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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종이 골칫거리 외래종 퇴치, 호주 딩고 재평가

외래종이 골칫거리 외래종 퇴치, 호주 딩고 재평가

조홍섭 2019. 04. 26
조회수 3992 추천수 1
 
5천년 전 들여온 들개가 토종 킬러 들고양이 박멸
 
d1.jpg» 원주민의 개가 야생화한 딩고는 외래종이지만 오스트레일리아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로서 중요한 기능을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수천만년 동안 다른 대륙과 격리된 오스트레일리아는 독특한 생태계를 갖췄지만, 사람이 들여온 외래종이 종종 폭발적으로 늘어나 토종 생물을 위협한다. 유럽인보다 훨씬 앞서 3500∼5000년 전 원주민이 데려온 개가 야생화한 딩고는 최초의 외래종 가운데 하나다.
 
딩고는 수가 크게 불어나지는 않았지만, 유럽인의 목장에서 가축을 노리는 ‘해로운 동물’로 기피 대상이 됐다. 1880년대 농민들은 오스트레일리아 남동부의 풍요로운 목장을 딩고로부터 지키기 위해 길이 5614㎞의 세계에서 가장 긴 울타리를 쳤다.
 
아직 남아있는 이 울타리는 딩고라는 최상위 포식자와 외래종으로 들여와 퍼진 중간 포식자인 들고양이 사이의 관계를 연구하는 적절한 장소이기도 하다. 뉴사우스웨일스 주와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주 사이의 울타리는 주 경계를 따라 직선으로 설치돼, 다른 조건은 동일하고 단지 딩고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생태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할 절호의 조건을 제공한다.
 
d2.jpg» 딩고의 분포와 ‘딩고 울타리’의 위치. 울타리 중간의 직선 부분이 이번 연구 대상지이다. 갈색은 순종 딩고 서식지를 가리킨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벤자민 페이트 스웨덴 농업과학대 생태학자 등 스웨덴과 오스트레일리아 연구자들은 2011∼2017년 동안 주기적으로 울타리 양쪽에서 딩고와 들고양이의 배설물을 찾아 분석하고 야간에 조명을 이용해 개체수를 조사했다. 이들은 과학저널 ‘생태계’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딩고가 들고양이에 대해 강력한 포식 압력을 가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집고양이가 야생에 흘러든 들고양이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최근 큰 문제가 되고 있다. 210만∼630만 마리로 불어난 들고양이가 매일 잡아먹는 야생동물은 새 100만 마리, 도마뱀 등 파충류 200만 마리에 이른다. 들고양이 한 마리의 위장에서 도마뱀 40마리가 나온 일도 있다.
 
d3.jpg» 들고양이가 오스트레일리아 토종 생물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토종 앵무인 코카투를 잡아먹는 들고양이 모형. 마크 마라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
울타리 안쪽으로 딩고가 침투해 들어오기는 하지만, 보이는 족족 사살하기 때문에 개체수는 극히 적다. 연구자들의 관심은 딩고가 없을 때 들고양이가 과연 늘어날까 아닐까였다.
 
딩고는 캥거루를 가장 즐겨 사냥한다. 무리 지어 캥거루가 지칠 때까지 추격해 기다리던 딩고가 목 뒤를 문다. 소와 유럽산 토끼도 주요 먹이이다. 연구자들은 딩고의 배설물에서 1% 비율로 들고양이 부위를 찾아내, 딩고가 들고양이를 잡아먹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장기 조사 결과, 딩고가 극소수인 울타리 안쪽에서 들고양이 수는 먹이 동물인 토끼와 쥐가 풍부하면 늘어났다 먹이가 줄면 함께 감소했다. 기존 생태학 이론에서 예측한 대로였다.
d4.jpg» 딩고로부터 양을 지키기 위해 설치한 지상 최장 구조물인 ‘딩고 울타리’ 모습. 피터 우다드,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그러나 딩고가 흔한 울타리 밖에서는 예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 기존 이론 대로라면, 상위 포식자에 의해 들고양이 개체수는 낮게 유지되지만, 들고양이와 딩고의 수는 먹이 동물이 얼마나 풍부한가에 따라 변동을 거듭할 것이다.
 
먹이가 많으면 들고양이에 대한 압력도 줄어 들고양이가 줄어들지 않아야 정상이다. 딩고와 들고양이의 먹이는 70∼80% 일치한다.
 
그러나 딩고의 수는 줄곧 많았던 울타리 밖에서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 먹이가 풍부한데도 들고양이의 수는 늘지 않았다. 2015년부터는 들고양이가 울타리 밖에서 사실상 사라졌다. 
 
연구자들은 “들고양이가 급격히 준 것은 딩고와의 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딩고가 직접 들고양이를 잡아먹거나 서식지에서 쫓아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두 포식자의 주요 먹이인 토끼와 토종 쥐는 모두 모래언덕에 굴을 파고 살아가는데, 이곳에서 딩고와 들고양이는 만날 수밖에 없다”고 논문은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울타리 밖의 먹이 자원이 울타리 안보다 10배 많았지만 들고양이는 살아남지 못했다. 연구자들은 “딩고는 들고양이뿐 아니라 외래종 여우, 야생화한 돼지, 염소 등을 제거하고 캥거루가 과다 번식하는 것을 억제한다”며 “최상위 포식자는 생태계의 건강과 균형에 중요한 기여를 한다”고 밝혔다.
 
Jarrod Amoore_Dingo_walking.jpg» 한때 독약을 놓아 죽이던 딩고가 외래종을 퇴치하는 포식자로 생태적 기능을 인정받고 있다. 제러드 아무어,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오스트레일리아 중앙정부는 1999년 딩고를 “1400년 이전부터 살았던 자생종”이라며 보호동물로 지정했지만, 지역 당국에 따라 유해동물로 지정한 곳도 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Benjamin Feit et al, Apex Predators Decouple Population Dynamics Between Mesopredators and Their Prey, Ecosystemshttps://doi.org/10.1007/s10021-019-00360-2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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