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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한국당 끝내 '은산분리' 빗장 풀었다

박영선 "국회 권한과 책임 포기한 후진국형 입법"
2018.09.20 22:11:55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에서 성과를 내고 돌아온 날, 더불어민주당은 자유한국당과 손잡고 '은산분리'의 빗장을 풀었다.

여야의 막판 진통으로 두 번의 연기를 거듭한 끝에,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제정안'이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규제 혁신 1호 법안'으로 추진한 법안이지만 '재벌은행 허용'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제정안'은 재석 191명 중 찬성 145명, 반대 26명, 기권 20명으로 가결됐다. 
 


이에 따라 모든 산업자본이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주주로 참여할 수 있게 됐고, 구체적인 심사 기준은 시행령으로 제한한다.  

또한 산업자본의 의결권이 포함된 인터넷전문은행의 지분 상한을 기존 은행법 기준 4%에서 34%로 높이는 내용을 담아 '은산분리(금융자본인 은행과 산업자본인 기업 간의 결합을 제한하는 것) 완화'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민주당 의원마저 "국회는 왜 있는가" 반대 투표 호소해  

당초 민주당은 '은산분리 완화'에 대한 당내 반대 의견을 반영해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주주로 '개인 총수가 있는 상호출자제한집단'은 배제하는 대신 ICT(정보통신기업) 중 자산 비중이 50%인 경우 허용하자고 제안했지만 야당의 반대로 이를 관철시키지 못했다. 

본회의 표결에 앞서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인터넷 전문은행 특례법은 그 내용 뒤로 하고라도 법의 형식적인 면에서 중대한 결함 갖고있는 법"이라며 반대 투표를 호소했다. 박 의원은 "사적재산권의 규제를 제한 적용되는 법률은 명확하게 규정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특정 범위를 정하지 않고 시행령에 사실상 백지위임 했다"며 "국회는 왜 있는가, 국회의 권한과 책임을 포기한 대표적인 후진국적 입법 사례"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도 "인터넷은행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창조경제와 금융개혁의 산물"이라며 "정작 논란이 된 대주주 자격의 구체적인 내용은 시행령에 백지 위임 했다"고 비판했다.  

'규제혁신'을 찬성하는 바른미래당의 채이배 의원도 "이 법이 본회의 통과하면 횡령 배임 등 불법 저지를 재벌 총수가 보유한 회사로 은행을 운영하며 국민의 재산을 보관관리할 수 있게된다는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채 의원은 "민주당 의원 여러분, 19대 국회에서 민주당은 금산분리 강화를 위해 산업자본의 은행주식 보유 한도를 9%에서 4%로 축소했다"며 "그런데 이렇게 안면몰수 하고 손바닥 뒤집기를 해도 되냐"며 부결을 호소했다.

정의당은 '재벌의 은행소유 절대 안됩니다'라는 손 피켓을 들고 반대 투표를 호소했지만 수적 우위를 점한 더불어민주당과 보수야당 의원들이 특례법을 통과시켰다. 26명이 개정안에 반대했지만 145명의 의원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은 결국 통과됐다. 

'규제프리존법', '상가임대차보호법'도 통과 

'지역특화발전특구에 대한 규제특례법 전부개정법률안'은 명칭을 두고 한국당의 '규제프리존법'과 민주당의 '지역특구법' 사이의 줄다리기 끝에 괄호에 '규제프리존'이라는 명칭을 함께 명시했다.  

이 개정안도 재석 194명 중 찬성 151명 반대 14명 기권 29명으로 통과됐다. 법안에는 '규제자유특구 제도'를 새로 도입해 특정 지역에 한해 신기술을 적용한 제품·서비스의 규제를 풀어주는 내용으로 시민단체와 노동계는 박근혜 정권의 '규제프리존'법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해왔다. 

표결에 앞서 김종훈 민중당 의원은 "박근혜 정부 당시 전경련 소속 기업들이 미르 k재단에 투자하면서 요구한 법안이 규제프리존법이 이 법안의 과거"라며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의원은 수석대변인 시절 논평을 통해 공공성 침해가 우려된다며 박근혜 정부의 대기업 청부 입법이라고 주장하며 반대를 한 법안이기도 하다"라며 반대 의견을 호소했다. 

기업의 구조조정을 돕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의 일몰 시한도 5년으로 다시 연장했다. 지난 6월 30일 폐지된 기촉법은 지난달 27일 정무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기촉법이 통과되면 관치금융이 확산될 우려가 있고, 시장에서 자발적으로 구조조정을 할 유인이 사라진다"고 반대했다. 하지만 이날 여야 3당 원내대표가 기촉법 본회의를 처리를 합의하면서 기촉법은 폐지 두 달여 만에 부활하게 됐다. 

대표적인 민생법안인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재석 195명 중 찬성 168명, 반대 6명, 기권 21명으로 통과됐다. 개정안에는 계약갱신청구권 행사기간을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기로 함에 따라 자영업자들이 10년 동안 마음 편히 장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이미 지난 8월 22일 민주당과 정부는 이 방안에 합의했지만 한국당의 반대로 그간 통과되지 못했다가 이날 본회의에서 처리됐다. 

최근 폭행사건이 발생한 서촌 궁중족발의 경우, 현행 계약보호 기간이 5년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7년 동안 장사를 한 세입자의 월세를 4배 올려도 속수무책으로 쫓겨날 수 밖에 없었다. 개정된 법에 따르면 자영업자들은 현행보다 5년 더 보호받을 수 있다.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추행 등 '권력형 성범죄'에 관한 처벌을 강화하는 형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개정안은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죄'의 법정형을 현행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향하는 내용을 담고있다. 

이밖에도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재석 299명 가운데 찬성 185표, 반대 40표, 무효 4표로 가결 처리했다. 임명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헌재소장 공백 사태는 피할 수 있게 됐다. 전날 이진성 헌재소장은 임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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