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요일. 공룡에서 긴 회의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재환과 영화를 봤다.

밀로스 포먼의 <맨 온 더 문>.

이 영화, 불안하면서도 따뜻한 이 어이없는 매력이라니!

딱 부러지게 이런 영화야, 이래서 좋아라고 서둘러 정리하고 싶지 않은.

묘한 매력, 이 느낌 그대로 천천히 곱씹고 싶은 영화.

오랫만이다 이런 영화, 이런 기분. 요즘 내내 팽팽했던 신경줄, 덕분에 좀 느슨해진 듯.

 

2. 

지난 주 이맘 때부터 일주일 간, 그날 그날 몸상태를 아침 저녁으로 간단하게라도 기록해 봤다.

얼만큼 잤고, 뭘 먹었고, 아픈 데, 불편한 데 등등

우선, 먹는 걸 더 신경쓰게 되는 점은 좋았고. 여전히 쉬는 걸 잘 못하고 있다는 것도 확인.

일주일을 기준으로 하면 쉬는 양이 꽤 되는데,

하루 이틀에 몰아서 일하고, 이틀 사흘 몰아서 쉬는 방식이 반복되는 문제. 

 

3. 

이제 9월 셋째 주. 

하루 반 나절씩이라도 꾸준히 일하고, 꾸준히 쉬는 방식. 남은 9월은 어렵더라도 10월부터는 꼭!

쉬었던 요가도 10월부터는 다시 시작.  재환과 상의해서 먹거리도 좀 더 신경쓰기. 

10월은 외부 출장이 많은 시기이니, 특히나 체력 조절 잘 해야 할 듯. 

겨울 오기 전에 기운 잘 챙겨둬야지. 

 

4. 

오늘은 문득, 요즈음 나를 압도하고 있는 긴장과 불안이(라는 상태가) 

피하거나 해결해야 할 문제라기 보다는

어차피 안고 가야 하는, 내 삶의 자장에 늘 있어왔고 있을 요소들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긴장과 불안의 순간, 혹은 그 지속상태를 부정하거나 묻어두려 하기 보다는

찬찬히 살펴볼 수 있을 '멈칫하는' 순간과 시간, 혹은 여지들을 궁리하고 마련해야 할 것 같다는.  

해 보자. 천천히, 차근차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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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16 05:09 2013/09/16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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