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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서도브스키 교수 “촛불혁명 2.0이 필요하다”

<전쟁의 세계화> 출판 기념 특강, “미국의 핵개발 프로그램 폐기가 먼저다”

책 <빈곤의 세계화> 저자로 국내에 잘 알려진, 세계적인 진보석학 미셸 초서도브스키(Michel Chossudovsky) 교수가 <전쟁의 세계화>라는 책을 펴냈다.

책 출간을 맡은 도서출판 민플러스와 코리아국제평화포럼(KIPF), 이석기 의원 구명위원회가 지난 14일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출판기념회를 겸한 미셸 초서도브스키 교수 초청 특강을 열었다.

먼저 최병모 KIPF 이사장이 <전쟁의 세계화> 출판을 축하했다. 최 이사장은 “1990년대 중반 <빈곤의 세계화>를 출판해, 다국적기업과 국제 금융자본, 서구 선진국이라고 지칭되는 앵글로색슨계 나라들이 전 세계의 개발도상국을 상대로 어떻게 착취하고, 어떤 부를 누리게 됐는지를 알려준 초서도브스키 교수의 두 번째 역작 출판을 축하한다”면서 “<전쟁의 세계화>는 전 세계를 지배하는 ‘제국’으로서의 미국과, 미국을 지배하는 ‘군산복합체’가 번영하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끊임없이 전쟁을 일으키려 한다는 내용을 전달하고 있지 않을까 예상한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이 책은 한국이 겪은 위기, 한국의 군사적 위기를 국제적 맥락에서 설명하고 있다. 한국의 위기는 미국의 식민주의적인 아젠다, 오랜 시간 지속돼 온 미국의 식민주의적 프로젝트의 산물이다.” 초서도브스키 교수는 이렇게 책을 소개하며 특강의 문을 열었다.

초서도브스키 교수는 “전쟁무기와 속임수, 거짓말 등 모든 기재를 이용해 세계 곳곳에서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 정권교체) 작전’을 벌이고 있는 미국이, 어떻게 전 지구적인 거시경제 모델들과 이어져 있는지를 파악했다”면서 “미국의 식민주의적 아젠다는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다른 곳에서도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책에서는 북한(조선), 이란, 아이티의 사례가 등장한다. 초서도브스키 교수가 예를 들며 설명을 이어갔다. “유고 전쟁에 깊숙이 개입되어 있던 미 국무부와, CIA 관료들이 아이티에 가서도 쿠데타를 일으키는 반란군을 지원한다. 또 2003년부터 미국으로부터 핵 공격 대상으로 지목하며 이란에 핵 독트린을 적용시켰던 것처럼, 북한(조선)도 마찬가지였다. 미국이 한 나라를 불안정화시키는데 활용했던 기재를 다른 나라들에도 반복적으로 사용하며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초서도브스키 교수는 또 미국이 전쟁을 수행하는 데서 ‘매우 중요한 요소’의 하나가 ‘프로파겐다 기구’라고 말했다. 거대 미디어들로 이루어진 이 기구의 역할은 ‘전쟁’을 마치도 ‘평화’인 양 왜곡, 포장하는 것인데, 이로 인해 “미국은 평화와 인권을 촉진하는 나라가 되고,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 의해 희생당한 나라는 오히려 침략자로 둔갑시키고 있다”는 게 초서도브스키 교수의 설명이다.

북한(조선)도 마찬가지. “(1950년 전쟁으로)미국에 의해 인구의 30%가 절멸되고 38개 도시가 지도에서 사라지는 공격을 당한 북한(조선)도 이 ‘프로파겐다 기구’의 작업을 통해 ‘전 세계 안보를 위협하는 나라’로 바뀌었다.”

‘전쟁’을 ‘평화’인 양 포장하는 것을 초서도브스키 교수는 담배갑에 쓰여 있는 문구를 뒤바꾸는 것에 비유했다. 
“지난 몇 년간 1조2000억 달러를 핵무기 개발에 사용해왔던 미국이, 핵무기가 마치 평화로운 목적을 위한 무기인 것처럼 포장하고, 자신들의 전술핵무기에 대해 ‘주변의 민간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음’이라는 설명을 붙이고 있다. 이것은 담배갑에 쓰인 ‘몸에 해롭다’는 경고 문구를 ‘몸에 좋다’는 문구로 바꾸는 것과 똑같다.”

초서도브스키 교수는 또 트럼프 행정부의 핵에 대한 인식을 지적했다. “트럼프는 핵폭발의 결과를 이해하지 못한다. 폼페오는 알면서도 그런다. 전 지구를 백번이라도 날려버릴 수 있는 핵을 갖고 있는 나라가, 거꾸로 마치 평화를 위해 언제든지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얘기하는 등 정책 결정자들은 핵 공격을 대안처럼 얘기하기도 한다.” 초서도브스키 교수는 “우리는 매우 위험한 갈림길에 와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북미 두 정상이 발표한 공동성명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조항(3항)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초서도브스키 교수는 “3항은 공동선언문 4개항 중 유일하게 구속력을 갖고 있는 조항이지만, 북한(조선)의 의무만 정확히 규정하고 있고 미국에게는 구속력이 없다”고 해석했다. 북한(조선)이 비핵화를 했을 때 어떤 대가가 주어지는지 정확히 기재돼 있지 않다는 것.

“안전을 보장한다는 문구가 들어갔다고 해도 정전협정 당사자인 한미연합사령부와 관련한 구체적인 명시가 없다면 안전보장은 지금과 같은 정전체제에서는 무의미하다. 트럼프가 말로는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얘기했지만 이것은 굳건하고, 확고하고, 분명한 북한(조선)의 비핵화 조치, 핵개발 프로그램의 완전한 폐기를 대가로 전쟁연습을 중단하겠다고 한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반도 비핵화는 아무 의미가 없다. 미국은 아무 때나 어느 나라에나 공격이 가능한 상황이다. 미국의 핵개발 프로그램을 먼저 폐기해야 한다.”

청중 질문이 이어졌다. “미중관계에 대한 전망과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질문에 초서도브스키 교수는 “미국의 영향력을 완전히 제거하는 방향으로 동북아지역에 동맹이 구축되는 것은 좋다고 본다. 남북이 연결되면 경제협력의 길이 열리고,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경제협력 벨트가 여러 방향으로 이어질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경제적으로 협력관계일 수밖에 없는데, 긴 시간이 걸리겠지만 지정학적 이유들이 날이 가면 갈수록 동북아지역에서 미국과 일본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예상한다”고 답변했다.

초서도브스키 교수는 끝으로 한국민들에게 ‘촛불혁명 2.0’을 제안했다. 
“촛불혁명은 부패한 정부에 대한 한국 시민들의 준엄한 심판이었다. 그러나 기존 체제로부터 이어지고 있는 유산들, 관료, 군부 등에서 누가 미국의 의도대로 미국의 편에서 움직이고 있는지를 주시해야 하며, 남쪽의 관료 정부를 감시하고 개혁하고, 혁신하기 위한 촛불혁명 2.0이 필요하다. 촛불혁명 2.0을 완수해 전술핵무기 완전한 폐기와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 폐기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한편, 초서도브스키 교수는 책의 앞부분에 “지금 한국의 감옥에 있는 이석기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한국에서 정치적·시민적 권리를 지키기 위한 그의 헌신과 악명 높은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그의 오랜 투쟁에 경의를 표합니다”라고 헌정사를 담았다. 이날 특강에 참석한 이 전 의원의 누나 이경진씨는 초서도브스키 교수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며 “많은 사람들의 따뜻한 손길에 힘을 받아 7개월 동안 청와대 앞에서 양심수 석방을 위한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 동족을 적으로 내모는 국가보안법은 필요 없다. 보안법 피해자는 이석기가 마지막이어야 한다”고 인사했다.

책 <전쟁의 세계화>는 미국이 ‘인권’과 ‘민주주의’, ‘평화’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저지르는 국가파괴, 대량학살, 정권정복, 경제봉쇄 등을 낱낱이 파헤치고, 그들이 일으키는 전쟁에 휘말려 평화가 짓밟힌 나라들을 사례별로 분석했다.

<책 소개 보기> : http://www.minplus.or.kr/news/articleView.html?idxno=5308

▲ 이날 출판기념회는 초서도브스키 교수 특강과 저자 사인회로 진행됐다. 민플러스 김장호 편집국장이 사회를 보고 있다.
▲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도 출판기념회를 찾아 <전쟁의 세계화> 출판을 축하했다.
▲ 초서도브스키 교수가 참석자들의 사인 요청에 응하고 있다.
▲ 코리아국제평화포럼(KIPF), 이석기 의원 구명위원회, (사)다른백년, 동학실천시민행동, 우리학교와 아이들을 지키는 시민모임, 민주노총, 서울노동자겨레하나, 민중당, 민중민주당 등 많은 정당 단체 인사들이 출판기념회를 찾아 자리를 빛냈다.

조혜정 기자  jhllk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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