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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성폭력은 계층문제"

최근 전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밀양 성폭력 사건'을 보면서 다시 한번 '아동 성폭력은 계층의 문제'임을 절감한다.

 

아동의 보호가 전적으로 가족의 몫으로 돌아가는 한국사회에서 저소득층 가졍 자녀들은 상대적으로 성폭력의 위험에 노출돼 있고, 이들 계층에서 많은 피해자가 양산되고 있다.



'밀양사건'의 피해아동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들 자매는 아버지의 '아내 구타'로 3년 전 부모가 이혼한 상태였고, 이들은 어머니 대신 아버지의 폭력을 감당해야 하는 상태였다. 현재 아이들은 어머니와 함께 생활하고 있으며, 어머니는 자신이 지난 3년간 부모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여성신문 기사에서 발췌)

 

내가 본격적으로 기자질을 시작하면서 처음 취재한 사건은 아동성폭력 사건이었다. 정황상  명백한 성폭력 사건도 경찰과 법정에 가면 모호해지듯 이 사건 역시 2년 가까이 해결되지 않은채 피해아동과 그 어머니에 대한 의혹만 커져가고 있던 상태였다.

 

증거가 불충분한데다 경찰의 인식 부족으로 아동의 진술에 대한 증거 인정이 거의 되지 않던 시절이었기에 더욱 '진실 규명'은 어려웠다.

 

이 사건 취재를 통해 내게 문제로 다가온 것은 '누가 성폭력범인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점이었다. 범인을 밝혀내는 것보다 더 시급한 문제는 상당수의 저소득층 가정 아동들이 성폭력 위험에 노출돼 있으며, 성폭력 사건 발생 이후에도 적절한 보호와 치료를 받지 못한채 방치돼 있다는 것이었다.

 

당시 자신이 세들어 살고 있는 집주인에게 수차례 성폭행 당한 피해 아동은 기자가 찾았을 당시에도 가해자와 같은 집에서 살고 있었다. 이에 대해 피해아동의 어머니는 "내 딸이 어린이 보호시설에 들어갔다 쫓겨났다"고 설명했다. 보호시설에서 쫓겨난 이유에 대해 그는 "성폭행 당한 뒤 딸이 자위행위를 한다든지, 내 가슴과 성기를 더듬는 등 이상한 행동을 자주 했으며, 시설에서도 자위행위와 다른 남아를 성추행한 일 때문에 쫓겨났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 후 왜 이사가지 않았는가? 어머니는 현재 생활보호대상자로 "형편이 어려워 이사를 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혼 후 딸을 혼자 키우고 있는 그는 사건이 장기화되면서 생계와 법적 문제 해결을 혼자서 도맡아야 해야만 했다. 

 

어머니가 경제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피해아동은 성폭력 후유증에 대한 치료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었다. 한국 성폭력 상담소에서 발간한 어린이 성폭력 자료집에 따르면 어린이 성폭력 피해자는 100% 심리적, 신체적, 성적 후유증을 겪는다. 그리고 이러한 후유증은 전문가들이 치료할 수 있는 것이지 부모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피해 어린이의 보호와 치료는 일차적으로 가족의 몫이다. 그러나 가족 안에서 피해 어린이가 적절한 보호·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아동 성폭력은 신체적으로 자기 방어능력이 없는 절대적 약자에게 이루어진다는 사실뿐 아니라 피해 후유증이 매우 심각하다는 점에서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다. 어릴 때 당한 성폭행의 상처는 평생 치유되기 힘들다. 이는 지난 92년 12세때 부터 12년간 자신을 성폭행한 의붓아버지를 살해한 '김보은/김진관사건', 9세때 성폭행한 남성을 20년 뒤 살해한 '김부남 사건'을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동 성폭력 문제는 별다른 대책 없이 거의 방치되고 있다. 어린이 성폭력의 약 30%가 근친에 의해 이뤄진다는 사실은 피해 아동의 가족 내 보호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커다란 문제가 있는 발상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 준다.

 

현재 어린이 성폭력 피해자를 일시적으로 보호해 주는 시설은 한국 성폭력상담소 부설 열림터 등 6곳 정도가 있지만 아직도 턱없이 부족하다.

 

또 '밀양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 가해자의 나이 또한 점점 어려지고 있다. 이들 가해자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도 긴급히 요구되는 것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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