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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거림낌없이 말한다. 오늘 우리들 눈앞을 흐르는 저 강은 그때의 강물이 아니라고. 그 폭풍의 강은 아주 오래 전에 흘러가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먼 과거의 바다로 흘러들어갔노라고.

 

그러나 한 가지, 그들은 잊고 있다. 총구 옆 혹은 뒤편에 비켜나 있었던(물론 그것은 누구의 탓도 아니다) 사람에게 그것은 단지 하나의 중요한 역사나 사건의 항목으로 어렵지 않게 정리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한번 총구 앞에 세워졌던 사람들에겐 그것은 영원한 악몽이거나 좀처럼 치유되기 어려운 생채기라는 사실을. 어차피 고통은 그것을 기억하는 사람의 몫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 임철우, <봄날>, 책을내면서 중 -

 

 

다시 <봄날>을 집어들었다. 1999년 겨울에, 아마도 외대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편입을 막 준비하던 시절에, 이문동 도서관에 처박혀서 임철우 <봄날>을 읽으며 눈물을 펑펑 쏟아부은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아마 알 수 없는 내 미래와 '어떻게 살아야하는가'를 고민하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힘든 시기였던 것도 같다. <봄날>을 읽으면서 나도 모를 죄책감을 느끼면서 삶에 대한 의지와 방향을 잡았던 것 같다.

 

2005년 다시 <봄날>을 붙잡고 읽기 시작했다. 힘든 시기가 되면 지금보다 더 힘든 시절로 회귀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는 것도 같다. 물론, 지금은 <봄날>을 처음으로 읽던 시기하고는 질적으로 다른 고민을 하고 있지만 그 태양에 있어서는 큰 차이는 없으리라.

 

곧이어 5월 봄날이 다가오겠지만, 나에게나 혹은 이 세상에 있어서나 아직도 5월의 햇살은 견디기 힘든 아픔으로 다가 올 것이다.

 

5월에, 웬지 다시 한번 망월동에 찾아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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