건지 짜증나고 재수없는 광고가 늘어나는 것 같다.
부자되는 게 무슨 지고지선의 가치인 양 떠드는 광고들. 내가 보기엔 꼬맹이들이 "우리집에 3단 변신로봇 있다!"라고 자랑하는 유치한 수준을 어른들에게도 권하는 것 같다. 또는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기도 하고, 국가주의나 민족주의를 부추기기도 한다.
그중 요즘 거슬리는 광고는 징기스칸이 나오는 거다. 그것도 무슨 금융과 관련된 것 같은데 카피가 대략 "징기스칸, 그에게 열정이 없었다면 양치기에 불과했을 것입니다."인가 뭔가 하는 따위이다. 난 오히려 이 광고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징기스칸, 그에게 열정이 없었다면 그의 손에 그 많은 피를 뭍히는 일은 없었을 텐데."
전에도 한 번 얘기 하려다 만 것인데 전쟁이 나쁘다고 생각하고 침략행위를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중에 아주 어처구니 없게도 징기스칸을 위대하다고 생각하고 광개토왕을 자랑스러워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일본의 역사왜곡이 하루이틀 된 게 아니지만 내 기억에 남은 최초의 것은 고등학교 때였다. 그 당시 일본이 한반도 침략한 것을 자신들의 교과서에 '진출'했다고 표현한 것이 문제가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그것이 '침략'이지 어케 '진출'이냐고 방방 떳다.
그런데 그 당시 난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분명 교과서에서 우리 민족이 광개토 대왕때 드넓은 만주까지 '진출'했다고 배웠다. 광개토왕은 고스톱이라도 쳐서 그 너른 땅을 따먹은 것일까? 평화롭게? 무척 소심했던 나는 차마 국사선생님께 이 이상한 점을 물어보지 못했다.
우리가 쳐들어 간 것은 진출이지만 남이 우릴 쳐들어 온 것은 침략이다? 뭐 그런 말일까? 말도 안되는 논리지만 그것으로 밖에는 설명이 안된다. 아님 오래전에 일어난 일은 진출이지만 근래에 일어난 일은 침략이다? 그것도 이상하잖아. 그럼 몇백년 지나면 일본이 우리나라를 침략했던 사실이 없어지기라도 하나? "니네 나중에는 진출이라고 써도 되지만 아직 얼마 안됐으니 침략이라고 써" 뭐 이런 말을 하는 건가?
광개토왕을 현재의 관점으로 비판할 생각은 없다. 우리에게 '인권'이란 말 자체가 등장한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상황에서 그 옛날 사람에게 현재의 인권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말이 안된다. 하지만 그를 '대왕'이라고 부르는 것은 분명 '현재'의 사람들이다. 난 광개토왕에게 시비를 거는 게 아니라 현재 사람들에게 시비를 거는 것이다. 세종을 '대왕'이라고 부르는 것엔 불만 없다. 세종이 완벽한 인간이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한글을 만든 것만으로도 그 정도 칭호는 아깝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광개토왕을 대왕이라고 부르는 우리는 '제국주의'라도 동경하고 있는 건가? "우리 민족은 평화를 사랑해서 다른 나라를 침략한 적이 없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꽤 있는데 무식한 건지 사기를 치겠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그렇게 평화를 사랑한다면 광개토'대'왕을 수치스럽게 여겨야 할 것 같은데 그 사람들이 과연 그럴까?
그래, 광개토왕은 '제식구 감싸기'차원에서 그나마 이해한다치고 징기스칸은 어떤가? 우리나라처럼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나라에서 징기스칸을 영웅시 하는 것은 거의 사이코 수준이다. 몽고는 우리를 침략(이 것도 진출?)했고 우리의 왕과 백성들은 치욕을 당했다. 죄없는 많은 여성들이 끌려가 성노리개가 됐고 고향으로 돌아와 환향녀(고향에 돌아온 여자) 소리를 들었는데 이건 순결을 잃은 더러운 여자라는 경멸의 뜻으로 쓰여 아직도 화냥년이란 말로 남아있다. 권력자가 못나서 백성이 이런 치욕을 겪었는데 피해자인 여성을 욕하는 것은 우리의 오랜 전통인가? (요즘도 보면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 탓하기'는 만연해 있다)
비록 우리를 능욕했지만 세계사적인 영웅으로 그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세계화의식이라도 깔려있나? 아님 몽고반점이 있는 우리가 몽고도 우리민족이라고 생각해서 그런가? 몽고반점 말이 나온 김에 우리민족이 순수한 혈통을 유지해 왔다는 사기도 그만쳤으면 좋겠다. (물론 난 '민족'이란 개념 자체가 사기라고 생각하지만 말이다. 이 얘기까지 하면 넘 길고)
부시가 지금처럼 이라크 수렁에서 허우적대는 것이 아니라 이라크를 완전 장악했고 그 여세를 몰아 이란, 북한 등등을 침략해서 자기 손아귀에 넣었다고 치자. 그 기세에 눌려 현재의 남미 좌파정부들도 백기들고 다 친미로 돌아선다면, 당신들은 역사가 부시를 어떻게 기록하길 바라는가? 부시가 "전세계를 실질적으로 지배한 위대한 영웅"으로 기록되길 바라나? 미국 역사교과서에 그렇게 기록된다면 모를까 우리나라나 이라크의 교과서에도 그렇게 기록된다면 싸이코 드라마 아니냔 말이다. 지금 현재 우리가 그러고 있고 말이다.
차라리 '나는 힘을 숭배해'라고 고백이라도 하던가, 쯧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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뎡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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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 명칭은 죽고나서 다음 대의 왕이랑 신하들이 붙이는 거니까 "신왕"이나 "대왕"같은 것도 함께 붙이는 거 아닌가요? 그 업적에 따라서. 검색해도 안 나와서 모르겠네~_~ 근데 광개토대왕의 정식 이름은 '광개토경평안호태황'이니까 줄여서 대왕-_-;;; 그리고 지금 검색으로 알았는데 고구려는 황제국이었으니까 왕이라고 부르면 부적합한데 왕이라고 불러 버리네. 민족주의자들이 이런 것도 모르고 왕이래=ㅅ=ㅋㅋ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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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야: 네, 현재사람들이 그에게 '대왕'이란 호칭을 붙였다는 말은 아니고요, 제 말은 반전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계속 그를 대왕으로 불러야하냐는 겁니다.우리 고딩때만 해도 삼별초의'난'이라고 배웠거든요. 조정의 뜻을 받들지 않고 몽고와 싸웠으니까 당시 권력자의 입장에서는 '난'으로 기록한 것이 당연하겠지만 그걸 아무 비판없이 현재의 우리도 '난'이라고 써야할 이유는 없겠죠. '왕의 뜻을 거스르고 몽고와 싸운 것은 나쁜 짓이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말입니다.지금 검색해보니 삼별초의 '난'과 삼별초의 '항쟁'이 같이 나오네요. 교과서에는 아마도 항쟁으로 바뀌었을 겁니다. 하긴 발해를 우리역사에 넣으면서도 '통일'신라라는 표현을 아직도 쓰고 있죠.
근데 고구려가 황제국이었어요? 하긴 그당시엔 중국에 깨갱하던 때가 아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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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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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점 일탈의 오류를 저지르다니 윽..그럼 광개토녀석이라고 부르는 건 어떨까요? 개토 자식이라든가..
침략자에게 저주르으으으으을!!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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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o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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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토 자식.ㅋㅋㅋ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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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 pandml 블로그 내용 다 날려버린 것 같던데, 그냥 혼자보기로 해 놓은 건가? 하여튼 오랫만이네요.^^부가 정보
pando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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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시즌2랄까요.ㅋㅋ자꾸 뭔가를 새롭게 시작하고 싶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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