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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노조 활동가를 만나다.

메사츄세츄주 간호협회는 미국간호협회(ANA)와 달리 노동조합의 조직형태를 띠고 있다.

활동간부 중에 간호사의 건강과 안전을 담당하는 산업간호사를 만났다.

협회 사무실이 우리 동네에서 차로 한 4-50분 가야 하는 곳에 있기 때문에

그녀의 배려로 전철의 종점 부근까지 나와주겠다고 하여 다녀올 수 있었다.

비가 오는 아침,

귀찮은 생각이 들어 비오는 데 만날 수 있겠냐고 이메일을 보냈더니

웬걸, 자기는 상관이 없다고 하여 무거운 발걸음으로 나섰는데...

 



15분이 지나서야 트럭을 타고 나타난 그녀는 첫눈에 벌써 아주 정신없어 보였다. 우리가 만난 곳이 주정부 보건부의 부속 검사센터 현관 앞이었는데 부근에는 마땅한 찻집도 없고 해서, 자기가 아는 사람이 근무하고 있으니 건물 안 카페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며 핸드폰 찾고, 구내전화 걸고... 부산하게 굴었지만 결국 차안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합의를 보고 주차장에 세워 놓은 트럭에 앉아서 2시간 가량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메사츄세츠주 간호협회에서는 작년 6월부터 테스크포스팀을 구성하여 간호인력의 요통을 예방하기 위한 법안을 준비해서 12월에 제출을 했고, 올 11월 심의를 기다리고 있단다. 이 법안은 병원과 너싱홈을 포함한 보건의료기관에서 간호인력의 요통을 예방하기 위해 위험요인을 평가하고, 중재계획을 수립하고, 필요한 장비와 시설을 갖추며 필요시 리프팅팀을 운영하며 모든 직원들이 인간공학적 위험과 안전한 작업방법에 대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며 예방사업에 대한 평가를 통해 개선해나가도록 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이미 텍사스주에서 통과된 전례가 있고, 캘리포니아주에서는 터미네이터 주지사의 거부권 행사로 내년에 다시 상정할 준비를 하고 있단다. 다행히 텍사스주같이 보수적인 곳에서 통과가 되었기 때문에 주의회 의원들을 설득하기가 좀 수월해졌다나. 나름 진보적임을 자부하는 의원들에게 '부시' 주에서도 통과된 것임을 강조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을 갖고 있는 듯 했다. 법안을 상정하고 지금까지 주로 간호사 조합원들을 교육하고 홍보하는 일들을 해 왔고, 의회에서는 절차상 관련 전문가들을 불러서 증언을 듣는다고 하는데, 그 중 한 사람은 환자용 리프트를 제작해서 판매하는 회사의 교육연구담당자라고 한다. 그는 예방의 효과로  비용이 크게 절감한  한 병원의 사례를 논문으로 발표하였고, 그 자료를 근거로 의회에서 증언을 한다는 것이다.

혹시 제약회사의 판매전략처럼 이들 의료기기 회사들의 상업적 의도가 자칫 오해를 불러 일으키지는 않을지에 대해 물었더니, 각 병원에서 장비를 구입할 때는 여러 회사의 장비를 간호사들이 다 써보게 하고, 그 중에서 간호사들이 직접 선정하도록 하는 절차를 거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대답이다.

근본적으로는 인력부족이 문제일텐데 이에 대한 대처는 무엇인가를 물었더니 그렇지 않아도 최소인력법안을 상정해놓고 다음 주 수요일에 의회에 모여 집회를 할 예정이라고. 너무도 중요한 행사이니 나더러도 꼭 오란다. 티셔츠도 줄테니 사이즈가 얼마면 되겠냐고 물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법에는 최소인력 기준을 정해두었지만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을 지적했더니, 자신들도 그점을 중시하여 위반한 경우의 징벌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단다.

 

현재, 매사츄세츠주 간호협회는 24,000명의 조합원이 가입되어 있고, 25명의 상근자가 일하고 있는데 그 중 간호사가 15명이고, 간호사 출신의 변호사 등도 함께 일하고 있다고 한다. 자신은 20년간 산업간호사로 일했고, 3년정도 산재보험회사 컨설팅을 하다가 2003년부터 현재의 업무를 하고 있어서 사실 노조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이 많단다. 조합원의 규모가 전체 주 간호사의 몇 %나 되는가를 물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50대의 간호사노조 활동가. 돌아오는 길에 드는 생각은 한국이나 다름없이 노조활동가들은 정말 바쁘게 일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와 이야기 하는 중에도 계속 휴대폰 챙기고, PDA폰으로 이메일 채크하고, 가방엔 서류뭉치가 한 가득이고, 입고 있는 바바리 소매 끝에 달린 단추가 떨어져 작은 밴드가 덜렁거리고, 약속시간 못 지키고, 금요일 오후임에도 또 서둘러 다른 약속을 지키러 가야하고,집회에 사람 모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서 날더러 친구있으면 같이 꼭 오라고 당부하고....... 대학에 있는 전문가들에 대한 양가감정 또한 비슷해보였다.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과학적 근거가 필요할 때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 좋지만, 팔 걷어부치고 소리 높여 거리에 나가 싸워야만 하나라도 달라질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전문직이라며 우아하게 폼 잡는 교수들에게는 반감을 갖지 않을 수 없는 듯 하다. 그래서, 미국간호협회의 정책이나 전략에 대해서는 이미 전문직으로 자리잡은 교수들의 한계이고, 평간호사들의 입장을 대변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할 수 밖에 없었고, 결국 결별하여 별도의 조직으로 활동을 하고 있는 점 또한 너무 유사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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