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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조작 김건희는 지금이라도 기소해달라고 비는 게 나을 것이다

[이완배 협동의 경제학] 주가조작 김건희는 지금이라도 기소해달라고 비는 게 나을 것이다

지난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항소심 결과가 발표됐다. 주가조작에 돈을 댄 전주(銓注) 중 한 명인 손 모씨에게 유죄판결(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 내려진 것이 핵심이다. 왜 이게 핵심이냐면 영부인 김건희 여사도 바로 이런 전주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손 씨가 유죄라면 당연히 김건희도 유죄일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검찰은 김건희를 기소조차 하지 않았지만 이제 이를 회피할 명분도 거의 사라졌다.

도이치 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이 무엇이냐를 설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사건이 세 개 정도 꼬여 있고 그 과정도 좀 복잡하다. 이런 사건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글보다 말을 사용하는 것이 더 유용하다. 그래서 독자분들에게 양해를 부탁드리자면 이번 칼럼에서는 이 사건을 설명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다음주 월요일(23일) 유튜브 방송 ‘이완배의 경제의 속살’에서 이 사건에 관해 상세한 설명을 시도해보겠다. 이 와중에 죄송스럽지만 깨알 같은(!) 홍보를 하나 드리고자 합니다(갑자기 존댓말). 제가 지난주부터 민중의소리 채널을 통해 ‘경제의 속살’ 방송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오늘(16일) 2회차 ‘이낙연의 잘못된 선택이 남긴 것들(링크)이 업로드 됐습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주가조작과 솜방망이 처벌

지난달 말 나는 ‘김건희는 언젠가 대가를 치를 것이다, 그것도 엄청난 대가를(링크)’이라는 칼럼을 통해 김건희가 반드시 받아들 청구서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명품가방 수수, 양평 고속도로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등이 그가 언젠가 반드시 받아야 할 주요 청구서들이다.

그리고 나는 당시 칼럼에서 셋 중 하나라도 미리 받는 게 김건희 신상에 훨씬 좋을 것이라고 충고한 바 있다. 제 세 장의 청구서가 한꺼번에 들이닥치면 김건희가 절대 감당하지 못할 테니 말이다.

그런데 이 세 장의 청구서 중 한 장을 미리 지불할 기회가 왔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항소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지금이야말로 ‘전주로서 김건희가 저지른 범죄’를 정리할 절호의 찬스다. 물론 내가 말하는 이 찬스란 김건희가 무죄로 빠져나갈 찬스가 아니라 유죄 판결로 범죄의 대가를 치를 찬스다.

“그게 무슨 찬스냐?”고 반문할 수도 있는데, 이건 정말 찬스다. 그의 얼굴 속에 있는 것이 우리가 아는 뇌의 일종이라면, 그리고 그의 목 위에 달린 것의 기능이 무게중심 잡는 데 쓰는 게 아니라면 그는 지금 검찰이 자신을 기소해달라고 빌고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지금 기소되고 유죄 판결을 받는 게 김건희에게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항소심 결과를 보라. 전주 손 씨가 받은 형량은 고작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다. 전과자가 되겠지만 감옥살이는 하지 않는다. 김건희가 재판을 받는다면 비슷한 형량이 예상되는데, 이게 그에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왜냐하면 솜방망이 판결에 대해 국민은 분노하겠지만 법조계 관행을 볼 때 이 정도 형량은 시비의 여지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법조계는 주가조작 범죄에 대해 그 동안 매우 관대한 태도를 보였다.

에스모라는 회사가 있었다. 그런데 이 회사의 당시 대표 김 모씨가 라임펀드의 자금을 끌어들여 자기 회사 주가를 조작했다. 이때 김 씨가 얻은 이익이 무려 577억 원이었다는 게 수사 결과였다. 그런데 김 씨의 형량이 얼마였을까? 지난해 7월 대법원 확정 판결 결과 그가 받은 형량은 고작 징역 5년에 벌금 3억 원이었다.
 

김건희 여사가 최재영 목사로부터 명품백 선물을 받고 테이블 위에 올려둔 모습. ⓒ서울의소리 유튜브 화면


김 씨는 그냥 돈만 댄 전주가 아니다. 무려 회사 대표였다. 그런 그가 직접 나서 허위공시를 발표해 주가를 띄웠다. 환매 중단 사태로 한국 금융역사에 기념비적인 악명을 남긴 라임 펀드를 주가조작에 이용했다. 여기에 횡령, 배임 혐의까지 겹쳤다. 그런데 받은 형이 징역 5년, 벌금 3억 원이다.

더 웃긴 건 2심 판결에서 판사가 김 씨가 한 짓을 “매우 중대한 범죄 행위”라고 명시했다는 점이다. 그래, 매우 중대한 범죄 행위다. 내가 봐도 그렇다. 그런데 왜 2심 재판부는 고작 징역 5년에 벌금 3억 원이라는 솜방망이 처벌을 했단 말인가?

나중에 재판 받으면 후회할 것이다

그게 법조계의 관행이기 때문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우리나라는 주가조작에 대한 처벌이 정~말 관대한 나라다. 주가조작으로 기소된 사람 중 절반은 집행유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주가조작범의 집행유예 비율은 2020년 40.6%, 2021년 61.5%나 됐다.

최근 3년 동안 대법원에서 자본시장법 주가조작으로 확정 판결을 받은 피고인은 모두 35명이었다. 그런데 그 중 실형을 받은 사람은 고작 5명이었고 나머지는 다 집행유예였다. 가장 많은 벌금액은 고작 20억 원이었다.

미국은 우리와 분위기가 완전 다르다. 걸리면 뼈도 못 추린다. 2012년 미국 헤지펀드 SAC캐피탈이 주가조작에 뛰어들어 약 3,000억 원의 부당 이익을 챙긴 일이 있었다. 이때 미국 법원이 징수한 벌금은 부당이익의 6배가 넘는 1조 9,000억 원이었다. 주가조작을 주도한 펀드매니저에게는 징역 45년형이 선고됐다.

주가조작 같은 금융사기의 피해자는 수많은 소액투자자들이다. 그래서 미국은 이런 범죄를 거의 집단학살에 준하는 시각으로 본다. 폰지 사기라는 금융사기 기법을 역사책에 남긴 버나드 메이도프 전 미국 나스닥증권거래소 회장은 2009년 무려 150년 형을 선고받고 2021년 감옥에서 죽었다. 2008년 보험 사기로 재판을 받은 노먼 슈미트가 받은 형량은 징역 330년이었고 이 인간 역시 지난해에 감옥에서 세상을 떠났다.

내가 왜 이런 이야기를 길게 하느냐? 김건희는 지금 기소돼 재판을 받는 게 최선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지금 기소가 된다면 유죄 판결은 받아도 실형을 받을 확률은 거의 없다. 이게 한국의 분위기다.

그런데 지금 남편을 졸라 기소를 피했다고 치자. 특검이 실시되건(야당이 추진하는 김건희 특검에는 그의 주가조작 혐의도 당연히 들어가 있다) 정권이 바뀌어서 검찰이 다시 기소를 추진하건, 그때에도 이런 솜방망이 처벌이 이어질 것 같은가?

현행법상 주가조작으로 인한 피해액이 50억 원을 넘어가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 가능하다. 하지만 한국 재판부가 무기징역을 선고한 일은 한 번도 없었다. 그게 관행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행은 관행일 뿐 법이 아니다. 여론에 따라 관행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증권가에서는 주가조작 범죄에 대한 처벌이 너무 약하다는 여론이 압도적이다. 그런데 특검에 의해, 혹은 차기 정권 검찰에 의해 김건희 주가조작이 사실로 밝혀졌다? 여론이 가만히 있겠나?

“김건희를 구속하라!”라는 목소리를 넘어서서 “지금까지 한국 검찰과 법원은 왜 이렇게 주가조작에 관대했느냐?”라는 폭발적인 비난이 쏟아질 것이다. 그러면 그때 특검 혹은 검찰과 법원이 “관행상 주가조작은 처벌을 그렇게 강하게 안 했어요”라고 핑계를 대며 솜방망이 처벌을 할 수 있겠나? 웃기는 이야기다. 되레 그런 관행을 완전히 뒤엎고 미국처럼 엄격히 처벌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전국을 뒤덮을 것이다.

그래서 기소가 되려면 지금 되는 게 김건희에게 최선이라는 이야기다. “그렇게 기소가 되고 유죄 판결을 받으면 아무리 형량이 낮아도 공정을 앞세운 윤석열 정권의 기반이 무너진다”는 헛소리는 집어치워라. 애초에 윤석열은 공정하지도 않았고, 그런 이미지는 지금 쥐뿔도 남아있지 않다.

그리고 기반이 무너진다는 말은 무너질 기반이 있을 때에나 하는 이야기다. 지지율 20%짜리 대통령에게 기반은 개뿔! 그게 기반이면 우리집 고양이는 드래곤이다. 아무튼 진지하게 충고하는데 청구서 세 장 중 주가조작 청구서라도 지금 지불해 놓는 게 좋을 거다. 그런데 그렇게 안 하겠지? 그럼 맘대로 하시던가. 나중에 아주 크게 후회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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