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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여행기<2>- 사람들

사회주의 국가 쿠바의 가장 큰 장점은 성, 인종간 차이로 인한 차별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순종'을 좋아하는 한국사람들 눈에는 참 다양한 '혼혈'이 거리를 활보한다. 스페인계 백인, 흑인, 뮬라토(백인과 흑인의 혼혈)...

 

쿠바에 피부색에 기반한 차별과 편견이 거의 사라졌다는 것은 흑인을 '니그로'라고 부르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미국에서 흑인을 '니그로'라고 불렀다간 당장 인종차별주의자로 낙인 찍히겠지만 쿠바는 그렇지 않다. 

 

마치 인종의 다양한 전시장 같은 아바나 거리를 걷다보면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아시아인이 드문 것이야 당연한 일이겠지만 의외로 스페인이 침략하기 이전에 살던 토착 인디오들의 후손을 보기 힘들다는 것.

 

쿠바에 살던 토착 인디오들은 스페인 점령 과정에서 거의 몰살당했다고 한다. 스페인인들은 원주민들은 영혼이 없다, 즉 인간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점령 과정에서 저항하는 인디오들을 마구잡이로 죽였다고 한다. 사탕수수 농장에서 노예로 일하는 과정에서 또 상당수가 죽어 거의 전멸했다고 한다. 이처럼 토착 인디오들이 거의 멸족 수준에 다다르자 일부 신부들이 "원주민들도 영혼이 있는 인간"이라고 호소하기에 이르렀고, 이같은 주장이 어느정도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고, 또 인디오들의 떼죽음으로 노동력 부족 현상이 발생하자 식민지 통치자들은 아프리카 흑인들을 노예로 잡아들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들에겐 흑인 노예 역시 영혼이 없는 존재로 인식됐다고 한다.


 

올드아바나 거리의 쿠바인들.

우리 일행 중 한 사람이 쿠바에서 8개월째 지내고 있는 (한국인) 유학생에게 물었다.

"쿠바에는 흑인과 백인 중 어느 쪽이 많나요? 흑인이 많죠?"

이 질문을 받은 그 유학생이 상당히 난감해했다.

"글쎄요, 뮬라토를 흑인으로 보냐, 백인으로 보냐에 따라 다르겠죠."

흑/백 구분에 익숙한 한국인 관광객들 눈엔 피부가 까무스름한 뮬라토는 그저 '흑인'으로 보였던 것이다.

 

여행객들에게 쿠바는 남미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로 꼽힌다. 첫째, 총기 소유를 금지하고 있고, 둘째, 관광이 주요 산업인 사회주의 국가답게 경찰력이 막강하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원인이 낙천적이고 사람들을 좋아하는 쿠바인들의 성격이다.    

 

“그들이 말을 걸어온다면, 대화에 참여해 그 시간을 즐겨라. 쿠바인들은 공동체 의식이 강하고,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쉽게 말을 건넨다. 쿠바에선… 나만의 비밀은 잠시 잊어도 좋다.” 

 

여행을 떠나기 전 봤던 책에서 읽은 구절이다.

 

생전 처음보는 외국인에게도 친근하게 말을 건네는 쿠바인들의 모습은 사실 자신에게 다가오는 낯선 이에게 경계심을 갖는 게 너무나 당연한 사회에서 살던 사람 입장에선 처음엔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아바나 거리를 다니면서 "헤이, 치노!(Chino.중국인)"란 인사를 자주 들었다. 다른 인종에 비해 검은 머리에 황색 피부의 사람들이 비교적 적은 편이기 때문에 빤히 쳐다보는 호기심 어린 시선을 자주 접하게 된다. 쿠바인들은 정치 상황 때문에 북한(꼬레아 데 노르)에 대해 워낙 정서적으로 가깝게 느끼기 때문에 남한(꼬레아 데 수르)에 대해서도 친근감을 갖고 있다. 아바나 시내 거리에서 '윤다이'(현대) 자동차나 일반 가정에서 삼성, 대우 등 가전 제품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유명 관광지에서는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했지만 되도록이면 스페인어를 조금 공부해서 가는 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계속)

 

**앞의 글에 후지이 님께서 쿠바 여행 경비를 물으셨는데, 일단 항공료가 가장 큰 부담입니다. 캐나다까지 가는 항공료(약 130만원)와 캐나다에서 쿠바까지 가는 항공료(계절마다 편차가 좀 있는데 제가 갈 때는 약 50만원 선. 겨울에 관광객이 가장 많아서 항공료가 가장 비싸다고 하고 제가 간 때는 비교적 비수기였습니다.)를 합치면 200만원이 조금 안 됩니다.

 

그리고 체제비는 숙박비가 가장 많이 드는 데, 호텔은 절대 싸지 않습니다. 미국의 중소도시 수준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저는 내내 민박집에서 머물렀는데, 가끔 건물 엘리베이터가 멈추는 경우가 있다는 점, 자물쇠를 따기 힘들다는 점 등 사소한 몇 가지 점을 제외하고는 크게 불편은 없으실 것입니다. 민박은 보통 하루에 20-30 CUC 정도. 아바나에선 민박을 구하려면 현지에 있는 지인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게 문제입니다.

 

교통은 주로 택시를 이용했고(기본요금 1CUC, 보통 10분 정도 거리를 가면 3-4CUC 정도), 인근 도시로 이동할 때는 '비아술'(viasul)이라는 국영 고속버스를 타고 다녔습니다(이 버스요금은 아바나에서 3시간 떨어진 바라데로를 가는데 편도 10CUC). 일반 버스는 1CUC, 트럭 버스는 3 페소.

 

음식값은 저렴한 편. 재래시장에 가면 매우 싼 가격으로 과일, 야채, 고기, 빵 등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여기선 페소를 받습니다. 시장 입구의 환전소에서 CUC를 페소로 바꿀 수 있습니다)  관광객이 이용하는 식당은 다른 식당에 비해 월등히 비싸지만 그래도 서울의 절반 정도로 생각하면 됩니다.    

 

이 정도면 대충 예산을 짜실 수 있을까요?

 

아, 중요한 정보 하나. 쿠바는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이 매우 드뭅니다. 심지어 제 신용카드는 공항에서도 안 되더라구요. 필요한 돈은 다 현금으로 싸들고 가셔야 합니다. 국내에서 캐나다 달러로 환전하시고 쿠바에 도착하시면 공항에서 다시 경비의 절반 정도를 CUC로 환전하세요.(분실, 도난 등 가능성을 감안) 환전은 시내 은행에서도 가능합니다. 공항과 환율도 똑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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