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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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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보리
  2. 2010/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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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보리
  3. 2010/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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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2010/09/14
    수수이야기(2)
    겨울보리

수수의 굴욕

  • 등록일
    2010/09/24 21:54
  • 수정일
    2010/09/24 21:56

9월 6일 수수의 굴욕

 

재환과 놀고 있는데 수수가 변기 속으로 들어갔다.

그러더니 나오질 못하고 변기뚜껑에 발을 긁고

발받침에 발을 긁고

거의 미치겠다는 듯이 안절부절하였다.

 

놀라서 가보니

저런,

응가를 밟고 말았다.

 

수수를 안고 재환의 도움을 받아 발을 흐르는 물에 적시면서 닦아주었다.

수수는 물목욕을 하지 않는다.

물이 닿자 다시 저를 죽인다는 듯이 반항을 한다.

하지만 똥 밟은 발을 또 핥은 거 아니냐!

간신히 씻기고 물기도 닦아주었다.

 

신경질을 내며 신발장 안으로 들어가

오른쪽 앞발을 쪽쪽 빤다.

아이구, 저 발이구나.

 

똥싸고 밟다니 고양이계의 굴욕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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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기뚜껑을 벗기고 할머니가 응가를 치우는 동안 들어가 놀고 있는 수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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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내 구역을?

  • 등록일
    2010/09/17 22:28
  • 수정일
    2010/09/17 22:31

9월 5일  감히 내 구역을?

 

오마을은 나, 수수의 것이다.

즉 오마을에 들어서는 고양이는 나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나는 아직 그 어떤 고양이의 출입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런데 청천동네 사는 대금 부는 유호아저씨가 오마을에 오면서 자기네 고양이

‘헤이’를 데려왔다.

보리할머니는 멋도 모르고 이야기공방에서 퍼자고 있는 나를 안아다가

친구라며 헤이와 인사를 하라고 했다.

 

나, 수수를 보자마자 헤이는 완전 얼어서 유호아저씨 품으로 등을 바짝 붙이며 물러섰고

나는 목을 길게 늘이며 헤이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최대한 입을 크게 벌리며 아주 사나운 목소리로 “꺄웅~~”하고 위협하였다.

헤이는 완전히 겁을 먹고 유호아저씨 품을 빠져나와 배를 바닥에 붙이고 기다시피 싱크대 밑으로 갔다.

보리할머니는 놀라 나를 이야기공방에 가둬놓았다.

 

내가 이야기공방에 갇혀 있는 동안 사람들은 헤이를 둘러싸고 위로해 주고 있었다.

보리할머니는 헤이의 희고 긴 털에 감동하며 예쁘다고 설레발을 치더니

곧 이야기공방으로 돌아와 나를 달래려고 하였다.

나는 아는 척도 안하고 문밖으로 나갈 기회만 노리고 있었다.

밖에서 이제 나와도 된다는 말이 들리자

보리할머니는 문을 열었다.

나는 쏜살같이 나와 냄새를 맡았다.

당근상자 안에서도 나고 그 옆에 큰 상자에서도 나고 싱크대 밑에서도 났다.

샅샅이 냄새를 맡으며 헤이를 찾았다.

다시 겁을 줄 작정이었다.

하지만 당근 상자 안에 있는 것 같은 헤이는 나오지 않고

유호아저씨는 상자를 들고 가버렸다.

 

냄새는 남았지만 조용해졌다.

나는 아직 다른 고양이를 맞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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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의 공간들

  • 등록일
    2010/09/17 22:24
  • 수정일
    2010/09/1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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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가지의 서쪽 귀퉁이 책장 위에서 세 시간째 주무시고 계시는 수수님

 

 

9월 4일 수수의 공간들

 

오늘은 종일 사람도 많고 북적거렸다.

수수는 사람이 많은 걸 좋아하는 것 같다.

응접실에 사람이 모여있으면 응접실에서 띠굴거리다가

사람들이 각기 방에 들어가 일을 하고 있으면 한 군데씩 순례를 한다.

그러다 맘에 드는 곳에 처박혀 잔다.

 

수수가 자주 잠들어 있는 곳은 오만가지의 객원연구원 책상 밑

아니면 오만가지 서쪽 귀퉁이의 책장 위, 또는 동쪽 책장 위,

요새는 오마을 게시판 앞에 책상 위나

노동자료를 넣어둔 종이상자 위에서도 잔다.

원래는 출입금지구역인데 이야기공방의 책상 밑의 책꽂이 좁은 칸이나

파란방의 테이블 위에서도 잘 잔다.

나를 따라하는지 연구실에서도 연구는 안하고 보통은 퍼질러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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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귀찮아. 또 사진을 찍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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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라, 난 더 잘래~~ 아웅 졸려~~

 

내 책상 밑의 발받침에 올라와서는 뒷발빨기를 한다.

제 애비는 잘 못하게 하니까 만만한 내 발 밑에서 그러는 것이다.

고양이가 뒷발을 빠는 경우는 없지 않은 것 같은데

대체로는 어려서 에미젖을 충분히 먹지 못해서인 것 같다.

보통 사람의 발치에서만 그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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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할머니는 다리가 짧아서 책상 밑에 발받침이 있다.

내가 그 위에서 노는 걸 좋아하니까 방석을 놓아주었다.

보리할머니가 책상 앞에 앉아있을 때 나는 그 위에서 발을 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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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또 사진을 찍네. 귀찮아서 원~~

이 할머니 좀 누가 말려줘요.

 

그만 빨게 하고 싶으면 자리를 비우면 된다.

사진을 찍어도 물론 된다.

 

못 빨게 하고 싶은데 쉽지 않아서 속상하고

어려서 상처받은 거 같아서도 속상하다.

 

※ 발을 빨고 있을 때는 막 쓰다듬어도 반항하지 않는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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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의 장난감

  • 등록일
    2010/09/14 16:04
  • 수정일
    2010/09/17 22:25

8월 29일 수수의 장난감들

 

수수에게 장난감이 필요하다.

비닐리본을 휘둘러주면 쫓으면서 재밌게 놀기는 하는데 비닐이다보니 갈기갈기 찢어졌다.

케잌을 포장했던 리본이 조금 튼튼해보여서 가져와 놀게 했더니 맞춤이다.

깃털로 만든 물고기, 밀짚으로 만든 공, 캣잎이 들었다는 로켓모양의 장난감 등을 샀다.

 

그런데 청천동네에 고양이를 키우는 바다지진이 레이저포인트를 무척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집에서 놀고 있는 레이저를 챙겨왔다. 관심폭발이다.

 

깃털 물고기가 뜨면 좋아하는 리본은 여차다.

그러나 레이저가 뜨면 리본은 안중에도 없다.

밖에 나가 놀 때도 레이저가 뜨면 바로 달려온다.

 

그러나 레이저는 아무리 애써도 잡을 수 없는 것이다.

잡을 수 없는 것에 제일 민감하게 반응하는 수수가 안쓰럽다.

결핍되고 채워질 수 없는 희망을 정한 다음 거기에 집착하는 인간과 꼭 닮았다.

그래서 나는 그래도 잡을 수 있는 리본과 깃털물고기로 놀아준다.

놀다보면 물론 내가 먼저 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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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의 매력

  • 등록일
    2010/09/14 15:47
  • 수정일
    2010/09/14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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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할머니, 성가시게 냅따 사진을 찍으시더니 건진 게 없으시답니다.

사실은 훨씬 더 멋있습니다.

 

정수리 : 까만 세로줄무늬가 반들반들 윤이 납니다.

보리할머니는 정말 쓰다듬어주고 싶다고 좋아하십니다.

 

큰 눈 : 고양이 눈이 다 크고 예쁘다지만 제 눈은 정말 크고 예쁩니다.

채은누나는 자기 눈보다도 예쁘다고 칭찬해주셨습니다.

 

사자입 : 제 입은 미숫가루에 찍어놓은 것처럼 노란색 무늬가 있습니다.

제 먼 조상이 제왕이었음을 의미하지요.

여백아저씨는 걸핏하면 뽀뽀하려고 덤빕니다.

 

너구리 꼬리 : 제 꼬리는 어렸을 때 밟혀서 기형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가로줄무늬가 있는 꼬리는 마치 너구리 꼬리 같답니다.

오히려 더 귀엽고 예쁘다고 할머니와 아저씨는 좋아하십니다.

보풀님은 콩깍지가 씌었다고 했습니다.

 

목소리 : 오마을 앞집 건강활법 아저씨도 저의 팬이랍니다.

특히 목소리가 예쁘다고 하십니다.

냐아아웅, 미아아암.

 

그림 같은 실루엣 : 특별한 꼬리가 더욱 특별한 그림 같은 실루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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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이야기

  • 등록일
    2010/09/14 15:34
  • 수정일
    2010/09/14 15:52

안녕하세요? 저는 수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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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 형제들의 이름이 보리, 쌀이어서 수수가 되었다.

 

지난 5월경 원적산 공원에서 지나가는 여백을 낙점,

자신을 돌보는 인간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잠깐 오마을에 머물다가 여백의 집으로 가서 살게 되었고

그때 수수라는 이름이 생겼다.

그리고 8월 초 형제들과 헤어져 혼자 지내게 되었다.

 

그 즈음 아저씨 또는 애비인 여백과 같이 오마을을 운영하는,

또다른 보리, 겨울보리 할머니,

애를 키우고 싶댔다, 개를 키우고 싶댔다,

이상한 노래를 부르다 포기하더니

길고양이를 줍겠다고 밤길을 헤매다니질 않나

고양이 분양 포스트를 한도 없이 서핑하질 않나

갱년기 히스테리를 부리고 있었다.

 

수수가 혼자 지낸다는 점에 착안, 여백에게

수수를 데려다 오마을에서 돌보자고 보채고

수수를 데려오지 않으면 길고양이를 약탈해오겠다고 협박하고

 

결국 수수는 8월 21일부터 오마을에 와서 지내게 되었다.

 

근 1주일은 좀 말랐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에 충격을 받은

보리할머니와 여백아저씨의 후의에 힘입어

배불리 먹고 자고 뒷발 빨면서 적응하는 기간이었고

또 한주일은 오마을의 주인으로 거듭나는 기간이었다.

또 한주일은 냅다 퍼 자는 기간이었다.

물론 그 사이 벌레도 잡고 책장 위도 탐험하고

방충망도 뜯어놓고 보리할머니의 말린 보릿대도 물어뜯으면서

재미있게 지냈다.

살도 좀 쪄서 이제는 날씬하다는 말을 들을 수 없게 되었다.

 

보리할머니는 혼자 알기 아까운 수수의 이야기를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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