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21일 오전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 중 ‘지방분권’과 ‘경제부분’을 설명하고 있다.(왼쪽부터)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 조국 민정수석, 김형연 법무 비서관 / 청와대사진기지단
·대통령 개헌안에 검사 기소독점 삭제… 검찰의 인권옹호 논리 설득력 떨어져
“현행 검사의 영장청구권 조항을 삭제하기로 했습니다. 현행 헌법은 영장신청의 주체를 검사로 하고 있습니다. 주의할 것은 검사의 영장청구권 규정을 헌법에서 삭제하는 것은 영장신청 주체에 관한 내용이 헌법사항이 아니라는 것일 뿐 현행법상 검사의 영장신청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인정하는 현행 형사소송법은 개정 전까지 유효합니다.”
검·경 영장청구권 갈등 2라운드가 시작됐다. 포문을 연 것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다. 조 수석은 지난 2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통령 개헌안을 발표하면서 헌법이 명시한 검사의 영장청구권독점 조항을 삭제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즉각 반발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움직임은 아직 포착되지 않는다. 한 검찰 고위 관계자는 “개헌이 될지 말지 모르는 상황에서 굳이 벌써부터 검찰에 불리한 여론을 조성할 필요는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검찰과 법무부가 청와대의 의지에 적극적으로 반기를 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주목할 점은 문재인 정권에서 검찰의 독점적 영장청구권 폐지 의지다.
조 수석은 청와대에 들어오기 전부터 오랫동안 검찰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을 강하게 비판해온 학자였다. <주간경향>이 입수한 ‘검사의 수사지휘권 행사에 관한 연구’(해당 연구는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가 2010년 작성했다)를 살펴보면 조 수석의 복심을 엿볼 수 있다.
문무일 검찰총장의 주장과 다른 통계
“사실 영장청구권이 검사에게 독점적으로 귀속된 것은 1961년 5·16 군사쿠데타 이후 이뤄진 제5차 개헌 시기이며, 비교법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렵다. 권위주의 체제 하에서 경찰의 권력남용에 의한 인권침해가 계속적으로 사회문제가 되었기에 이후 개헌과정에서도 검사의 영장청구권 독점은 본격적 논의대상에 오르지 못했다. 그러나 현재의 시점에서 경찰에 의한 영장청구는 인권유린 소지가 크므로 금지돼야 하고, 검사에 의한 영장청구는 인권옹호에 유리하다는 논리는 정당성이 약하다. 검사 역시 수사기관임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헌법상 검사의 영장청구권 독점은 폐지돼야 한다. 이러한 개정이 있을 경우 경찰과 검찰은 각자의 영역에서 수사를 진행해 경쟁을 벌이고, 검사는 경찰 수사 종결 후 공소유지와 관련해 수사 재개 또는 보강을 요구하고, 경찰이건 검찰이건 수사기관의 영장신청에 대한 통제는 법원에 의해 이루어질 것이다.”
검찰은 검·경 수사권 조정을 놓고 줄곧 우려를 표시해 왔다. 경찰에 영장청구권을 줄 경우 인권침해 위험이 커진다는 것이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 13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도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국민의 기본권을 철저히 보호하기 위해 (경찰에 대한) 검사의 사법통제를 지금과 같이 유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말은 결국 검사가 일종의 ‘게이트 키핑’을 해왔기 때문에 경찰에 의한 인권침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러나 통계는 문 총장의 주장과 다르게 나타났다. 법원행정처 통계에 따르면 2013~2015년 검찰이 전국 법원에 청구한 구속영장 2만2720건 중 5659건(24.9%)이 기각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경찰은 같은 기간 검찰을 통해 8만3585건의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이 중 1만4365건(17.1%)이 기각된 것으로 집계됐다.
압수수색영장 기각률은 검찰이 3.2%, 경찰이 0.75%였고, 체포영장 기각률은 검찰이 1.9%, 경찰이 1.3%로 경찰 신청 영장 발부율이 검찰 직수사건 영장 발부율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전국 법원에서 발부된 경찰 신청 영장 통계도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2017년 1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의 법원 기각률은 18.0%로 나타났다. 체포영장은 1.19%, 압수수색영장 0.8%로 검찰 영장기각률에 비해 전반적으로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검사가 영장 불청구 및 보강지휘 등을 통해 일종의 보완작업을 했기 때문에 경찰 신청 영장의 발부율이 높은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일선 법원 영장전담 판사들의 말은 다르다. 경찰이 신청한 영장에 대해 검찰이 그렇게 많은 공을 들여 청구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지적이다. 최근까지 지방에서 영장전담을 맡아온 한 부장판사는 “경찰이 신청해서 들어온 영장은 검찰의 ‘자세’부터 다르다”고 말했다.
경찰이 신청한 구속·체포·압수수색 영장의 경우 검찰은 A4용지 1페이지에 ‘경찰의 신청이 옳으므로 이에 청구함’이라는 글만 첫 장에 붙여 그대로 보내는 반면, 검찰이 직접 수사한 사건은 수사기록의 분량부터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이 부장판사는 “경찰이 보낸 자료를 보면 검찰이 반려한 부분, 반려해서 보강된 부분, 기각한 뒤 재신청한 부분 등의 자료가 다함께 올라오기 때문에 경찰이 해당 영장을 신청하면서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영장전담 판사들은 다 알 수 있다”면서 “내 경험으로는 검찰은 경찰의 신청영장을 대부분 ‘프리패스’로 청구하는 역할만 할 뿐 특별히 어떤 노력을 기울였다고 보이는 점은 없었다”고 말했다.
또 최근까지 영장전담을 맡은 한 판사는 “검찰은 경찰 신청 영장이 기각되면 가타부타 별 말이 없는데 검찰 직수사건 영장이 기각되면 그 다음에 다시 준비해오는 수사자료에서부터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난다”면서 “검사는 자신들이 청구한 영장의 발부에만 관심이 있을 뿐 경찰이 신청한 사건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고 생각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영장전담 판사들은 들어오는 기록을 대충만 봐도 뭐가 검사사건인지 경찰사건인지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 권호욱 기자
기소편의주의, 제 식구 감싸기로 악용
검찰은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갖고 있다. 경찰에 의한 인권침해를 막는 역할도 분명히 해왔다. 이는 경찰 역시 인정하는 사실이다. 서울지역의 한 경찰서장은 “경찰이 가혹행위를 하거나 지나치게 광범위한 수사로 금전적·신체적 피해를 입히는 등의 사건도 존재해 왔고, 경찰도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그러나 경찰은 검찰이 견제할 수 있지만 검찰이 저지르는 범죄나 인권침해 행위에 대해서는 견제할 수단이 없다는 것이 현재의 검·경 수사권 문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실제 우리나라 사법제도 안에서는 검찰의 기소독점권을 견제할 방법이 없다. 사법부에 일정한 견제권이 있더라도 이는 공소제기 후의 일이다. 기소 전까지의 모든 결정은 검찰의 독점적 권한이다. 여기에서 검찰의 비리가 탄생한다.
경찰 고위간부 출신의 한 법조인은 “우리나라 전체 사건의 98%를 경찰이 수사하는데도 형사소송법이 제정된 이래 우리나라에서 경찰이 검사를 소환조사한 사례가 한 건밖에 없다는 것이 무엇을 말하는 것이겠냐”고 반문했다. 설령 경찰이 검사의 범죄사실을 발견했더라도 검찰에 수사권한이 독점돼 있는 이상 경찰이 할 수 있는 강제수사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경찰이 검사의 범죄사실을 적발해 검찰에 압수수색 또는 체포영장을 신청하는 순간부터 검찰은 ‘경찰이 OO검사의 범죄사실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된다”면서 “그때부터 검찰은 경찰의 영장을 기각하거나 사건이송명령을 내리는 방식으로 사건 가로채기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광준 부장검사 사건처럼 이미 경찰이 70% 이상 수사를 마친 사건도 특검을 설치해 가져가는 것을 보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검사의 기소편의주의 역시 제 식구 감싸기로 악용돼 왔다. 아무리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해도 검찰이 불기소 판단을 내리면 경찰은 불복할 방법이 없다. 검찰의 항고사건 인용률은 항고제가 도입된 이래 8~9%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고소·고발인이 검찰의 수사 결과에 불복, 항고하더라도 100건 중 8~9건만 인용돼 재기수사명령이 내려지는 셈이다. 검찰의 사건이송명령 역시 경찰 수사를 방해하는 제도로 악용될 수 있다.
“정권이 바뀌면 없던 죄도 살아나”
특히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사건은 검찰의 기소독점주의와 기소편의주의의 폐해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경찰은 2013년 3월 건설업자 윤중천씨가 촬영한 성접대 동영상 원본을 입수, 김 전 차관에게 출석요구를 했지만 불응하자 검찰에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검찰은 “법률적 소명이 부족하다”며 경찰의 체포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또 김 전 차관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이후 자신이 동영상 속에 등장하는 여성 중 한 명이라며 한 여성이 김 전 차관과 건설업자 윤씨를 고소했지만 검찰은 같은 이유를 들어 무혐의 처분했다. 동영상 속 중년 남성이 김 전 차관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이 사건은 김 전 차관이 임명 6일 만에 사퇴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지난 2월 법무부·검찰과거사위원회는 김학의 전 차관 별장 성접대 사건을 재검토 사건 중 하나로 선정했다. 당시 검찰에 몸담았던 한 변호사는 “이미 모든 증거가 제출됐고, 피해자 진술도 전부 다 확보됐었는데도 검찰은 무혐의 결론을 내렸었다”며 “정권이 바뀌면 없던 죄가 살아나는 것도 아니고 한편의 코미디”라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 내부의 자성 목소리는 없다. 서현욱 서울중앙지검 공판1부 검사(43·사법연수원 35기)는 21일 검찰 내부 통신망인 이프로스(e-Pros)에 ‘헌법상 검사 영장청구 조항 삭제에 우려를 표시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연간 200만명이 넘는 국민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현실에서 강제수사에 대한 이중적 통제를 선언한 헌법규정은 우리 헌정사에서 최소한의 인권보장 장치였으며, 정쟁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음을 선언한 것”이라고 했다.
이형석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34·변호사시험 1회)도 같은 날 ‘개헌안 중 검사의 영장청구권 조항 삭제에 관한 우려’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리며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검찰권 남용의 통제가 궁극적으로 인권보장을 부여한 것이라면, 검찰개혁의 방안으로 ‘이미 비대한 타 수사기관에 더 큰 권한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헌법을 개정하는 것은 이미 그 목적과 수단이 서로 부합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검·경 수사권 조정의 핵심사항인 한 경찰의 영장청구권을 두고 검찰 내부의 움직임이 보인다는 주장도 나온다. 서울지역 일선 경찰서의 한 간부는 “최근 들어 영장심사가 상당히 엄격해졌다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그는 “통상 피의자가 소재불명일 경우 수배하기 위해 영장신청을 하면 유효기간을 공소시효까지 두고 일단 기소중지를 한 뒤 사건송치를 하는데 근래 들어 영장을 일단 기각한 뒤 한두 달짜리 영장을 내주고 피의자를 검거하라고 지시한다”고 말했다.
이어 “외부에서 봤을 때는 검사에게 별 의도가 없어 보일 수 있는데 그동안 이런 일이 있을 때는 검사가 체포영장을 공소시효까지 발부한 뒤 ‘적극적으로 검거하도록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수사지휘를 해왔다”면서 “그런데 요즘에는 반려하는 게 아니라 아예 영장을 기각하고 다시 신청하라고 지시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 간부는 “최근 들어 영장신청을 했을 때 반려하거나 보강해서 다시 청구하면 좋겠다고 조율을 해주던 검사들조차 ‘횡령을 한 혐의사실은 알겠는데 횡령한 돈을 어디에 썼는지까지 소명한 뒤 다시 신청하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하고 있다”면서 “경찰이 영장심사관 시범제도를 운영하기 시작한 뒤로 뭔가 의도적으로 기각률을 높이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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