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예산안이 우여곡절 끝에 12월 6일 0시 40분께 국회를 통과됐습니다. 법정처리 시한인 12월 2일을 나흘이나 넘겼습니다. 예산안이 통과됐지만, 그 과정에서 야당이 보여준 태도는 국민을 실망하게 했습니다.
원래 여야 합의에 따라 12월 5일 예산안 표결이 진행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투표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예산안 처리를 방해했습니다.
언론은 국민의당이 이번 예산안 통과에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추태’에 가까웠습니다.
‘국민의당 이용호, 지역 예산 안 주면 여야 합의 깨버리겠다’
여야 예산 합의가 이루어진 12월 4일 이용호 국민의당 정책위 의장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습니다. 이 정책위 의장은 “이 밤 순창과 임실의 50년 묵은 숙제를 풀기 위해 기재부와 담판을 벌이고 있습니다. 순창 밤재 터널과 임실 옥정호 수변도로…. 부디 제게 힘을 주세요”라며 지역구 예산을 놓고 기재부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이용호 국민의당 정책위 의장은 ‘수고 많으시네요’라는 댓글에 “기재부 담당 예산 국장이 힘들다고 고개를 흔들길래, 제가 그렇다면 예산 합의를 통째로 깨버리겠다고 압박했습니다”라는 답글을 달았습니다.
자신의 지역구 예산 때문이라면 여야 합의도 깨버릴 수 있었다는 이용호 정책위 의장의 말은 황당합니다. 왜냐하면 이번 예산안은 특정 지역구가 아닌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전체를 아우르는 예산이기 때문입니다.
국민의당은 예산안 협의 과정에서 자신들의 말을 듣지 않을 경우 합의할 수 없다는 협박을 하기도 했습니다. 실제 이런 협박이 먹혔는지, 김동철 원내대표와 박지원, 황주홍, 윤영일 의원 등 국민의당 의원과 관련된 지역구 예산들은 무려 1천억 원까지 증액되기도 했습니다.
‘국민의당 김경진, 예산안이 처리도 안 됐는데, 보도자료 배포’
예산안 처리가 난항을 겪던 12월 5일 오후, 광주지역 SOC 사업비가 예산안에 반영됐다는 기사가 보도됐습니다.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이 광주의 주요 SOC 예산 1천908억원을 추가 확보했다는 연합뉴스 기사가 나온 시각은 오후 5시 51분이었습니다. 국회 본회의에서 예산안이 통과도 되기 전입니다.
국회의원들이 지역구 예산 확보를 홍보하는 이유는 가장 효과적인 차기 선거 홍보 전략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산안이 통과도 되기 전에 보도자료를 배포했다는 사실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듭니다. 국민보다는 선거에만 집착하는 정치인의 태도가 그대로 드러나 보입니다.
‘진짜 국민에게 필요한 합의였을까?’
2018년 예산안의 가장 큰 쟁점 중의 하나가 공무원 충원이었습니다. 규모를 놓고 계속 의견이 갈리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9475명’이라는 숫자는 어떤 과정을 통해 나왔을까요?
애초 정부안은 1만 2221명이었습니다. 너무 많다는 주장이 나오자,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1만 명 선을 허물 테니, 국민의당도 9000명보다 좀 더 올려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간인 9500명이라는 안이 제시됐습니다.
그러나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9500명은 반올림하면 1만 명으로 인식될 수 있어 받아들일 수 없다. 50명을 깎아 9450명으로 하자”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최종 합의안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제시한 9500명과 9450명의 중간인 9475명이었습니다.
진짜 국민에게 필요한 인력을 꼼꼼하게 따져서 합의한 것이 아닙니다. 그냥 반올림하면 자신들이 협상에서 졌다고 인식할까 봐 50명을 깎는 등 규칙도, 고민도 없는 대안 제시였고, 합의였습니다.
‘정당 지지율 꼴찌, 그러나 국회 권력은 막강한 이상한 정당’
리얼미터가 조사한 정당 지지율을 보면 국민의당은 4.6%로 최하위입니다. 4주 연속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정당임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예산안 통과 과정 등을 보면 국민의당은 ‘캐스팅보트’로 명분도 실리도 챙겨 답니다. 국민으로부터는 외면받지만, 국회와 언론에서는 환영을 받다니, 참 신기합니다.
이런 괴리감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정치공학’이니 ‘포지셔닝’이라는 말로 풀이될 수 있을까요?
국민의당은 국민을 위하는 마음으로 예산안 통과에 커다란 역할을 했다고 자신을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국민이 아니라, 오로지 자신들의 욕심을 채웠다는 ‘자기만족’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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