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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10/19
    쿠바 여행기<2>- 사람들(2)
    onscar
  2. 2006/10/15
    쿠바 여행기<1>-첫인상(4)
    onscar

쿠바 여행기<2>- 사람들

사회주의 국가 쿠바의 가장 큰 장점은 성, 인종간 차이로 인한 차별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순종'을 좋아하는 한국사람들 눈에는 참 다양한 '혼혈'이 거리를 활보한다. 스페인계 백인, 흑인, 뮬라토(백인과 흑인의 혼혈)...

 

쿠바에 피부색에 기반한 차별과 편견이 거의 사라졌다는 것은 흑인을 '니그로'라고 부르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미국에서 흑인을 '니그로'라고 불렀다간 당장 인종차별주의자로 낙인 찍히겠지만 쿠바는 그렇지 않다. 

 

마치 인종의 다양한 전시장 같은 아바나 거리를 걷다보면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아시아인이 드문 것이야 당연한 일이겠지만 의외로 스페인이 침략하기 이전에 살던 토착 인디오들의 후손을 보기 힘들다는 것.

 

쿠바에 살던 토착 인디오들은 스페인 점령 과정에서 거의 몰살당했다고 한다. 스페인인들은 원주민들은 영혼이 없다, 즉 인간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점령 과정에서 저항하는 인디오들을 마구잡이로 죽였다고 한다. 사탕수수 농장에서 노예로 일하는 과정에서 또 상당수가 죽어 거의 전멸했다고 한다. 이처럼 토착 인디오들이 거의 멸족 수준에 다다르자 일부 신부들이 "원주민들도 영혼이 있는 인간"이라고 호소하기에 이르렀고, 이같은 주장이 어느정도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고, 또 인디오들의 떼죽음으로 노동력 부족 현상이 발생하자 식민지 통치자들은 아프리카 흑인들을 노예로 잡아들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들에겐 흑인 노예 역시 영혼이 없는 존재로 인식됐다고 한다.


 

올드아바나 거리의 쿠바인들.

우리 일행 중 한 사람이 쿠바에서 8개월째 지내고 있는 (한국인) 유학생에게 물었다.

"쿠바에는 흑인과 백인 중 어느 쪽이 많나요? 흑인이 많죠?"

이 질문을 받은 그 유학생이 상당히 난감해했다.

"글쎄요, 뮬라토를 흑인으로 보냐, 백인으로 보냐에 따라 다르겠죠."

흑/백 구분에 익숙한 한국인 관광객들 눈엔 피부가 까무스름한 뮬라토는 그저 '흑인'으로 보였던 것이다.

 

여행객들에게 쿠바는 남미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로 꼽힌다. 첫째, 총기 소유를 금지하고 있고, 둘째, 관광이 주요 산업인 사회주의 국가답게 경찰력이 막강하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원인이 낙천적이고 사람들을 좋아하는 쿠바인들의 성격이다.    

 

“그들이 말을 걸어온다면, 대화에 참여해 그 시간을 즐겨라. 쿠바인들은 공동체 의식이 강하고,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쉽게 말을 건넨다. 쿠바에선… 나만의 비밀은 잠시 잊어도 좋다.” 

 

여행을 떠나기 전 봤던 책에서 읽은 구절이다.

 

생전 처음보는 외국인에게도 친근하게 말을 건네는 쿠바인들의 모습은 사실 자신에게 다가오는 낯선 이에게 경계심을 갖는 게 너무나 당연한 사회에서 살던 사람 입장에선 처음엔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아바나 거리를 다니면서 "헤이, 치노!(Chino.중국인)"란 인사를 자주 들었다. 다른 인종에 비해 검은 머리에 황색 피부의 사람들이 비교적 적은 편이기 때문에 빤히 쳐다보는 호기심 어린 시선을 자주 접하게 된다. 쿠바인들은 정치 상황 때문에 북한(꼬레아 데 노르)에 대해 워낙 정서적으로 가깝게 느끼기 때문에 남한(꼬레아 데 수르)에 대해서도 친근감을 갖고 있다. 아바나 시내 거리에서 '윤다이'(현대) 자동차나 일반 가정에서 삼성, 대우 등 가전 제품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유명 관광지에서는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했지만 되도록이면 스페인어를 조금 공부해서 가는 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계속)

 

**앞의 글에 후지이 님께서 쿠바 여행 경비를 물으셨는데, 일단 항공료가 가장 큰 부담입니다. 캐나다까지 가는 항공료(약 130만원)와 캐나다에서 쿠바까지 가는 항공료(계절마다 편차가 좀 있는데 제가 갈 때는 약 50만원 선. 겨울에 관광객이 가장 많아서 항공료가 가장 비싸다고 하고 제가 간 때는 비교적 비수기였습니다.)를 합치면 200만원이 조금 안 됩니다.

 

그리고 체제비는 숙박비가 가장 많이 드는 데, 호텔은 절대 싸지 않습니다. 미국의 중소도시 수준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저는 내내 민박집에서 머물렀는데, 가끔 건물 엘리베이터가 멈추는 경우가 있다는 점, 자물쇠를 따기 힘들다는 점 등 사소한 몇 가지 점을 제외하고는 크게 불편은 없으실 것입니다. 민박은 보통 하루에 20-30 CUC 정도. 아바나에선 민박을 구하려면 현지에 있는 지인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게 문제입니다.

 

교통은 주로 택시를 이용했고(기본요금 1CUC, 보통 10분 정도 거리를 가면 3-4CUC 정도), 인근 도시로 이동할 때는 '비아술'(viasul)이라는 국영 고속버스를 타고 다녔습니다(이 버스요금은 아바나에서 3시간 떨어진 바라데로를 가는데 편도 10CUC). 일반 버스는 1CUC, 트럭 버스는 3 페소.

 

음식값은 저렴한 편. 재래시장에 가면 매우 싼 가격으로 과일, 야채, 고기, 빵 등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여기선 페소를 받습니다. 시장 입구의 환전소에서 CUC를 페소로 바꿀 수 있습니다)  관광객이 이용하는 식당은 다른 식당에 비해 월등히 비싸지만 그래도 서울의 절반 정도로 생각하면 됩니다.    

 

이 정도면 대충 예산을 짜실 수 있을까요?

 

아, 중요한 정보 하나. 쿠바는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이 매우 드뭅니다. 심지어 제 신용카드는 공항에서도 안 되더라구요. 필요한 돈은 다 현금으로 싸들고 가셔야 합니다. 국내에서 캐나다 달러로 환전하시고 쿠바에 도착하시면 공항에서 다시 경비의 절반 정도를 CUC로 환전하세요.(분실, 도난 등 가능성을 감안) 환전은 시내 은행에서도 가능합니다. 공항과 환율도 똑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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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여행기<1>-첫인상

개인적으로 한두달 여행하고 어떤 나라에 대한 얘기를 써내기란 조심스런 일이다. 그 짧은 시간에 보고 느낄 수 있는 것은 여행 전에 스스로 상정했던 그 '나라'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제3세계에 대한 여행의 경우 더욱 그렇다.  

 

여기에 올리는 나의 쿠바 여행기(9.19-9.28)는 개인적인 차원의 기록이다. 쿠바란 나라가 그만큼 매력적이었고, 다시 가보고 싶지만 아마 평생 다시 가보기 힘들 가능성이 높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 이런 쑥스러운 짓을 한다.  

 

한국 여행객이 찾기에 쿠바는 먼 나라다. 인천 국제공항을 출발해 캐나다 토론토를 거쳐 쿠바의 수도 아바나(Havana)까지 비행시간만 총 16시간 30분. (미국의 쿠바에 대한 금수조치(embargo)의 일환인 여행금지조치로 미국을 경유해 갈 수 없다.) 토론토에서 비행기를 갈아타는 시간을 감안하면 하루만에 가기는 불가능한 곳이다. 미국 중심의 전지구적 자본주의 체제에서 북한과 함께 '섬'으로 존재하는 사회주의 국가인 '쿠바'는 분명 절대 다수의 한국인들에겐 낯선 나라다.

 

아바나의 호세 마르티 공항 건물을 나서면 쿠바 특유의 파란 하늘과 강렬한 햇볕이 눈에 들어온다. 동시에 매캐한 매연이 코를 자극한다. 

 

아바나 시내에 위치한 혁명기념탑 내 호세 마르티(1853-1859) 상. 호세 마르티는 스페인 식민통치에서 벗어나려는 쿠바 독립운동을 이끈 독립운동가이자 문학가. 쿠바인들로부터 가장 큰 존경을 받는 인물이기도 하다.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http://blog.daum.net/wooskk/1892845) 참조

 

구름 한점 없는 새파란 하늘과 너무 안 어울리는, '저게 굴러갈까' 싶을 정도로 낡은 자동차 뒤 꽁무니에서 뿜어져 나오는, 시꺼먼 매연은 미국의 금수조치의 무게를 새삼 절감하게 만든다.

 

아바나 시내의 낡은 자동차들.

 

미국은 1959년 쿠바혁명이 일어나고 3년 뒤인 1961년 통상금지조치(embargo)를 내린 이후 44년간 이를 한번도 해제한 적이 없다. 미국의 금수조치는 쿠바의 국제적 고립을 가져왔는데 1964년 미주기구 외상회의에서 쿠바 경제봉쇄 강화조치가 결정되어 멕시코를 제외한 라틴아메리카 모든 나라와 국교가 단절되기도 했다. 라틴아메리카 국가와 국교는 1970년대 복원됐다. 미국은 또 쿠바혁명 이래로 미국으로 망명하는 쿠바인들에게 영주권을 주는 혜택을 주고 있고, 마이애미 등에 살고 있는 쿠바 망명객들의 반反 쿠바(카스트로)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도 2년 전 금수조치를 더욱 강화하고 2005년에는 카스트로 이후 쿠바 변화에 대비해 공식 쿠바정책 조정관을 임명하기도 했다. 최근 피델 카스트로의 유고로 친동생인 라울 카스트로 국방장관에게 권력이 이양되자 부시 행정부는 "우리는 쿠바가 민주적인 전환을 하도록 도울 태세가 돼 있고, 진정한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인도주의적 구조를 신속히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며 쿠바가 사회주의 체제를 포기할 경우 금수조치를 해제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이라크, 북한 문제 등으로 쿠바에 개입할 여력이 없는 부시 행정부가 1980년이나 1994년과 같은 쿠바 난민의 대량 미국 유입을 우려해 쿠바의 급속한 변화 보다는 안정을 선호하고 있다고 미국 내 쿠바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미국의 금수조치가 낳은 결과 중 하나가 쿠바의 이중경제 체제다. 자본주의 국가와 교역이 상당수 막힌 쿠바는 1990년 소련이 붕괴하기 전까지 소련에 의존적인 경제 체제를 꾸려왔다. 주로 사탕수수 등 농산물을 댓가로 들어오던 소련의 석유가 소련 연방 해체와 동시에 끊겼으며, 쿠바는 최악의 경제위기에 봉착했다. 환율도 급등해 1페소(Peso)가 190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에 대한 궁여지책으로 쿠바 정부가 도입한 것이 이중경제 체제다. 1990년대 초반 외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CUC(Cuban Conertible Peso·쿠바 태환화폐)를 도입했다. 현재 1CUC는 24페소 정도의 가치를 지닌다. 현재 외국인들 뿐 아니라 농산물을 주로 판매하는 재래시장이나 농촌 마을에서는 페소가 쓰이지만, 아바나의 대부분의 슈퍼마켓 물건의 가격표에 CUC가 표시돼 있는 등 점점 유통 점위가 확산되는 추세다. 이와 동시에 CUC를 많이 벌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간의 빈부 격차도 점점 확대되고 있다. 이중경제는 지구화된 자본주의 시대에 '섬'으로 존재하는 쿠바를 지탱해주는 동시에 쿠바의 사회주의 경제체제의 근간을 조금씩 갉아먹는 갈등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호세마르티 공항에서 아바나 시내까지는 차로 약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시내로 들어갈수록 각양각색의 구식 자동차 수가 늘었다. 버스 두대를 연결해 낙타 등을 닮았다고 해서 '카멜'이라 불리는 시내버스,  트럭을 개조해 버스로 만든 까미용 등도 볼 수 있었다. 더불어 코와 목에서 느껴지는 매연도 심해졌다. 이런 낡은 차들의 행렬 사이에 아우디, 벤츠에서 현대자동차까지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고급, 아니 새차들도 간간이 눈에 띈다.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렌트카는 차 번호가 'T'자로 시작했다. 

 

미국의 금수조치가 쿠바인들의 생활에 미친 부정적인 영향 중 하나가 극심한 교통 문제다. 대중교통수단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아바나 시가지는 관광객 등의 영향으로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조금만 외곽으로 벗어나도 '이동의 불편'이 금새 느껴진다. 어렵사리 올라탄 만큼  버스 안의 혼잡함도 감수해야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이럴 땐 쿠바인들의 느긋함과 유머 감각을 배울 필요가 있다. 찌는 듯한 무더위에 사람들이 빽빽이 들어찬 트럭 버스 속에서도 짜증내기보단 서로서로 농담을 건네는 이들이 더 많았다.  

 

아바나에서 차로 2시간 정도 떨어진 피나르 데 리오 지방의 작은 시골마을인 비날레스에서 사람들을 가득 싣고 달리는 트럭 버스.

 

아바나 시내의 트럭을 개조한 까미용 버스. 주로 아바나 도심과 외곽을 연결하거나 시골 마을의 교통수단이다.

 

버스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보니 택시도 아바나에선 쿠바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교통수단. 단 택시는 쿠바인들이 이용하는 것과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택시로 나뉜다.  쿠바인들을 위한 택시는 외국인들을 태우지 않고 일반 페소를 받는다. 외국인들을 위한 택시는 'OK택시'(에어콘이 달린 만큼 요금이 가장 비싸다), '빠나pana택시' 등으로 CUC를 받는다. 요금이 비싸기 때문에 택시를 탈 때는 1CUC, 3CUC 등 잔돈을 준비하는 게 좋다. 잔돈이 없다고 거슬러 주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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