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채굴업체, 세계 53위 국가 수준의 전기 소비
중국선 석탄 화력발전소로 채굴, 미세먼지 등 원인
» 가상화폐를 지구 환경문제와 관련해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최근 나오고 있다. 채굴 과정에 막대한 전력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 가상화폐를 둘러싼 뜨거운 논란
요즘 가상화폐(이하 암호 화폐와 병용)가 세계적으로 화제이다. 특히 우리나라 20~30대가 투자수단으로 관심을 가지면서 최근 이루어진 규제와 요동치는 시세가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가상화폐의 하나인 비트코인의 가격은 2017년 약 20배 뛰었다. 작년 초 비트코인 하나에 100만 원 수준에서 연말에는 2500만 원까지 뛰었다가 올해는 다시 폭락하여 절반도 안 되는 가격이다(그래도 사용할 곳이 많지 않은 비트코인 하나가 800만원이 넘는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은 최근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비트코인은 그 가치를 매길 현실적인 연결고리가 없을 뿐만 아니라 사용할 수 있는 용도가 매우 한정되어 있다고 보았다(뉴욕타임스 2018.1.29).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지폐나 동전(신용화폐, 불 태환 화폐)도 옛날과 달리 금으로 가치를 보증하지는 않지만, 나름의 가치를 유지하도록 각국 중앙은행이 공급을 조정한다. 한화로 오천 원이나 만 원이면 소박하지만 맛있는 점심을 먹을 수 있고, 미화로 3~4불이면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그렇지 않다. 세계적으로 활발한 가상화폐 이용자는 290만~580만 명에 불과하고(Hileman & Rauchs, 2017), 우리나라에만 약 200만 명이나 된다는 가상화폐 투자자도 아직 일상에서 가상화폐를 이용하는 것은 아니다.
폴 크루그먼이 비트코인에 대해 글을 쓰면서 우려한 것처럼 가상화폐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은 상당히 많은 항의 메일을 받을 여지가 있다. 가상화폐를 옹호하는 분이라도 이 글에 대해서는 안심해도 좋을 것이다. 적어도 가상화폐의 가격 전망을 다루거나 그 가치를 온전히 부정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현재의 방식으로 가상화폐를 채굴하면 얼마나 많은 전력을 사용하는지 환경적 측면에 관심을 갖고 이야기하고자 한다.
■ 가상화폐(암호 화폐): 암호를 풀어라
가상화폐(virtual currency)는 네트워크로 연결된 가상공간에서 거래되는 디지털 화폐로 세계적으로는 ‘암호 화폐(cryptocurrency)’라고 주로 부른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지폐나 동전과 달리 구체적인 실체가 없고 컴퓨터에 저장된 디지털 정보로 존재한다. 은행 계좌와 다른 점이 있다면, 특정 금융기관의 서버에만 있는 정보가 아니라 전 세계 이용자 컴퓨터 여러 곳에 분산되어 존재한다는 점이다. 누구나 쉽게 계정을 만들 수 있고 별도 거래 비용이 없어 이용자 간의 직접 송금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지닌다.
특히 이 암호 화폐는 소유권을 주장하기 위해 자신의 정체를 밝힐 필요가 없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의 소유권은 비밀암호를 확보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일을 하였는지를 증명하는 데 달려있기 때문에(PoW: Proof of Work, 작업증명 방식), 이 암호를 갖기 위해 수많은 컴퓨터가 온종일 복잡한 연산을 하게 된다.
» [그림 1]아이슬란드에 있는 가상화폐 채굴장(mining farm). 가상화폐 채굴장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값싼 전기와 공간, 효율적인 연산 기능이 가능한 컴퓨터 장치가 필요하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가상화폐를 채굴하는 대규모 작업장은 거대한 데이터센터와 비슷한 모양이다. 수많은 컴퓨터가 뜨거운 열기를 내면서 돌아가고 있다. 이러한 컴퓨터 장치는 가상화폐를 얻는 ‘채굴(mining)’ 작업에 사용된다. 복잡한 수학 연산을 풀어 가상화폐를 얻는 사람을 ‘채굴자(miner)’라 부르는데, 광산에서 금을 캐는 과정에 비유한 것이다.
대표적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이 2009년 처음 등장했으니 채 10년도 지나지 않았다. 비트코인은 앞으로 100년 동안 발행되는 코인 수를 2100만개로 제한하고, 2140년이 되면 통화량 증가를 멈춘다는 내부 규정이 있다. 이에 따라 시간이 지날수록 비트코인 하나를 얻는 데 필요한 암호를 풀려면 더 많은 연산을 할 수밖에 없다. 즉 점점 더 연산 효율이 높은 컴퓨터 장비를 사용하거나, 더 많은 전기를 사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 세계 최대 가상화폐 채굴장, 중국 내륙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대안 금융센터가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비트코의 58%를 중국에서 채굴하고 있다(Hileman & Rauchs, 2017). 거대한 화력발전으로 생산된 저렴한 전기 공급을 쫓아 가상화폐 채굴업체가 중국 내륙의 신장 위구르와 네이멍구(내몽고) 지역에 몰려든 것이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현재 비트코인 한 개를 채굴하는 데 약 3000~7000달러(약 330만~770만원)의 전기료가 소요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니 가능하면 전기값이 싼 곳이 유리하다. 또한 비트코인의 가격이 급격히 높아지면 다소 비싼 전기료를 지불하더라도 컴퓨터에 연산 작업을 시켜 ‘채굴’하려는 곳이 늘어나게 된다.
» [그림 2] 세계 가상화폐(암호 화폐) 채굴 지도 (Hileman & Rauchs, 2017).
그렇다면 세계적으로 가상화폐 채굴에 얼마나 많은 전기가 사용되고 있을까? 2017년의 비트코인 가격 폭등으로 최근 6개월간 비트코인 에너지 소비 지수(Bitcoin Energy Consumption Index)는 2배 이상 급증하였다(그림 3). 2018년 2월 현재 수준이 유지된다면 비트코인 채굴에 소모되는 전력량은 연간 약 48TWh(테라와트시, 테라는 1조를 가리킴)로 추정되는데, 이는 연간 페루나 홍콩이 사용하는 한 국가의 전력량을 넘어서 포르투갈이나 싱가포르에 맞먹는 규모이다(그림 4). 이 중 약 75%가 중국에서 소비되는 전력으로 보고 있다. 중국 정부가 최근 저렴한 전기요금을 좇아 가상화폐 채굴업체가 몰린 신장 위구르와 네이멍구에서 ‘채굴업체 폐쇄명령’을 내린 것도 이런 이유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 [그림 3] 최근 6개월간 비트코인 에너지 소비 지수(Bitcoin Energy Consumption Index) 추이: 2017년 8월~2018년 1월 추정치. digiconomist.net 제공.
» [그림 4] 비트코인 생산에 소비되는 연간 전력량(2018년 2월 현재 연간 48TWh 규모). 국가 단위와 비교하면 페루, 이라크, 홍콩이 사용하는 연간 전력량을 넘어 포르투갈, 우즈베키스탄, 싱가포르에 맞먹는 규모이다. digiconomist.net 제공.
■ 우리나라도 가상화폐 채굴을 위해 산업용 전기 몰래 사용
이 글을 읽고 혹시라도 가상화폐를 채굴해볼까 생각한다면 그다지 권하고 싶지 않다. 흥미를 위해 경험 삼아 하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가상화폐를 채굴하는데 최적화된 소위 ‘채굴기’는 가정용 컴퓨터와는 달리 효율적으로 빠른 연산을 하도록 제작된다. 예를 들어, 그래픽카드를 6개 장착한 채굴기(소비 전력 약 600W)를 24시간 내내 가동하면, 가구당 월평균 전력 소비량인 225kWh보다 많은 전력량(439kWh)을 한 달에 소비하게 된다. 누진한 가정용 전기요금을 적용하면 배보다 배꼽이 클 여지가 많다.
이러한 이유에서 우리나라에서도 개인에게 채굴기 단위로 투자를 받아 가상화폐를 채굴하는 업체가 생겨났다. 이와 함께 엄청나게 필요한 전기를 싸게 사용하려고 산업단지에 채굴장을 두는 사례도 늘어났다(전기신문 2018.1.17). 문제는 이들 업체가 허가받지 않은 방식으로 산업용 전기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기업체의 산업 생산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사실상 비싼 가정용 전기요금으로 원가 차이를 보조한다고도 볼 수 있다.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 여부를 떠나 가상화폐 채굴에 산업용 전기요금이 적용되는 현상만큼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나라는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에 불과하지만, 세계 비트코인 거래의 20%를 차지하고 가상화폐 투자에 뛰어든 사람이 20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이 그렇듯이 우리가 얻는 것이 공짜가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가상화폐에 투자하면서 가상화폐를 채굴하는데 드는 전기가 어디서 왔는지 한 번 정도만 생각해보면 어떨까?
■ 중국 내륙과 우리나라 산업단지를 잇는 고리: 가상화폐와 미세먼지
중국 내륙의 석탄 화력발전소와 우리나라의 값싼 산업용 전기요금을 잇는 연결고리는 가상화폐 채굴 외에 하나 더 있다. 끊임없는 전기 공급과 이를 위한 석탄 화력발전소 운영은 미세먼지의 발생과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작년에 유난히 심한 미세먼지를 경험하면서 중국과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미세먼지에 큰 관심을 가졌고, '물바람숲'에서도 여러 필자가 이 주제를 다룬 바 있다.
● 뉴욕 메이시스 백화점과 동경대엔 주차장이 없다 (물바람숲 2018.02.01. 김정욱)
● 주고받는 중국발 미세먼지 피해, 3만 죽고 4만 죽이고 (물바람숲 2017.07.10. 이동수)
● 대기기준 강화만으론 맑은 공기 못 마신다 (물바람숲 2017.09.20. 장영기)
● 낡은 석탄화력 폐쇄로 지역주민 고통 던다 (물바람숲 2017.06.13. 이수경)
● 부산, 인천에 상쾌한 바닷바람? 선박 미세먼지 심각 (물바람숲 2017.04.27. 육근형)
2017년 한 해 동안 비트코인 채굴에 소모된 20.5TWh의 전력량은 세계적으로 동전과 지폐를 만드는 데 연간 소모되는 에너지 11TWh나 금 채굴에 사용되는 에너지 132TWh보다 월등히 많지는 않다(참고로 구글 데이터센터가 연간 5.7TWh의 전력량을 사용한다). 하지만 전 세계 70억 인구 중 활발한 가상화폐 이용자가 겨우 290~580만 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의 ‘채굴’ 방식으로 세계에서 통용되는 가상 화폐’를 얻는다는 것은 환경적으로 유지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중국 네이멍구에 있는 40MW 규모의 비트코인 채굴장은 이 지역의 석탄 화력발전소에서 생성된 전기를 사용한다. 이 채굴장이 작동하는 24시간 내내 보잉747 항공기가 400명 이상의 승객을 가득 태우고 그 위를 날고 있을 때 필요한 에너지를 쓰는 셈이다. 무엇보다 이 지역의 석탄 화력발전소가 저효율인 데다 미세먼지를 대량으로 발생시킨다는 점도 놓칠 수 없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다. 석탄 화력발전소가 배출하는 미세먼지는 결국 값싼 전력을 충분히 공급하기 위해 생겨난 것이다. 가상화폐 채굴에 산업용 전기를 사용해도 될 것인지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는 것과 아울러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가 어디에서 왔고 생산 과정에서 어떤 환경적 영향을 끼치는지도 함께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 산업용 전기를 싸게 공급하여 도달하고자 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에 대해서도 다시 점검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 나가며: 가상화폐 ‘채굴’ 방식의 변화 가능성에 대하여
이 글은 가상화폐의 부정적인 측면을 부각하는 것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과 환경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들여다보고 싶었다. 가상화폐를 채굴하느라 소중한 전기를 소모하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우려는 그동안 종종 제기되었다(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가상화폐 투자에 대한 규제 여부를 논의하느라 환경적인 측면은 충분히 살펴보지 못하긴 했지만 말이다). 이 자리에 가상화폐를 옹호하는 이가 있다면, 아래와 같은 논거를 들며 가상화폐 채굴로 인한 환경 영향을 줄일 여지가 있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 가상화폐의 가격이 높아지고 채굴을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면, 연산 속도가 빠른 컴퓨터 장비를 사용하게 되어 전력 소비의 증가를 상쇄하게 될 수도 있다.
● 채굴에 사용하는 전력을 더욱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생산하면 환경 영향을 줄일 수 있다.
● 가상화폐 획득 방식을 바꾼다면 지금과 같은 전력 소비가 필요 없게 된다.
일부 수긍이 되는 면이 있다. 이미 비트코인과 같이 복잡한 연산을 풀어 암호를 획득하는 작업증명(PoW: Proof of Work) 방식이 아니라, 현재 소유자에게 추가로 가상화폐를 지급하는 지분증명(PoS: Proof of Stake)이나 활발히 거래할수록 보상하는 중요성 증명(PoI: Proof of Importance) 방식도 사용되고 있다. 지난달 일본 거래소에서 약 5600억 원 규모의 해킹을 당한 넴(NEM) 코인이 바로 중요성 증명(PoI) 방식으로 발행되는 것이다.
하지만 고성능 채굴 장비를 이용하여 신규 채굴을 ‘독점’하는 대규모 채굴업체는 대세를 이룬 비트코인의 작업증명(PoW)이 더욱 안전한 가상화폐 획득 방식이라고 보고 있어 변화에 동의하지 않는다(Hileman & Rauchs 2017). 왜냐하면 이 방식이야말로 이미 국가 단위로 전력을 사용하는 대규모 채굴이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현재 가상화폐는 많은 도전에 직면해있다. 그중에서 가상화폐의 채굴 과정이 미치는 환경 영향을 어떻게 줄여나갈지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일이다.
■ 참고 문헌
● 허영섭 (2018). 가상화폐가 도대체 뭐길래. 대한토목학회지, 66(1), 68-69.
● 윤정일. 가상화폐 채굴과 산업용 전기료. 전기신문 2018년 1월 17일자.
● 박순찬. 채굴기 한대로 月 0.4개 생산, 하루 24시간씩 1년 돌려야 본전. 조선비즈 2018년 1월 31일자.
● Paul Krugman. Bubble, Bubble, Fraud and Trouble. The New York Times 2018.1.29.
● Hileman, G., & Rauchs, M. (2017). Global cryptocurrency benchmarking study. Cambridge Centre for Alternative Finance.
● 비트코인 에너지 지수 https://digiconomist.net/bitcoin-energy-consumption
김찬국/ 한국교원대학교 환경교육과 교수, 환경과공해연구회 운영위원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