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소속 의원들이 26일 국회에서 이상민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의 히의실 입장을 가로막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정의철 기자
여야 4당이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기로 합의했던 4개 법안을 막기 위해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든 자유한국당은 그 순간에도 보수 성향의 유튜브를 활용해 사실과 동떨어진 자신들의 일방적인 주장을 지지층에 전달했다.
지난 24~26일 자유한국당이 국회에서 점거농성을 벌인 곳에는 카메라 또는 휴대폰 카메라로 유튜브 방송을 하는 '유튜버'들이 따라붙었다.
국회의원의 주최로 열린 공개적으로 토론회 등에 유튜버들이 몰린 적은 있어도, 본회의와 각 상임위원회 회의 등이 열리는 국회 본청에 유튜버들이 몰려와 하루종일 생중계를 하는 건 거의 전례가 없는 일이다.
자유한국당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따라붙는 유튜버들
자유한국당은 기자회견이나 점거농성을 벌일 때 적극적으로 유튜버를 찾아다녔다.
자유한국당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25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당직자에게 "'신의한수' 왔나? 유튜브, 유튜브"라고 물어봤다. 정 의장은 주변에 있던 기자들을 의식한 듯 "(우리의 목소리를) 다 내보내주지 않을 거라서 유튜브 방송이 와야 한다"라고 목청을 높였다.
'신의한수'는 현재 66만여 명의 구독자를 가진 보수 진영에선 유명한 유튜브 채널이다. '문재인 대통령 보톡스' 등 가짜뉴스를 유포하면서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에 의해 명예훼손으로 고발 당한 유튜브다.
자유한국당이 지난 1~2월 문재인 대통령의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임명에 반발하며 릴레이 농성을 벌일 때에도 '신의한수'는 자유한국당의 요청으로 국회 본청에 들어와 매일 농성장에서 의원과 인터뷰를 하는 방송을 한 적이 있다.
국회 본청 내 유튜버의 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늘어났다. 자유한국당은 7층짜리 국회 본청 내 곳곳을 점거하고 있었는데, 그 곁에는 언제나 유튜버들이 따라붙을 정도였다. 육탄전이 크고 빈번하게 벌어졌던 7층 의안과 앞에서도 한 눈에 봐도 5명이 훌쩍 넘는 유튜버들이 있었다.
26일 법안 제출이 모두 완료된 뒤 가까스로 열린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회의실 밖 복도에서도 3명의 유튜버들이 나란히 서서 자유한국당의 농성을 실시간으로 방송하고 있었다.
유튜브 '신의한수' 채널에 올라온 자유한국당 농성과 집회 관련 영상들.ⓒ유튜브 캡처
여야 몸싸움에 '참전'하거나 구호 외치는 유튜버도
유튜버들의 등장에 국회 곳곳에서는 크고 작은 실랑이들이 빚어지기도 했다. 33년만에 경호권이 발동될 만큼 국회 안은 삼엄한 분위기였다. 그런 가운데 유튜버들이 국회 안을 활보하고 다니자 국회 경위 및 방호원들은 이들의 방송을 제지했다. 하지만 소용은 없었다.
'신의한수'는 이번에도 자유한국당의 요청에 따라 국회 본청에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 '신의한수'는 지난 24일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의 사보임에 반대하며 국회의장실을 들이닥쳤을 때에도 이를 생중계하고 있었다.
'신의한수' 진행자는 당시 국회 사무처 직원에게 촬영을 제지 당하자 "어제도 촬영을 했다"라며 "원내대표실에서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의한수'는 "절차적으로 취재증을 받아야 한다"는 국회 직원의 제지에 하는 수 없이 방송을 접는 듯 했다. 하지만 '신의한수'는 그 이후에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자유한국당의 국회 점거농성 등을 생중계했다.
'잔다르크tv'도 지난 25일 국회 본청에서 생중계를 하던 도중 국회 직원이 '출입증을 보여달라. 어떻게 여길 왔냐'고 묻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실에 관계된 사람"이라고 답했다. 결국 '잔다르크tv'도 현장에서 촬영 금지를 당했지만, 이후에도 계속 촬영하고 방송한 것이 유튜브 채널을 통해 확인된다.
국회 내 취재를 관리하는 미디어담당관실 관계자는 "'신의한수'가 찾아오긴 했다. 하지만 취재를 허가해주진 않았다. 어떤 유튜브도 취재를 허가하지 않았다"라며 "언론사가 아닌 일반인에겐 취재증을 내주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통상 언론사도 일정 수준의 요건이 돼야 취재증이 나온다. 상시 출입증을 얻기 위해서는 열흘 가량 소요되는 신원 조회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거치지도 않고 유튜버들이 국회 본청을 활보하며 방송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국회의원의 개별적인 허가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국회청사에서의 촬영 등에 관한 내규(4월 17일 일부개정)'에 따르면, 방송 등 외부 공표를 목적으로 국회청사에서 촬영 등을 하려는 사람은 촬영일 전날 별지 서식의 국회청사 신청서를 국회사무총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다만, 예외 규정을 두고 있는데 '국회의원의 인터뷰 등을 위한 촬영으로서 해당 국회의원으로부터 사전 동의를 받은 경우'가 그중 하나이다. 일반인인 유튜버가 국회 본청에 들어올 수 있었던 것도 국회의원의 동의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외에는 국회에 출입할 수가 없다.
미디어담당관실 관계자는 "유튜브의 경우 방송을 해서 광고로 수익을 얻지 않나. 공익으로 보기 어려운 것 같아서 (취재는) 안 된다고 했지만, (나경원) 원내대표실 측에서 정당을 촬영하는 게 왜 공익이 아니냐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그는 "결국 '예외 규정'을 적용했다"라며 "우리도 고민이 많다"라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나경원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저희가 취재와서 의원들을 인터뷰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라면서도 "'신의한수' 외에는 우리가 부른 적이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유튜버들의 활동은 단지 '국회의원 인터뷰'에 한정되지 않았다.
자유한국당과 민주당이 법안 제출 문제를 둘러싸고 서로 밀고 당기며 몸싸움을 벌일 때 이에 슬쩍 합세하는 유튜버가 있는가 하면, 자유한국당이 Y모 방송사를 향해 '사실 그대로 방송하지 않는다'고 항의하며 외친 "공정방송" 구호를 따라 외치는 유튜버도 있었다. 반대로 한 유튜버가 구호를 선창하면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따라 구호를 외치는 일도 벌어졌다. 국회 안에서는 물론 기자회견을 하는 장소인 정론관에서도 구호를 외치거나 물리력을 행사하는 것은 철저히 금지돼 있다.
혼란 속에 기자들과 유튜버들 사이에서 실랑이가 빚어지기도 했다.
26일 오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농성 중인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생중계하고 있는 유튜버들.ⓒ민중의소리
보수 유튜브를 정치에 끌어들인 자유한국당,
사실과 동떨어진 주장 쏟아내며 지지층 결집
이처럼 자유한국당이 보수 성향의 유튜브를 직접 정치에 끌어들인 것은 자신의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자유한국당이 물리력을 동원해 국회 의안과에 법안이 제출되는 것을 막고, 회의를 열지 못하게 막는 것은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을 위반하는 것을 넘어 국회 기능을 마비시킨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가로막고 있는 법안은 고위공직자의 범죄를 철저히 수사하기 위한 기구(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와 검찰의 무소불위 권한을 견제하기 위한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것이다. 또 하나는 민심이 그대로 선거 결과에 반영되도록 하는 선거제도 개혁 법안이다. 이를 요구하는 국민 여론도 높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이들 법안은 곧 "좌파독재"이며, 이를 막는 것은 "불법에 대한 저항"이라며 자신들의 폭력적인 행위를 정당화하고 있다.
이러한 자유한국당의 주장은 가감 없이 그대로 유튜브 방송을 통해 지지층에 전달되고 있다. "헌법수호", "독재타도"와 같은 구호는 앞뒤 맥락을 모르면 마치 자유한국당이 '민주투사'가 된 듯한 왜곡된 이미지를 심어주기도 한다.
이는 주말인 27일 광화문에서 열린 자유한국당의 장외집회에서도 이어졌다. 나 원내대표는 여기에서도 사실과 동떨어진 주장들을 쏟아내며 앞으로도 대정부 투쟁을 벌여나갈 것을 지지자들 앞에서 천명했다. 자유한국당의 집회에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함께 든 극우 성향의 '태극기부대'도 대거 합류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성제준(30)씨가 직접 연설에 나서기도 했다. 그는 "문재인 집단과 집권여당은 대한민국의 적"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끝까지 자유민주주의를 유린하고 무시하면 저는 당당하게 제 신념을 가지고 '문재인 스톱'이라고 외치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28일 논평을 통해 "자유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이 주도하고 여야 합의로 만든 국회법에 따라 정당하게 패스트트랙을 추진하는 것인데, 이에 반대하여 폭력을 쓰는 게 무슨 방어권인가"라며 "불법점거, 특수 감금, 폭력점거 등을 방어권이라고 둘러대는 나 원내대표의 혹세무민에 말문이 막힌다. 나 원내대표는 그 뻔뻔한 입 다물라"라고 일갈했다.
자유한국당 당원들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 규탄대회를 하고 있다. 2019.04.27ⓒ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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