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쓰기

[주간울교협통신] 준비3호, 95.7.7

 

다시 생각하는 울산지역 95 임투

올해 임투를 돌이켜본다.

고려화학이 파업에 돌입하고, 자동차가 어슬렁 때늦은 뒷차를 타고, 정공과 대성이 여전히 파업을 계속하고는 있지만 올해는 이미 파장 분위기다.

울노대가 '뭔가를 보여줄' 듯 했지만 올해도 역시 투쟁 시기에 회의 소집조차 하지 못하고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한전과 유공 해고자인 박주석, 김훈 동지의 민주당 중구지구당사 철농을 시작으로 촉발된 울해협 동지들의 복직투쟁은, 4명이 구속되고 다수의 동지들이 수배되는 자본과 정부의 무단 탄압 속에서 급기야 양봉수 동지의 분신투쟁으로 폭발했지만, 현총련 또는 지역 차원의 공동요구투쟁으로까지 발전하지 못한 채 죄 단사 몫으로 떨어져버렸고, 그나마 복직의 '기쁜 소식'은 중공업 몇명을 제외하고는 쟁취해내지 못했다.

현총련은 중공업이 타결된 뒤로 단사별 각개약진을 면치 못했다. 공동요구, 공동투쟁은 고사하고 시기집중조차 제대로 맞춰내지 못했다.

남구 금속일반 사업장 역시 풍산과 진도의 직권조인과 효성의 선타결로 각개약진이기는 마찬가지였다.

효문은 한일이화, 삼주, 영수, 대덕사 등이 준비과정에서 연대를 강화함으로써 한일이화가 높은 수준으로 타결되는 성과를 남겼지만, 올해도 여전히 파업 그 자체를 돌파해내지 못했고, 대덕사 위원장과 사무장의 해고에 대해 공동 대응도 역부족인 상황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지역 선진노동자들의 공동투쟁체로 울연투가 출범하기는 했지만, 급박하게 조직됨으로써 임투 시기에 주도적 역할을 못해냈고, 자동차 동지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한 한계를 그대로 드러냈다.

이렇게 보면, 울산지역 민주노조운동이 올해 임투 속에서 도대체 쟁취한 게 뭐냐는 의문도 생길 법하다. 어느정도의 실리를 획득하지 않았느냐는 자족도 있을 수 있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실리란 투쟁의 결과로 사후에 주어졌던 것이고, 올해도 한국통신과 양봉수 동지의 분신투쟁이 없었다면 이나마의 실리라는 것도 장담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연대의 전망에 대한 확신이 과연 조합원 대중의 것으로 만들어졌던가? 대공장과 중소공장의 차이는 얼마나 좁혀졌는가? 지역 선진노동자들이 단사 민주노조의 강화를 넘어서는 독자적 실천을 얼마만큼 개척해냈던가? 이 질문들에 대한 치밀한 답변 없이 "어쩔 수 없지 않았느냐?", "이만하면 그런대로 된 것 아니냐?"는 자족에 머문다면, 이미 뚫리기 시작한 현장은 걷잡을 수 없이 '빵구'가 나기 시작할 것이고, 민주노조운동의 '위기'는 말이 아니라 현실로 조만간 우리 목을 조여올 것이다.

민주노총이 올해 안에 건설되고 금속산업 노동자들의 연대조직도 올해 안에 건설될 모양이다. 하지만 우리 현장을 되돌아보면, 이 소식이 희망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이대로는 안된다'는 위기의식이 더 절박하고, 조합원 대중들의 동력 역시 예전 같지 않다는 데서, 사뭇 비관적으로까지 들리는 게 사실이다. 올해 임투 속에서 우리는 연대를 전체 조합원의 공동행동으로 만들어내지 못했다.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지만, 드러난 한계를 외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새로운 출발'은 아래로부터, 단사를 넘어서는 계급적 공동행동으로 조합원 대중을 이끌어내는 보다 밀착된 현장활동에 근거할 수밖에 없다. 이는 무엇보다 현장 활동가들의 몫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5/02/14 07:14 2005/02/14 07:14
Trackback Address :: https://blog.jinbo.net/plus/trackback/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