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엎질러진 물이 된 마당에, 국군의 날 임시 공휴일 지정을 화두로 가족들끼리 다른 이야기를 나눠보기로 했다. 갑자기 공휴일로 지정되면서 국군의 날이 10월 1일이었다는 걸 온 국민이 알게 됐다. 요즘 아이들 중엔 국군의 날이 언제인지는커녕 그런 기념일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국군의 날은 지난 1991년 쉬는 날이 너무 많아 경제성장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한글날과 함께 법정 공휴일에서 제외됐다. 공휴일이 아니면 기념일의 취지가 잊히는 건 인지상정이다. 지난 2012년 공휴일로 재지정된 한글날이 10월 9일이라는 건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심지어 왜 10월 9일로 정해졌는지 그 이유까지 술술 읊어댈 정도다.
국군의 날이 왜 10월 1일로 정해졌는지 아는 경우는 드물다. 우리나라의 법정 기념일 중에 지정 이유가 가장 황당할뿐더러 아예 취지와 상반된 날로 여기고 있다. 10월 1일은 1950년 9월 15일 인천 상륙 작전이 감행되고 서울을 수복한 후, 북진하며 육군 제1군단이 38도선을 넘은 날이다.
당시 제1군단을 이끈 인물은 악질 친일파로 손꼽히는 김백일이었다. 그는 만주에서 항일 독립군을 토벌하던 간도특설대의 중대장으로서 일제로부터 훈장까지 받은 자다. 해방 후 친일 행적을 감추기 위해 개명할 만큼 파렴치했던 그는 6.25 전쟁의 공적으로 순식간에 친일반민족행위자에서 애국자로 돌변했다. 육군사관학교 교정엔 그의 동상까지 세워졌다.
10월 1일이 국군의 날로 적절치 않다는 건, 악질 친일파가 연루됐다는 이유만은 아니다. 6.25 전쟁 중 38도선 돌파가 대한민국 국군을 대표할 만큼 중요한 역사적 사건인지 되물을 때도 됐다. 그것은 우리 국군의 위상을 넘어 대한민국의 정통성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기 때문이다. 국군의 날 지정은 우리 국군의 뿌리 찾기의 일환이어야 한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
온 국민이 애송하는 대한민국 헌법 전문의 첫 구절이다. 1948년 제헌 헌법 제정 당시부터 지금까지 일점일획도 손대지 못한 추상과 같은 선언이다. 우리 정부의 법통이 대한민국임시정부에 있다면, 우리 국군의 뿌리는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창설한 한국광복군에 두어야 옳다. 곧, 국군의 날을 한국광복군의 창설일로 삼는 건 당연하고도 마땅한 일이다.
공교롭게도, 올해 추석은 9월 17일, 한국광복군이 창설된 날과 겹친다. 한국광복군은 1940년 9월 17일, 대한민국임시정부가 머물던 중국 충칭에서 창설되었다.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주석 김구가 총사령으로 지청천, 참모장으로 이범석을 임명하며 개최한 '한국광복군 총사령부 성립 전례식'을 기점으로 삼고 있다.
이번 명절 연휴 때 가족들끼리 국군의 날의 유래와 한국광복군의 역사를 공부하는 것도 나름의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한국광복군 창설일과 겹친 올해 추석, 임시 공휴일 지정으로 국군의 날에 대해 생각해 볼 계기를 준 셈이어서 대통령에게 감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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