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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걱정된다면 경유가 인상 불가피하다

미세먼지 걱정된다면 경유가 인상 불가피하다

윤순진 2018. 03. 22
조회수 905 추천수 0
 
경유차 연내 1000만대 돌파…수도권 최대 배출원
내 경제적 부담 이유로 다른 사람 건강권 침해 권리 없어
 
백소아.JPG» 수도권에서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가장 큰 원인은 경유차이다. 더는 경제적 이유를 빌미로 시민의 건강권과 환경권을 침해해서는 곤란하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 "걱정스럽다" 69%
봄철이 돌아왔다. 온화한 날씨에 새순이 돋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하지만 다시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지나 않을지 걱정스러워 다가오는 봄이 적이 두렵기도 하다. 다른 계절에도 미세먼지 걱정이 없는 건 아니지만 봄철엔 유독 더 심하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미세먼지 오염도는 전국 평균에 비해 높은 편인데, 특히 서울시의 미세먼지(PM10)오염도는 2012년까지 개선되는 추세를 보이다가 그 이후 정체되거나 악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인체 위해성이 더 큰 초미세먼지(PM2.5)의 경우 갈수록 고농도 일수가 늘어나면서 주의보 발령 횟수도 갈수록 빈번해지고 있다. 미세먼지는 이제 심각한 우려의 대상이 되었다. 
 
가장 최근에 시행된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2016년 국민환경인식조사에 따르면 평소 미세먼지에 대해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지에 대해 47.9%의 국민이 ‘관심이 많다’고 답했다. 9.9%는 ‘관심이 매우 많다’ 38%가 ‘관심이 많은 편이다’로 답했으며 ‘관심이 어느 정도 있다’란 응답도 42.9%에 달했다. ‘관심이 없다’는 응답은 9.2%에 불과했다. 평소 미세먼지가 건강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걱정한다’는 의견이 68.6%(매우 걱정스럽다 11.1%, 걱정하는 편이다 57.5%)로 3분의 2 이상의 응답자들이 건강영향에 대해 우려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미세먼지 수준에 대한 만족도는 5점 척도에 평균 2.47로, 불만족스럽다는 응답이 55.2%로 높게 나타났다. 국민은 미세먼지 문제를 심각하게 느끼지만 대응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우려가 주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미세먼지로 인한 대기질 악화는 우리가 몸으로 느끼며 일상에서 직접 경험하는 문제라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지난 1월 수도권의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양상을 분석한 결과, 중국이나 몽골 등 해외 기여도에 비해 갈수록 국내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났다고 한다. 국내에서 자동차나 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된 질소산화물이 대기가 정체하면서 지면 부근에 축적되고 물리・화학적 반응을 거쳐 2차 생성 미세먼지인 질산염으로 바뀌어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설혹 해외 기여도가 더 크다 해도 국제정치의 어려움이나 국제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 속도를 고려할 때 우리나라 안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부터 먼저 시작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05891129_P_0.JPG» 미세먼지 오염도가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1월 17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밖 서울 시내가 뿌옇게 보이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 경유차 더 빨리 늘어
지난해 9월 정부가 발표한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에 따르면, 미세먼지 문제가 더욱 심각한 수도권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초미세먼지 배출원은 2014년 기준으로 배출량의 23%를 차지하는 경유차다. 전국 기준으로는 사업장(38%), 건설기계(16%), 발전소(15%)에 이어 4위(11%)를 차지하고 있다.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특히 수도권에서는, 경유차 운행을 줄이고 경유 소비 절대량을 줄여야 한다.
 
2014년 현재 육상 운수부문 에너지원별 비중을 보면, 경유가 무려 절반을 차지하고 있고 31.8%가 휘발유, 나머지 18.2%가 액화석유가스(LPG)다. 물론 화물차의 경유 소비가 많기 때문이긴 하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09년 ‘클린디젤’을 내세우면서 경유 승용차가 급증하면서 현재까지도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전체 등록차량 중 휘발유차 비율은 2012년 49.2%(927만 대)에서 2017년 46.0%(1037만 대)로 비율이 줄어든 반면, 경유차 비율은 2012년 37.1%(700만 대)에서 2017년 42.5%(958만 대)로 증가하였다. 
 
2015년 폭스바겐 사태를 기화로 클린디젤 신화가 무너지고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관심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경유차를 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게 되었다. 클린 디젤을 외친 정부를 믿었던 소비자들로서는 억울한 측면이 없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미세먼지 논란으로 최근 경유차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지만 증가 추세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을 뿐 아니라 경유차 증가율이 휘발유차 증가율보다 높다. 2016년에 비해 2017년에 휘발유차가 2.74% 늘어난 반면, 경유차는 4.42% 늘어났다. 올 연말에는 경유차 등록 대수가 1000만대를 돌파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경유차가 미세먼지의 주범인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없지 않다. 하지만 지난 2월 말 독일 라이프치히 연방행정법원이 세계 최초로  슈튜트가르트와 뒤셀도르프에 있는 환경단체의 요구를 받아들여 시 당국이 대기오염이 심각한 특정 기간에 자체적으로 경유차 운행을 금지할 권한이 있다고 판결하였다. 이제 독일 시 당국은 대기질이 나빠지면 경유차 운행을 강제로 중단할 수 있게 되었다. 
 
독일에는 1500만 대가 넘는 경유차량이 등록돼 있다. 이 중 유럽연합(EU) 배기가스 배출 규제 기준인 ‘유로6(EURO6)’을 충족시키는 차량은 600만 대로, 이를 제외한 2015년 이전 판매 차량인 900만 대 가량이 운행 중지 판결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다만 업무용으로 사용하는 소매상들의 경유차는 시 당국이 중지 조처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사실 환경단체들은 슈튜트가르트와 뒤셀도르프의 대기 오염수준이 유럽연합 환경기준보다 2배 이상 나쁜 상황에서 시 당국이 경유차량 운행을 금지할 의무가 있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승소하였다. 하지만 두 도시를 관할하는 주 정부 두 곳이 자동차 산업보호와 경유차 운행자 편의를 이유로 내걸며 항소했으나 연방법원이 기각 판결을 내린 것이다. “깨끗한 공기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는 환경단체 입장이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05590923_P_0.JPG» 미세먼지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뜻으로 방독면을 쓴 서울환경연합 활동가들이 2016년 6월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친환경자동차법에 포함된 클린디젤자동차 조항 삭제' 등을 요구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 경제논리에 눌린 건강권과 환경권
우리나라에서 경유차가 증가한 원인으로는 경제적인 이유가 단연 1위를 차지한다. 휘발유보다 저렴한 경유 가격과 높은 연비로 인해 경유차 구매 매력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미세먼지 영향을 고려한다면 경유차 수요를 감소시킬 필요가 있는데, 이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경유가격 인상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휘발유 : 경유 : LPG 가격의 비율을 ‘수송용 에너지 상대가격’이라고 하는데, 2005년에 100 : 85 : 50으로 결정된 후 현재까지 10년이 넘도록 그대로 유지되어 왔다. 에너지 상대가격을 이렇게 유지하기 위해 에너지세의 한 종류로 부과하고 있는 교통·에너지·환경세가 휘발유와 경유에 다르게 부과되고 있다. 교통‧에너지‧환경세는 교통 혼잡, 에너지 안보, 환경오염 개선을 위한 재원을 마련할 목적의 목적세로 여러 차례 부과 시한이 연장되어 왔는데 일몰기간은 바로 올해 말이다. 
 
휘발유에는 기본세율을 적용할 경우 리터당 475원, 경유에는 340원으로, 탄력세율을 적용할 경우 각각 리터당 529원과 375원을 부과하도록 되어 있다. 탄력세율이란 “국민경제의 효율적 운용을 위해 교통시설 투자재원의 조달과 당해 물품의 수급상 필요한 경우에 기본 세율의 30% 범위 내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세율”을 말한다. 현재 휘발유에는 11.37%, 경유에는 10.29%의 탄력세율이 적용되고 있다. 최근 들어 정부도 경유가격 인상 없이 미세먼지 저감이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하여 에너지 상대가격을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여전히 우리 사회 일부에서는 경유차가 미세먼지 주범이 아니고 경유가 인상이 해결책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경유차 대기오염물질 배출기준이 강화되어 미세먼지 배출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고 휘발유차나 LPG차와 견줘 봤을 때 오염물질 배출에 차이가 없다고 말한다. 이미 2014년에 미세먼지 배출기준이 강화된 유로6 기준이 도입되어 이후 수입되거나 제작되는 경유차 미세먼지 배출은 휘발유차 수준이란 것이다. 
 
직접 배출만 보면 이런 주장이 일면 타당한 측면이 없지 않지만 미세먼지 2차 생성을 고려하면 그렇지 않다. 미세먼지 생성 원인물질 중 하나인 질소산화물(NOx) 배출을 보면 경유차의 경우 0.560g/㎞로 0.020g/㎞인 휘발유차에 비해 28배, 0.006g/㎞인 LPG차에 비해 약 93배여서 경유차 미세먼지 발생량이 훨씬 많다. 유류세 부담의 경우에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와 비교해서 과도하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오이시디 평균에 비해 우리나라 소득대비 유류세 부담은 14% 정도 낮다. 
 
그리고 경유가 인상이 서민 증세, 물가 상승, 산업발전 저하를 야기하므로 곤란하다도 의견도 있다. 하지만 미세먼지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로서 국민 건강을 생각하면 한시라도 빠르게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 경유가 인상은 경제적 부담과 국민건강 중 어느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냐의 문제이다. 또한 좀 더 과격하게 말한다면, 자신의 경제적인 부담을 이유로 다른 사람의 건강권을 훼손할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는 사실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경유차가 국내 미세먼지 발생, 특히 수도권 대기질 악화의 주요 원인이란 사실은 누구도 부정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수도권의 미세먼지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경유차 수요를 줄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유차 구입과 운전이 무엇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때문이라면, 게다가 이 경유가격이 생산단가가 높은데도 상대적으로 낮은 세율 때문에 유지된 거라면, 세율을 환경적으로 타당한 방향으로 손질해야 한다. 그간 경제적인 부담을 이유로 경유가 인상 논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경제논리에 밀려 우리의 건강권과 환경권이 계속해서 억눌려 왔던 것이다. 
 
05651188_P_0.JPG» 화물차의 미세먼지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경제논리만을 고려한 유가보조금 지급을 복지정책으로 대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 화물차 지원은 유가보조 대신 복지정책으로
교통‧에너지‧환경세의 일몰기한이 올해 말로 다가오고 있다. 현재, 오이시디 평균 상대가격 체계가 100:91:48인만큼 우리도 이와 유사한 수준으로 경유의 상대가격을 높일 필요가 있다. 필자가 참여한 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의 보고서를 통해 제시해 본 예시를 따르자면, 경유에 해당하는 교통‧에너지‧환경세를 리터당 60원 인상할 경우 현행 탄력세율이 375원/리터에서 435원/리터로 인상되고 그 결과 교육세와 지방주행세도 연동되어 올라가게 된다. 그렇게 되면 경유 1리터당 에너지세는 629.35원으로 휘발유 1리터에 해당하는 총 에너지세 대비 82.2%로 인상되어 휘발유:경유:LPG의 상대가격이 100:92:56으로 조정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 우려가 큰 지금, 대국민 설득을 기초로 경유세를 정상화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아울러 단순히 일몰 기한을 연장하고 상대가격을 조정해서 경유세를 인상하는 방식에서 그치기보다는 세출 구조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수송용 에너지에 부과되는 교통·에너지·환경세의 세출 비율은 교통시설 특별회계 80%, 환경개선 특별회계 15%, 에너지・자원특별회계 2%, 지역발전 특별회계 3%다. 교통연구원의 교통부문 사회적 비용 분석에 따르면, 도로교통 혼잡비용과 교통 사용비용이 63.3%이고 대기오염과 온실가스 배출, 소음 비용 등 환경비용이 36.7%를 차지한다. 즉, 현재보다 환경개선 특별회계로 더 많은 예산이 배정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현재 교통부문에 80%, 환경부문에 15%인 비율을 적어도 수송부문 에너지 이용이 야기하는 사회환경비용의 비율에 근접하게 교통부문에 60%, 환경부문에 35% 정도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환경부문에 늘어난 특별회계로 미세먼지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전기차와 재생가능에너지 혁신기술 개발에 투자하며 노후 경유차 폐차와 교체, 친환경차와 대중쿄통 이용 확대에 더욱 적극적인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미세먼지 문제 해결은 그만큼 앞당겨질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이 영세업자의 생계형 트럭이다. 미세 먼지 배출 비중이 가장 높은 경유차는 바로 화물차다. 화물차는 연간 1조 5000억 원의 유가보조금을 받고 있어 경유세를 인상해도 화물차 운전자들에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따라서 이제 유가보조금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화물차의 경유 소비를 줄이지 않는다면 전체 경유 소비 저감에는 현저한 변화가 오기 어렵다. 화물차 운전자의 유가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유가보조금을 지급하는 데는 나름의 타당성이 있지만 미세먼지로 인한 국민 건강 침해가 우려되는 지금의 상황에선 더 이상 현재처럼 운영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화물차 운전자의 생계 지원은 복지정책을 통해 이루어질 일이지 유가로 풀어서는 곤란하다. 미세먼지 해결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비등한 지금, 유가보조금도 다시 손질해야 할 것이다. 
 
윤순진/ 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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