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은 왜 사회에서 버림받은 사람처럼 살아야 하나요? 왜 이 나라는 국민의 목숨을 지켜주지 않나요. 엄청 많은 사람들이 이 아픔을 가지고 있다는 걸 이제야 알았습니다.”
‘국제 산업재해사망자 추모의 날’인 28일, 수많은 ‘김용균들’의 유족이 경기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에 모였다. 산재피해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들의 유족과 동료들은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의 묘비·추모조형물 제막식에서 그를 추모하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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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故김용균시민대책위원회와 민주노총 등은 28일 경기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 김용균씨 묘소 앞에서 중대채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김씨 묘비와 추모조형물 제막식을 가졌다. 사진=김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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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추모제에는 삼성전자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 고 황유미씨, CJ 현장실습생 고 김동준군, LG유플러스 현장실습생 고 홍수연양, 토다이 현장실습생 고 김동균군, tvN 고 이한빛 PD 등의 유족이 자리했다. 삼성반도체 직업병 피해자 한혜경씨와 어머니 김시녀씨, 아현동 강제철거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박준경씨의 유족도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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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가 28일 경기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 김용균씨 묘소 앞에서 열린 김씨 묘비와 추모조형물 제막식에서 말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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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故김용균시민대책위원회와 민주노총 등은 28일 경기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 김용균씨 묘소 앞에서 중대채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김씨 묘비와 추모조형물 제막식을 가졌다. 사진=김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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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숙씨는 “날벼락으로 자식을 잃어도 미치겠는데, 사회로부터 죽임을 당해 억울하고 분한 마음에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난다. 그렇게 새벽을 맞이한 지 4개월이 지났다”며 입을 열었다. 김씨는 “여기저기서 자살하고, 떨어져 죽고, 눌려 죽는 희생들이 기업들과 정치인들의 선택에 비롯한다는 사실에 정말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국가가 노동자 안전에 대한 책임을 기업에 물어야만 ‘위험의 외주화’가 끝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동자가 일터에서 다치거나 숨지면 정부책임자와 사업주를 처벌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기업살인법) 제정을 촉구했다.
황상기씨(고 유미씨 아버지)는 “정부가 노동자를 다치고 죽게하는 업장에 오히려 상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가 정신차려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위험의 외주화로) 노동자가 사고를 당하고, 죽고 병들어도 정부는 오히려 국민 세금으로 산재보험료 혜택을 준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만들어 위험한 환경을 방치한 데 엄벌을 가해야만 안전해진다”고 했다.
김동준군 어머니 강석경씨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만들어 현장실습생이든 비정규직이든 그 누구라도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며 “만들지 않는 사람은 범죄자이며, 말하지 않는 이도 큰 죄”라고 말했다. 김미숙씨는 “기업이나 정치인은 자기들 스스로 하지 않는다. 국민들과 유가족이 직접 나서야 정치인들이 떠밀려서라도 법을 제정하리라 본다”며 “시민들이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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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경기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 김용균씨 묘소 앞에서 열린 추모제에서 참가자들이 김씨의 조형물 앞에 헌화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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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비와 추모조형물 제작에 참여한 조각가 나규환씨는 그 과정을 소개하며 소회를 밝혔다. 노란색 조형물은 김씨가 작업복을 입고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묘비에는 아버지 김해기씨와 용균씨, 어머니가 함께 환하게 웃는 모습이 담겼다.
나씨는 “융균님의 부모님은 그가 태안화력에서 작업복을 입고 자전거를 타며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을 가지고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태안화력발전소 현장에 가보니 그 공간 자체가 너무나 비현실적이라 한 번 놀랐다. 다른 노동자들이 사진 속 용균씨와 같은 복장으로 자전거를 타고 다녀, 김용균들을 보는 것 같아 다시 놀랐다”고 했다. 주최측은 묘비 그림의 경우 김씨가 성인이 된 뒤 함께 찍은 사진이 없어 이미지작업을 거쳤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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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김용균씨 아버지 김해기씨가 생전 용균씨가 작업복을 입고 자전거 탄 모습을 담은 노란색 조형물을 만지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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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김용균씨의 묘비. 사진=김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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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공원엔 30년 전 원진레이온에서 일하다 수은중독으로 숨진 문송면 군이 잠들어 있다. 자신이 어떤 처지와 조건에서 일하는지도 모르면서 하루이틀 스러져갔다”며 “이제는 ‘노동자 한 사람의 목숨이 자본가 한 사람의 목숨과 다르지 않다’는 게 현실이 되게 해야 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윤을 위해서 노동자의 목숨값을 요구한다면 그들은 이윤조차도 탐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산업재해 노동자들의 죽음을 다시 기억하자. 사회가 기업의 잘못을 묻는 세상을 만들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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