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이라크에서의 목소리

 

 

2004. 12. 9. 이라크 전범민중재판에서의 이라크인 살람의 증언입니다. 진정 이라크인들과 아이들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야기를 해주고 있습니다



한번 생각해보세요. 여러분 손에 총이 있습니다. 여러분이 어느 날 우리집 문을 차고 들어왔는데 나는 아이들과 함께 있습니다. 나와 여러분의 눈이 서로 마주칩니다. 우리 아이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한 번 상상해보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의 총은 나를 겨누고 있습니다. 조금 있으면 사격을 해야하는 상황이고, 매우 긴장되고 어려운 상황입니다. 근데 여러분이 저를 알아보았습니다. 제가 여러분의 친구라는 것을 그 순간에 깨닫게 된 것입니다. 여러분에게는 어떠한 선택의 여지도 없고 오직 이라크 사람들을 죽이는 것 그것만이 허락되어 있습니다. 어떠한 동정과 관심도 여러분에게는 허락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나도 여러분의 얼굴을 기억했습니다. 제가 유난히 사랑하고 좋아했던 한국인 친구들을, 제 앞에 있는 그 사람이 바로 그 한국인 친구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입니다.
 
서로 마주보고 있는 두 눈의 눈물이 흐릅니다. 여러분이 제 눈의 흐르는 눈물을, 제가 여러분의 눈에 눈물을 보게됩니다. 그리고 저의 아이들이 여러분을 기억하게 됩니다. 그 아이들이 얼마나 여러분들을 좋아하고 얼마나 오랜 시간동안 여러분을 기다렸는지 여러분은 아실 것입니다. 정말 고통스러운 순간이되겠지요. 저의 아이들은 그제서야 기뻐서 웃고 날뛰기 시작하겠지요. 그 아이들이 아는 얼굴이고 아마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는 얼굴이기 때문에 저희 아이들은 웃고 날뛰며 좋아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저의 아이들은 사랑하는 한국 친구들의 이름을 기억할 것입니다. 한국인 친구들에게 제가 지어주었던 마이삼, 루루아이, 수아, 바라하 등 이런 이름들을 저희 아이들은 기억할 것입니다. 이런 이름들은 제 아이들의 사랑과 애정 없이는 떠올릴 수 없는 이름들입니다. 바로 그 순간 여러분에게 발포 명령이 떨어집니다. 여러분의 눈에도 눈물이 고이고 이들을 어떻게 죽여야 할지, 한 사람 한 사람 어떻게 죽여야 할지 이런 생각들을 하겠지요.

 

그 순간에도 저희 아이들은 여러분들에게 손을 흔들고 여러분들이 자신들을 도와줄 것이라고 굳게 믿을 것입니다. 왜냐면 그 순간이 닥치더라도 저희 아이들은 여전히 여러분이 자신들의 친구라는 것을 부정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마 저는 죽게되겠지요. 그리고 저의 아이들 또한 모두 죽게될 것입니다. 비극과 모든 고통은 끝나고 시간은 흘러가겠지요. 그리고 여러분들은 여러분의 조국의 품으로 친구의 품으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오래 사셔야 됩니다. 왜냐면 저는 무덤에서라도 여러분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될지 잘 알고 또 그것을 지켜볼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와 저의 아이들의 사진이 마치 유령처럼 변해서 여러분 마음 속에 항상 함께 하게 될 것이고 또한 저희들의 속삭이는 목소리가 여러분의 마음속에서 죽는날까지 잊혀지지 않을 것입니다. 어떠한 이유와 변명으로도 살인은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친애하는 여러분들, 제가 오늘 여러분들에게 이라크 사람들이 당한 고통이 어떤 것인지 그대로 전할 수는 없습니다. 아이들이 흘리는 눈물, 여자들이 고통에 차서 외치는 비명소리들, 그러한 것들이 이 순간에도 저와 항상 함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분에게 보여 드릴 수 없습니다. 저는 한국에 온 이후에 이것들을 여러분들에게 알리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어떠한 단어로 이라크인들의 고통을 전해야 할지, 그 단어를 찾지 못했고 저에게는 그런 능력도 없는 것 같습니다.

 

수많은 이라크 사람들이 이 추운 겨울에 도포 하나 없이 길거리에서 자고 있습니다. 배고픔과 두려움에 떠는 어린이들의 울음소리가 이라크를 떠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이라크인들, 이라크의 아이들 또한 여러분과 똑같은 인간입니다. 그들 또한 안전하고 따스하게 살 권리가 있습니다. 저는 여러분들이 이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아이들에게 사랑을 보여주십시오. 어떤 사람도 아이들을 평화롭게 잘 키울 수 있는 권리를 빼앗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제가 사는 동안 절대로 아이들을 평화롭게 키울 수 있는 권리를 빼앗아가지 못하게 할 것입니다. 여러분도 저에게 그 권리를 빼앗지 말아주십시오. 저는 정말로, 정말로, 정말로 여러분들에게 바랍니다. 여러분의 손에 들려있는 그 총을 내려놓으십시오. 저는 이라크에서 여러분들이 빨간색 장미를 한아름 들고 아이들이 먹을 사탕과 과자를 한아름들고 이라크를 방문하는 친구로 만나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담은 과자와 사탕들을 고통받고 있는 이라크 아이들에게 여러분의 손으로 직접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러한 것이 얼마나 이라크 어린이들에게 필요한지 모릅니다. 오랜시간 동안 어떠한 사람들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를 건내 준 적이 없고 이라크 아이들을 쓰다듬어 준 적이 없습니다. 정말 오랜기간 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여성에게 어떤 누구도 도움의 손을 내밀어 준 적이 없습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