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노장 간호사와의 인터뷰

사람들은 그녀를 Judith로 불렀다. 자그마하고 동글동글한, 머리만 금발이 아니라면 지극히 동양적인 이미지를 가졌다. 1956년에 대학을 졸업하고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니, 내가 태어나기전부터 간호사였고, 어언 48년의 경력을 지닌 베테랑이다. 21살쯤 졸업을 했다고 치면, 69세(?) 믿기지 않을 만큼 젊어 보였다.

지금 일하고 있는 Brigham Women's Hospital에서 일한지는 11년이 넘었단다. 하루 8시간씩 주5일 40시간을 일하는데, 자신은 모든 준비가 된 상태에서 첫 환자를 만나고 싶기 때문에 한시간 먼저 새벽 6시반에 출근을 하여 이메일 채크하고, 그날 예약된 환자 챠트보고, 커피한잔 마시기 때문에 실제 40시간은 넘는다고.

보수도 좋고 자신의 일에 대해 매우 만족한다며 누구나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녀는 경력도 많고 일을 잘하여 여러번 상도 받았다. 그의 사무실에 액자에 끼지도 않고 놓여져있는 상장이 여러장 발견되었다. 그중에서도 그녀는 Starfich Award(불가사리 상)에 대해 자랑스럽게 설명했는데, 동료들로부터 추천을 받은 사람에게 주는 상이라고 한다. 간호사들에게는 특히 함께 일하는 동료와 좋은 관계를 맺기 어려운 법이기 때문에 더욱 뿌듯해하는 것 같았다.

그녀에게 인터뷰를 요청한 목적은 자신이 맡았던 환자(병원직원) 중에서 다루기 힘들었던 사례에 대해 듣기 위함이었다. 말문을 열자마자 그녀는 "대상자에게 어떤 편견이나 가정을 가져서는 안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다. 의례 산재보상을 받으러 오는 직원들에 대해 그들의 상관이나 관리자들이 전화를 걸어 부정적인 정보를 주기도 하는데, 그런 편견으로 대상자를 대하면 절대로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사이가 없다는 것이다. "보통 case, case하는데 우리가 만나는 것은 사람이란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덧붙여 강조하였다.   

이런 저런 사연을 담은 여러 명의 사례를 소개해주었다. 대부분 어려운 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작업복귀에 성공한 사례들이었다. 무엇보다 당사자가 일하고자 하는 동기를 갖고 있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존중해주면서 자세히 관찰하고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case manager가 해야 할 일이라고 한다. 이 과정에서 종종 관리자들이 장애요인이 된단다. 관리자들은 쉽게 일을 처리하기 원해서 작업제한이나 변경을 고려하지 않으려 들기 때문에 설득이 쉽지 않다고 한다. 때로 인사팀과 해당부서 관리자 그리고 당사자와 자신이 함께 논의를 해서야 겨우 작업복귀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과 같은 case manager의 역할로 인해 이 병원은 상당한 의료비용을 줄이고, 작업손실일수도 줄일 수 있었다고 강조하였다. 자체 보험을 운영하는 이 병원은 더욱더 의료비 및 보상비용 등 비용절감에 대한 인센티브를 중시할 수 밖에 없어 일찍 이 프로그램을 시작했는데, 모든 사업장이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다.

간호사를 교육하는 선생으로서, 당신같이 유능한 간호사가 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물었다. 무엇보다도 다양한 경험과 정확한 지식이 중요하다고, 자신은 피츠버그에 있는 학교를 다녔지만, 뉴욕에 있는 아동전문병원이나 다른 지역에 있는 정신병원 등에서 다양한 실습을 할 수 있었고 그것이 매우 좋았노라고 답하였다. 특히 case manager는 직원들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해당부서의 직원들이 하는 일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하며 잘 모르겠으면 항상 직접 찾아가서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상자에게 적용할 법과 규정을 정확히 알고 있는 것도 신뢰를 잃지 않는데 매우 중요하단다. 잘못된 정보를 주고 나면, 그 다음엔 자신을 찾아오지 않기 때문에 그 이후의 과정을 진행시킬 수가 없으니까...

하루에 5명은 예약된 환자, 3-5명은 그날 찾아오는 첫 환자를 보게 되는 정도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환자를 보는 것 말고도 각종 서류작성, 보고서 작성은 당연히 수반되는 업무들이다. 그녀는 한국의 의사들이 입는 하얗고 빳빳한 가운을 입고, 진찰대가 있는 자신의 진료실에서 일을 하고 있다. Nurse Practitioner 자격을 소지했기 때문에 자신이 환자를 진찰하고 진단을 내리고 치료계획을 수립하는데, 산업보건과의 과장인 의사한테 supervise를 받는다고 한다.  의사를 흉내내는 간호사가 아니라, 자신에게 허용된 프로토콜에 따라 환자를 돌보되, 검사나 투약을 지시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치료적인 간호사-환자관계를 맺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NP의 역할이라 할 수 있다.

 

인터뷰 중간중간, 그녀는 나에게 질문할 기회도 주고, 이해했는지를 확인하고 내 설명을 귀담아 들어주는 진지함을 보여주었다. 평생을 간호사로 살아온 사람이 보여줄 수 있는 상대방에 대한 태도란 이런 것이구나를 실감하게 했다.

 

존경스러운 간호사 할머니!

열린 마음으로 다른 사람을 돌보는, 자신의 직업에 최선을 다하며 노년을 보낼 수 있는 그녀가 아름답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