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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초 '진보정당' 교섭단체 탄생, 그 의미는?

국회, 4교섭단체 체제로 재정비…'평화와 정의 의원모임' 탄생
2018.03.29 12:08:17
 

 

 

 

국회가 다시 '4교섭단체 체제'로의 재편을 앞두게 됐다. 원내 4당인 민주평화당(14석)과 5당 정의당(6석)이 공동 교섭단체 구성에 잠정 합의하면서다. 

평화당 이용주, 정의당 윤소하 원내수석부대표는 29일 오전 기자 간담회를 열어 양당 원내대표 간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총 6개항인 양당 합의문은, 공동 교섭단체의 명칭은 의석수를 기준으로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으로 하며 대표는 양당 원내대표 2인으로 하되 국회 등록 대표는 번갈아 1명씩 하기로 했다. 초대 대표는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맡기로 했다. 

이들은 공동 교섭단체 구성은 국회 운영과 관련해 공동 보조를 취하는 것일 뿐, 정책·선거 등에서는 "각 당의 정체성에 따라 고유의 독자적인 정당 활동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동 교섭단체 운영 기간은 등록시부터 20대 국회 종료시까지이며, 만약 그 전에 공동 교섭단체에서 탈퇴를 원하는 경우 상대 측에 1개월 전까지 통보하기로 했다. 

다만 정책·입법과 관련, 최소한의 공동 방침은 정해졌다. 이들은 "공동교섭단체는 한반도 평화 실현,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 노동존중 사회 등 '8대 정책공조 과제'의 실현을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8대 과제의 나머지는 권력기관 개혁, 국회 개혁, 식량주권 실현과 농수축산업 보호, 골목상권과 중소상공인 보호와 '미투' 운동 지지 등이다. 

무소속 이용호·손금주 의원의 동참이 불발되면서 의석 기준이 교섭단체 기준 하한선(20명)을 간신히 유지하게 된 데 대해서는 "양당은 교섭단체의 안정적인 유지·발전을 위해 책임있는 노력을 다하기로 한다"는 문구가 합의문에 들어갔다. 이는 사실상 평화당 소속 현역 의원의 지방선거 출마를 자제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잠정 합의안이 도출됨에 따라 공동 교섭단체 구성까지는 양당의 최종 추인 절차만이 남게 됐다. 원내 중심인 평화당은 의원총회 통과가 무난할 전망이어서, 남은 변수는 31일로 예정된 정의당 전국위의 승인 여부다.  

앞서 정의당 대표 선거나 '민주사회당'으로의 당명 변경이 무산된 전례 등을 보면, 평당원들의 목소리가 강한 정의당 대의기관 회의의 결과는 예측이 쉽지 않다. 다만 각 정당의 정체성은 존중된다고 명시한 점, 당원들 사이에 대중적 인기가 높은 노회찬 원내대표가 초대 대표를 맡기로 한 점과 지난 17일 전국위에서 공동 교섭단체 구성 협상이 승인된 점 등을 놓고 보면 가결 가능성이 더 높은 상황으로 관측된다.  
 

▲민주평화당 이용주(왼쪽) 원내수석부대표와 정의당 윤소하 원내수석부대표가 29일 국회 정의당 대표실에서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의 공동교섭단체 합의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평화-정의 공동 교섭단체, 기대 효과는? 

양당이 최종적으로 공동 교섭단체를 추인한다면, 국회는 현재의 3교섭단체(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체제에서 4교섭단체 체제로 되돌아가게 된다. 작년 11월 구 바른정당이 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한 지 4개월 만이다.  

2016년 총선 후 20대 국회는 민주당, 새누리당, 국민의당의 3교섭단체로 출발했으나, 탄핵 사태를 기점으로 2017년 1월 새누리당에서 바른정당이 분화되면서 약 11개월 동안 4교섭단체 체제로 운영됐었다.  

국회 운영의 '정식 파트너'라고 할 수 있는 교섭단체 수가 달라진 것은 향후 국면에서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진다. 과거 범(汎)진보진영으로 분류됐던 구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거치며 범보수 쪽으로 색채 변경을 한 터라, 기존의 3교섭단체는 범진보 1(민주당) 대 범보수2(한국·바른미래) 구도로 평가됐었다. 평화·정의 모임이 등장하면 2대 2로 균형추가 맞춰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 나오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고, 여야 교섭단체 대표가 개헌 협상을 개시한 상황에서 기존의 우원식·김성태·김동철 등 3당 원내대표의 논의 테이블에 노회찬 원내대표가 끼게 될 전망이다. 앞서 3당 교섭단체 대표들은 지난 26일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 회동에서 "나머지 두 정당은 교섭단체를 구성하면 바로 참여하면 된다"는 데 합의했었다.  

또 이와는 별개로, 정의당의 교섭단체 구성은 진보정당사(史)에서도 남다른 의미를 가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2004년 구 민주노동당이 처음으로 원내 진입에 성공한 이래, 진보정당은 국회에서 늘 소수 정당의 위치에 머물러 있었다. 자력으로 20석을 확보해 교섭단체를 구성하게 된 것은 아니지만, 진보정당이 처음으로 국회 운영의 파트너로서 목소리를 내게 됐다. 

김윤철 경희대 교수는 이번 공동 교섭단체 구성에 대해 "소수당에 대한 배제가 있는 상황에서 정의당으로서는 불가피한 대응이었고, 국회 개혁이 중요함을 환기하는 면이 있다"면서도 "진보정당이 국회 운영에 관여도를 높이고 국정 참여 경험을 갖게 하는 과정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 정당정치의 현실에서 진보정당이 힘을 발휘하려면 연합 정치에 기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차원이 다른 얘기지만, 정권 교체를 위해 DJP연대까지 나왔던 상황을 연상케 하는 부분도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지역주의 타파를 외쳐온 진보정당이 지역주의 기반 정당과 공동 교섭단체를 꾸려야 한다는 것은 아이러니"라면서도 "평화당은 (대북정책 등에서) 평화를 지향하고 있다는 면에서는 공통점이 있다"고 평했다. 그는 "앞으로가 중요하다. 얼마나 진취적이고 생산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 서민과 민중을 위한다는 진보정당이 이를 통해 뭘 해낼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별 성과가 없을 경우 정체성 시비나 권력 추구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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