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의 삶은 위태롭다
국내총생산(GDP) 100달러 시절에서 3만 달러 시대로 너무 급하게 훌쩍 지나온 탓일까. 파독 노동자들이 만리타향에서 겪은 아픔은 '우리는 그래서는 안 된다'는 성찰로 이어지지 못한 듯하다. 파독 한국인 노동자들이 겪은 부당한 대우는 마치 대물림하듯 한국 내 이주노동자들에게 옮아갔다. 이주노동자의 노동 환경에 대한 많은 통계와 조사가 이를 보여준다.
먼저 임금체불. 고용노동부의 올해 1~7월 통계를 보면, 이주노동자 임금체불액은 699억3900만 원으로 전체 임금체불액의 5.7%였다. 이주노동자가 국내 경제활동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등록자를 기준으로 약 3%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인에 비해 2배가량 임금체불 피해를 더 많이 겪고 있다는 뜻이다.
다음 산업재해. 노동부의 지난해 통계를 보면, 이주노동자 산재사고 사망자는 85명으로 전체 산재사고 사망자의 10.5%였다. 이 역시 이주노동자가 경제활동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고려해 계산하면, 한국인에 비해 이주노동자가 3배가량 더 많이 죽는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런데 이주노동자가 본국에 돌아가 잠복기가 지난 뒤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 그리고 언어 장벽, 고립된 처지 등 이유로 이주노동자의 체불임금이나 산재 대응이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주노동자의 산재 수치는 이마저도 과소추계된 것일 수 있다.
차별과 갑질, 성희롱은 그들에게 일상이 된 지 오래다, 국가인권위원회의 2020년 조사를 보면, 이주민 10명 중 7명이 '한국에 인종차별이 존재한다'고 답했다. 차별 사유로는 '한국어 능력'(62.3%), '한국인이 아니어서'(56.8%), '출신 국가'(56.8%) 등이 꼽혔다. 한국외국인력지원센터의 2019년 조사를 보면, 여성 이주노동자 10.7%는 '성폭행·성희롱 피해를 당했다'고 했는데, 그 중 '성폭행' 응답이 47.4%였다.
온라인상에는 이주노동자를 향한 혐오가 넘쳐난다. 심지어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아리셀 중대재해참사가 일어났을 때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리셀참사피해가족협의회·아리셀중대재해참사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9일 법원이 박순관 아리셀 대표를 구속했을 때 낸 성명에서 "이번 결정은 참사 발생 후 66일을 살아내는 동안 받아온 차별, 혐오, 배제의 말과 시선, 감정의 폭력에 무릎 꿇지 않고 버텨온 시간에 대한 아주 작은 보상"이라고 했다. 아리셀 참사 유족들이 참사 발생 뒤 겪은 일을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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