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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어쩌다 마주친 탄력근로제, 과로사 조장하는 법이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9/04/18 09:43
  • 수정일
    2019/04/18 09:43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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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4.28 산재사망 추모 결의대회...탄력근로제 기간확대 중단 등 촉구

양아라 기자 yar@vop.co.kr
발행 2019-04-17 18:37:26
수정 2019-04-18 08:5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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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사랑채 앞에서 열린 4.28산재사망 추모, 죽지 않고 일할 권리 쟁취 민주노총 투쟁 결의대회에서 민주노총 조합원이 산재 사망 기업 처벌 강화를 촉구하며 손피켓을 들고 있다.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사랑채 앞에서 열린 4.28산재사망 추모, 죽지 않고 일할 권리 쟁취 민주노총 투쟁 결의대회에서 민주노총 조합원이 산재 사망 기업 처벌 강화를 촉구하며 손피켓을 들고 있다.ⓒ민중의소리
 
 

"버스 운전 노동자들은 하루 16시간씩 운전하다가, 졸음운전을 해 사고가 나고는 괴로워했습니다. 그들은 작년에 근로기준법이 바뀌면서, 노동시간 특례에서 제외돼 인간답게 일하고 살 수 있을까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탄력근로제가 도입되면서, 결국 16시간 하던 운전을 그대로 하고 있다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옵니다."
(직업환경의학전문의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발언 내용 중)

해마다 산재사고로 목숨을 잃는 노동자는 2,400여명, 과로사로 숨진 노동자는 한 해 370명이다. 2017년 한국의 평균 노동시간은 2069시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2위를 차지했다. 이는 OECD 국가 평균(1763시간)보다 306시간을 더 일하는 것이다. 이처럼 대한민국은 여전히 '과로 공화국'이다.  

오는 28일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을 앞두고, 전국 각지에서 모인 노동자들이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노동자 참여로 쟁취하자"며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17일 오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은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4․28 산재사망 추모 및 죽지 않고 일할 권리 쟁취, 민주노총 투쟁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모두에게 산안법(산업안전보건법)을'이라고 적힌 빨간색 햇빛 가리개를 머리에 썼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라는 송골매 노래를 '어쩌다 마주친 탄력근로제'로 개사해 부르며 '탄력근로제 개악저지', '살인기업 처벌강화'가 적힌 부채 피켓을 손에 쥐고 흔들었다.

"어쩌다 마주친 탄력근로제/노동시간 고무줄 되었네/어쩌다 마주친 탄력근로제/과로사를 조장하는 법이네/국회에게 할 말이 있는데~왜이리 귀 막고 있을까./공짜노동 탄력근로제/노동자만 쥐어짜네./더이상 못참겠다./투.쟁.으.로. 개.악.저.지." 
(송골매 '어쩌다 마주친 그대'를 개사한 민주노총 '열정페이(가칭)' 팀의 '어쩌다 마주친 탄력근로제' 노래 가사 중) 

 

민주노총은 ▲과로사를 합법화하는 탄력근로제 확대 개악 중단 ▲ 모든 노동자에게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적용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위해 노동자 참여 보장 ▲위험의 외주화 금지, 원청 책임 강화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을 제정 등을 요구했다.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과로사회를 멈추자고 하면서, 정작 국회엔 재벌 대기업의 청부입법인 '탄력근로제'를 처리해달라고 요구한다"며 "'탄력근로제'는 주당 최장 80시간에 달하는 장시간노동, 휴일 없는 연속노동을 가능하게 한다. 노동자에게는 과로사를 사용자에게는 공짜노동 천국을 만들어주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도급인 책임범위 확대와 유해 작업 도급 금지로 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하자고 했지만, 산안법의 실행도구인 시행령에는 구의역 김군도, 발전소 김용균 노동자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산재사망을 절반으로 감축하겠다'는 것은 대통령과 정부의 약속이었다"며 "정부는 이제라도 탄력근로제 개악을 멈추고 위험의 외주화 금지를 명확하게 담은 산안법 시행령을 만들어, 차별없이 모든 노동자에게 산안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사랑채 앞에서 열린 4.28산재사망 추모, 죽지 않고 일할 권리 쟁취 민주노총 투쟁 결의대회에서 민주노총 조합원이 산재 사망 기업 처벌 강화를 촉구하며 손피켓을  들고 있다.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사랑채 앞에서 열린 4.28산재사망 추모, 죽지 않고 일할 권리 쟁취 민주노총 투쟁 결의대회에서 민주노총 조합원이 산재 사망 기업 처벌 강화를 촉구하며 손피켓을 들고 있다.ⓒ민중의소리

지난해 12월, 28년만에 산안법 개정이 이뤄졌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고(故) 김용균 씨의 죽음과 유가족의 투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김용균 씨의 어머니인 김미숙 씨는 이날 무대에 올라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한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개정과 산재 기업 처벌 강화를 촉구했다.

김미숙 씨는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면 개정됐지만, 용균이가 들어있지 않은 반쪽짜리 법안으로 통과됐다"며 "위험의 외주화 금지는 하지 못하더라도, (장관) 도급 승인 대상에 화력발전소가 포함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 씨는 "다발성 중대재해는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며 "전력산업 운전설비 사회 곳곳에 놓여있는 컨베이어벨트, 궤도장비, 조선업, 건설업 등 모두 도급승인 대상에 들어가야 안전사고 재발 방지가 되지 않겠냐"고도 말했다.

직업환경의학전문의인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는 "근무일수를 줄여서 (주당) 전체평균이 52시간만 되면, 상관없다는 얘기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심지어 3달, 6달까지도 매주 64시간씩 일하고 나머지 기간동안 주 40시간 일하면, 사람 몸의 피로가 평균 주 52시간 만큼 쌓이냐. 절대 그렇지 않다. 3개월 동안 일한 평균 노동시간이 50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아도, 열흘 동안 과로하다 과로사하는 노동자가 일 년에도 수십명이 넘는다"고 주장했다.

최민 활동가는 "근로일 사이에 11시간 연속 휴식을 준다고, 마치 큰 은혜라도 베푸는 것처럼 얘기한다"고 비판하며 "주 64시간 일하면 아침 9시에 출근해서 밤 10시에 퇴근하는 것을 월화수목금 5일하고도 주말 4시간 더 일해야 된다"며 "9시에 출근해서 밤 12시까지 일하면 다음날 2시간 늦게 출근할 수 있는 게 겨우 11시간 연속 휴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재계는 근로기준법이 주 52시간이 아니라 주 40시간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절대 왜곡해서는 안 되며, 향후 주 40시간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어떤 나라에서도 모든 산업에 일률적으로 12시간 연장 근로 시간을 인정하는 법이 없다"면서 "실제로 과로사를 없애겠다 하면, 연장근로 12시간을 모든 산업에 무조건 허용하는 근로기준법부터 뜯어고쳐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특수고용노동자, 5인 미만 사업장, 감시단속노동자, 1차산업노동자들한테도 노동시간 규제가 적용되야 된다. 남아있는 59조 특례부터 철폐해야 한다"며 "연장근무를 하더라도 하루에 10시간 이상은 못시키도록 하는 새로운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은 산안법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학습지 교사, 골프 캐디, 대리운전기사, 레미콘·건설기계노동자 등 전국 약 250만명의 특수고용노동자들은 산재 보험을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

공공운수 화물연대본부 오윤석 수석부본부장은 "우리나라 고속도로에서 하루 평균 화물차로 인해 돌아가시는 분이 3명이라고 한다. 도로공사에서 발표한 내용"이라며 "화물차 노동자들은 파이프에 맞아서 죽고, 교통사고 나서 죽고, 짐 싣다 죽고 참 어렵다"며 열악한 현실을 토로했다.

오 수석부본부장은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은 사장이라는 이유로, 산재보험을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비정규직, 특수고용직 노동자뿐만 아니라 모든 노동자들이 산업재해에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는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발언 이후, 조합원들은 "진짜 사장 나와라. 원청이 책임져라"라고 응답했다.  

건설노조 부위원장인 김인호 전기분과 위원장은 한국전력이 발주처로서 책임이 강화돼야 노동자 안전과 배전시설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김 전기분과위원장은 "한전은 1년에 1조 2천억이라는 공사를 발주한다. 그런데 어째서 한국전력이 발주처임에도 산안법에 빠져 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에서 산재사고가 나면, 원청이 책임을 져야함에도, 노동자들한테 떠밀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결의문을 통해 "단위 사업장에서 도급금지, 원청책임 강화, 특수고용노동자 보호, 일터 괴롭힘 금지 등 개정된 법의 실질적 적용을 위한 단체협약 투쟁을 전면적으로 전개할 것"이라며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해 시민사회와 연대하고 현장을 조직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노동자들은 집회 후, 산재로 사망한 노동자들을 추모하며 수 백개의 영정을 들고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광화문을 거쳐 보신각까지 행진을 펼쳤다.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사랑채 앞에서 열린 4.28산재사망 추모, 죽지 않고 일할 권리 쟁취 민주노총 투쟁 결의대회에서 민주노총 조합원이 산재 사망 기업 처벌 강화를 촉구하며 영정을  들고 있다.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사랑채 앞에서 열린 4.28산재사망 추모, 죽지 않고 일할 권리 쟁취 민주노총 투쟁 결의대회에서 민주노총 조합원이 산재 사망 기업 처벌 강화를 촉구하며 영정을 들고 있다.ⓒ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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