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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진당 항소’ 접수 전 사건번호 따놓고, 배당 절차도 바꿨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입력 : 2019.03.07 06:00:04 수정 : 2019.03.07 09:43:33

 

‘양승태 대법’ 통진당 행정소송 배당조작 어떻게

‘통진당 항소’ 접수 전 사건번호 따놓고, 배당 절차도 바꿨다
 

“행정처 관심 커…행정6부로” 
심상철 전 고법원장 지시에
담당자, 다른 사건 접수 중단 
미리 찍어놓은 번호에 맞춰
다음날 통진당 사건 첫 접수 

배당 프로그램 조작 방법은 
관련자들 함구해 파악 난항

검찰이 지난 5일 심상철 전 서울고법원장(62·현 수원지법 성남지원 판사)을 재판에 넘기면서 법원의 재판배당 조작이 처음으로 법의 심판대에 올랐다. 서울고법은 ‘양승태 대법원’의 지시에 따라 옛 통합진보당 관련 행정소송이 특정 판사에게 배당되도록 사건 접수도 하기 전에 사건 번호만 미리 따 보고하고, 배당 절차 역시 임의로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사건 관련자들이 함구하면서 법원이 배당 프로그램을 어떻게 조작했는지는 여전히 미궁에 빠져 있다.

심 전 법원장은 2015년 12월 순번에 따른 배당 원칙을 어기고 옛 통합진보당 국회의원들이 정당 해산 후 제기한 지위확인 행정소송의 항소심 재판을 행정6부 김광태 부장판사에게 배당하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를 받고 있다. 

사정당국에 따르면 심 전 원장은 그해 12월2일 사건배당을 확인하는 역할을 맡은 최모 과장에게 “법원행정처가 통진당 사건에 관심이 많다. 행정6부 김 부장판사에게 배당돼야 한다”며 “사건 번호를 미리 하나 잡아보라”는 취지로 지시했다. 심 전 원장의 지시를 전달받은 사건배당 담당자 오모씨는 그날 오후 통진당 사건이 항소돼 올라온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다른 사건 접수를 중단했다. 통진당 사건의 사건 번호를 이튿날 접수하는 첫 사건으로 미리 따놔야 했기 때문이다. 메모지에 적힌 사건 번호는 심 전 원장을 통해 행정처에 전달됐다. 사건 번호를 순번에 맞지 않게 따로 채번하는 것은 ‘법관 등의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에 관한 예규’ ‘직무편람’ 위반이다.

오씨는 12월3일 오전에 통진당 사건을 접수했지만 배당 절차를 밟지 않고 이튿날인 12월4일 오전에 배당 결재를 올렸다. 3일에 배당 결재를 올리면 뒷순번인 김 부장판사에게까지 배당 순번이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미뤘다고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통진당 사건은 4일 오후 김 부장판사에게 배당됐다. 통상 다른 사건들은 오전에 결재를 올리자마자 배당되는 것과 차이가 난다. 검찰은 그사이 미리 빼놓은 사건 번호로 배당 프로그램 조작 작업이 이뤄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실제 어떻게 배당 프로그램이 조작됐는지는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했다. 법원이 해당 자료는 보관 시한이 지나 폐기됐다고 하고, 관련자들도 함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 전 법원장이 자신에게 지시한 법원행정처 간부가 누군지도 진술하지 않아 특정하지 못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누가 지시했는지, 배당 프로그램 조작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밝혀진다면 해당 부분은 앞으로 추가 기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2009년 신영철 전 대법관이 서울중앙지법원장으로 촛불집회 관련 재판을 특정 재판부에 지정배당해 큰 비판을 받았던 전례가 있는데도 법원의 배당 조작이 계속돼왔다는 데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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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3070600045&code=940301#csidx3ee5ed1308d6faf8a74c9a3257d94b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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