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육아와 취준 대신 '그냥 쉰다'
비경제활동인구 중에서 '쉬었음' 인구가 24만5000명 증가해 8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반면 비경제활동인구 중에서 '육아' 사유는 73만3000명으로 15.1%p 감소했다. 취업준비자도 62만4000명으로 7.7%나 줄어들었다. 취업 준비를 하는 대신 '그냥 쉬는' 인구가 늘어나는 것. 모든 연령 계층에서 '쉬었음' 인구가 증가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육아'가 '취준'으로 대체되었다고 생각한다면 30대의 높은 고용률도 좋게만 해석할 수는 없다. 특히 30대의 경우 여성은 고용률이 증가하고 남성은 고용률이 조금씩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변화지만, 30대가 출산을 포기하고 경제활동을 유지하는 것이라면 반가운 일만은 아니다.
7. 자영업자 감소, 해석에 유의해야
지난달 자영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1.0%p 감소했다.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수는 증가하고,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수는 6만4000명 감소했다.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수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계속 줄어들고 있다. 정부와 언론은 이를 음식점의 폐업 증가 등 생활업종 소상공인의 어려움으로 해석하고 지난 7월 전기료 지원, 키오스크 보급, 온누리상품권 사용처 확대 등의 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감소하고 있다는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정확히 누구일까? 직관적으로 생각하면 1인이 운영하는 미용실, 키오스크 놓고 1인이 운영하는 카페 등을 떠올릴 수 있다.
그런데 통계상의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에는 수많은 가짜 3.3 노동자, 특수고용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등이 포함되어 있다. 업종으로 본다면 배달 라이더, 퀵서비스 기사, 택배 기사, 화물차 기사, 학습지 강사, 학원 강사, 보험설계사, 헬스 트레이너 등이다. 참고로 지난해 군포의 어느 빌라 4층에서 쿠팡 물품을 배송하다 숨진 택배 노동자는 쿠팡CLS와 위탁계약한 업체에서 일하는 '개인사업자'였다. 이런 경우 통계상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로 잡힌다.
가짜 3.3인 경우 업종은 더 다양해진다. 예컨대 식당에서 조리원으로 근무하는데 3.3% 사업소득세 납부에 동의한다는 계약서를 쓰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진다. 이들은 실질이 노동자인데도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로 분류된다. 따라서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의 증감 수치만 가지고 과연 누구의 어떤 일자리가 변화한 것인지를 정확하게 판단하기는 어렵다. 갖가지 착시를 일으키는 노동자 '오분류'를 바로잡는 일이 시급하다.
결론. 일자리의 양적 증가에만 몰두하는 고용정책에는 문제가 있다. 공공이 책임지고 일자리를 창출하기로 했다면 질적인 면에도 신경을 써서 '괜찮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민간 부문에서는 노동권 보장을 첫 단추로 인식해야 한다. 노동자를 노동자라고 부르고, 헌법에 명시된 노동 3권을 현실에서 보장할 때 일자리가 늘어나고 고용의 질도 높아진다. 윤석열 정부는 이것을 몰라서 정반대 길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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