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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울교협통신] 준비15호, 95.10.13

 

지역연대에 대한 울교협의 입장

이제 스무며칠만 지나면 50만 노동자대군이 한 데 모인 민주노총이 출범한다. 갈 길이 바쁘다. 어찌됐든 결론을 내야 하고, 내려진 결정에 책임을 져야 한다.

그룹조직을 민주노총의 가맹단위로 인정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는 단위노조가 그룹조직에 가입한 경우 산별노조가 건설되기 전까지 그룹조직을 민주노총의 가맹단위로 본다고 잠정 결론이 났다. 이로써 현총련은 현총련 단위로 민주노총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

현총련이 그룹단위로 민주노총에 가입하면 현대계열사가 아닌 울산지역 다른 노조들은 업종이나 산별조직에 참가하여 그 단위로 민주노총에 가입하거나 아니면 지역단위로 가입할 수밖에 없다. 최근에 민주집행부가 들어선 태광은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가 건설되기 전에는 민주노총에 참여할 길이 없다. 남구지역의 5개 금속일반 노조들은 금속연맹추진위에 가입신청서를 냈고 그 단위로 민주노총에 가입하면 되겠지만, 효문지역 노동조합들은 지역조직이 제대로 꾸려지지 않거나 금속연맹 차원의 지역틀이 힘있게 조직되지 않을 경우 자총련밖에는 민주노총에 가입할 창구가 없다. 그런데 자총련이 현대자동차나 영남을 제끼고라도 '기본 5만 쪽수 밀기'로 제 갈 길을 가겠다는 입장이고 현대자동차가 아직 금속산업 재편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정리하고 있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효문지역 민주노조들이 자총련에 독자적 대오를 갖고 참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따라서 남구나 효문지역의 민주노조들이 민주노총으로 모아지는 연대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유일한 현실적 길은 지역조직일 수밖에 없다.

현총련 산하 단위노조들이 현총련 단위로 민주노총에 가입한다 하더라도 금속산업 재편 문제가 남는다. 현대중공업, 현대정공, 현대미포조선 노조가 금속연맹추진위에 참여신청서를 냈지만, 현총련 내 나머지 금속산업 노조들이 입장을 명확하게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프랜지는 현대자동차가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영향을 받을 것이고 현대자동차에서 입장이 정리되기 전까지는 현총련 차원의 연대사업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사업장들은 지금까지 현총련 틀 안에 있었기 때문에 얻어왔던 반사이익을 잃고 싶지 않다는 입장이 강한 듯 하다. 한편 현대자동차는 일단 6대 집행부 첫 대의원대회에서 현총련에 복귀할 것을 결의하고, 그 속에서 자총련인지 금속연맹인지를 고민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단 현총련에 대해서는 현재의 과도한 조직 위상을 협의체적 수준으로 현실화시켜야 한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자총련이냐 금속연맹이냐 하는 문제의 열쇠는 일단 현대자동차가 쥐고 있다. 현총련 내 나머지 금속노조들의 산업별 재편 문제는, 현총련 틀 속에서 얻어왔던 반사이익을 잃게 될 지 모른다는 일부의 피해의식(?)이 근거없는 것임을 설득하고 지역연대조직의 건설과 강화가 유일한 적극적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충분히 공유시켜내는 작업이 전제되어야만 해결의 실마리가 잡힌다. 이 몫은 현재 현대중공업과 현대정공이 질 수밖에 없다.

결국 얽히고 설킨 문제의 유일한 해법은 지역연대조직의 건설과 강화일 수밖에 없다. 현대중공업은 남은 임기 동안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지역을 뛰어다닐 연대사업 담당자를 정하고 이 경험이 10대 집행부의 연대사업 기조에 연결되도록 힘써야 한다. 기획실이 선도적으로 안을 만들고 이를 지역 차원에서 통일시키기 위해 노력한 점은 적극적으로 평가되어야 하지만 그것이 발로 뛰는 조직화와 연결되지 못할 때 갖는 한계는 결정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직쟁의실이 남은 기간 동안이라도 지역을 발로 뛰는 실천을 자기 사업으로 배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대자동차의 대외협력부장은 온종일 밖에서 살아야 한다. 지역에 모르는 노조 간부가 있어서는 안된다. 현대정공 역시 마찬가지다. 이렇게 3사간에 공동으로 '발'이 배치되고 기획실 차원의 공동안을 성안해간다면 지역연대조직 건설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한국프랜지, 고려화학, 현대종합목재, 현대미포조선, 현대강관 등에 대해서 현총련 차원의 동질성만으로 접근하는 게 아니라 단사의 현안문제를 지역 차원의 연대사업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핵심 3사가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노력들 속에서만 현총련 틀이 지닐 수 있는 보수성(?)을 극복하고 현총련 내 나머지 사업장들을 지역연대의 넓은 틀로 끌어올 수 있다. 효문지역의 한일이화, 영수물산, 삼주기계 노조는 3사간의 공동사업을 강화하는 속에서 무엇보다 대덕사의 해고투쟁과 세종공업의 노조정상화투쟁을 지원해야 하고 가능한 효문지역 자체적으로 연대의 힘을 키워야 한다. 이러한 노력들이 현대자동차의 노력과 만나고 현대중공업, 현대정공의 노력과 합류될 때만 효문지역이 노총 금속연맹의 아성이라는 오명을 벗어던질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지역연대사업의 성과가 축적될 때만 덕양, 정일 등의 노조민주화와 효문지역의 민주적 연대, 부품사업장 공동의 요구투쟁을 발전시킬 수 있게 될 것이다. 남구지역의 효성금속, 대성, 동성, 진도, 풍산 노조는 올해 투쟁의 공동의 성과를 계승, 발전시키고 직권조인으로 표현되었던 한계를 철저히 극복함으로써 지역연대의 주요한 한 축으로서 자신의 선봉적 역할을 다해야 한다. 태광 노조는 단위사업장에 민주노조를 정착시키는 사업에 집중하되, 지역연대사업을 가능한만큼 보다 더 적극적으로 배치할 필요가 있다. 이런 노력들 속에서 동양나일론 노조가 지역 민주노조대오로 보다 더 가깝게 다가올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건설은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앞선 노조가 움직여야 한다. 중간노조가 맞받아줘야 한다. 늦은 노조가 따라가야 한다. 이렇게 민주노조진영이 움직여갈 때만 노총 산하 노조들이 움직여지게 될 것이고 민주노조진영이 확대되어 나갈 것이다. 복잡하게 생각하면 한없이 복잡할 수 있지만 우리 지역의 '현실'로부터 출발해서 하나씩 현실의 벽을 허물어 나가는 실천들이 이러저러한 논쟁보다 백배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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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14 07:23 2005/02/14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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