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를 사사건건 틀어막고 한국의 군사주권을 조롱하는 미국과 유엔사의 폭거가 가관의 끝으로 내달리고 있다. 미국 유사시 한국군 파병을 운운하는 것도 모자라, 일본 자위대 개입 허용, 통일부 장관의 DMZ 방문까지 사사건건 틀어막는 평화방해세력 유엔사의 집요하고 뻔뻔한 수법을 하나하나 파헤쳐 본다.
미국 유사시 한국군 용병으로 부리겠다는 미국
최근 미국이 유사(전쟁 발발 등) 시 한국군에 파병을 요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한반도 유사시’로 그 범위가 제한되어있는 한미동맹의 <한미 동맹위기관리 각서>에서 ‘미국 유사시’ 문구를 추가하자는 것이다.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미국이 호르무즈, 남중국해 등 분쟁지역에 사실상 한국군을 용병으로 강제 동원하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난 2003년 명분 없는 이라크전쟁에 억지로 파병해야 했던 때를 기억한다. 미국이 벌인 부당한 전쟁에 참여하자 국론이 분열됐고 온 나라가 젊은이들의 무사귀환에 온통 신경을 기울여야만 했다. 다시 2019년을 돌아보자. 각서에 나와 있듯 미국의 요구대로 된다면 ‘이라크전쟁은 저리 가라’ 수준이다. 우리 소중한 젊은이들이 타국에서 전쟁 볼모로 붙잡히는 일상이 펼쳐지게 된다.
이렇게 된 발단에는 평화·번영·통일로 나아가는 한반도의 정세 전환이 있다. 한미 양국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논의하며 한미연합사령부를 미래사령부로 개편하기로 했다. 공개된 합의내용을 보자면 4성 장군 주한미군사령관이 한미연합사령관을 맡던 지금의 체계에서 부사령관이던 한국군 대장(4성 장군)이 사령관으로 오르게 된다.
‘2018 국방백서’에는 “전작권이 전환되면 한국군 연합사령관이 유사시 미국의 증원전력을 포함한 대규모의 한미연합군을 지휘하여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미군이 타국군의 지휘·통솔 하에 들어가는 건 역사상 전후무후한 일이다. 과연 초강대국을 자처하는 미국이 가만히 있을까. 전작권 전환에 담긴 미국의 꿍꿍이를 제대로 읽어야 할 이유다.
남북통일이 가까워지고 평화가 번성한 한반도에서 미군 철수 여론은 급격히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것은 미국으로서는 매우 손해 보는 일이다. 유라시아 대륙과 태평양을 겨눈 유일한 육지 거점인 한반도에서 발을 빼게 되기 때문이다. 동북아에서 어떻게든 군사패권을 유지하려는 미국으로서는 한반도 철수를 포기할 수 없다.
그러자 미국은 손아귀에 쥔 유엔군사령부(유엔사·UNC)를 이용하는 방향으로 수법을 바꿨다. 지난 6월 유엔사가 한국 정부 몰래 독일 측과 협의, 독일군 연락장교를 평택 유엔사 본부에 파견하려 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국방부는 “이번 사안은 우리 정부와의 사전 협의나 동의 없이 취해진 조치”라고 밝히며 미국의 망동을 가까스로 무마시켰다. 하마터면 독일군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유엔군으로 편입될 뻔 했다.
이밖에도 미국은 유엔사를 ‘평화유지 다국적군’으로 꾸미는 세몰이에 나섰다. 앞서 유엔사는 지난해 창설 이후 주한 미7 공군 사령관이 겸임하던 부사령관직 자리에 처음으로 캐나다 육군대장 출신 웨인 웨어를 앉혔다. 그러더니 올해에는 호주 해군 소장 스튜어트 마이어를 유엔사 부사령관으로 임명했다.
반면 유엔사령관을 겸직한 주한미군사령관이 유엔사를 지배하는 구조는 전혀 변함없다. 미국은 한국군 앞으로 유엔사 참모직 100여 자리 중 50%를 유엔사 회원국 인사로 채우겠다는 통보를 보내기도 했다. 유엔사를 다른 나라들도 참가하는 다국적군인양 세탁하겠다는 의도다.
훗날 미래연합사에서 한국군 대장이 사령관을 맡게 된다고 치자. 이때에도 한국군은 꼼짝없이 ‘주한미군사령관=유엔사령관’의 통제를 받게 된다. 전작권 전환은 유엔사가 존재하는 한 영원히 불가능하다. 유엔사야말로 한반도에서 패권을 잃을 위기에 전전긍긍하는 미국의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만능열쇠다. 적어도 미국은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
한국군 작전계획에 ‘아닌 밤중에 아베’
일단 10월 17일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 겸 유엔사령관은 “유엔사령부를 작전사령부로 탈바꿈하려는 비밀계획 따위는 없다. 가짜뉴스다”라며 군사주권 침해 논란에서 슬그머니 발을 빼긴 했다. 그런데 유엔사의 주장은 거짓말이다. 앞서 9월 25일, 내정자 신분이던 에이브럼스는 미 의회 상원 군사위 인준청문회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미국의) 태평양 지역의 전략적 중요성은 과거 수십 년에 걸쳐 증대해 왔다. 동북아시아 성공의 토대는 주로 우리가 오랜 시간 이룩한 유엔 전력 제공국과의 특별한 관계와 우리의 인도·태평양 이웃 국가들 특히, 일본과 한국에 놓여 있다.”
이와 관련해 10월 30일자 한국일보 보도가 논란에 정점을 찍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가 올 8월부터 실시한 위기관리참모훈련에 트럼프와 아베의 통화 상황이 가정되어 있었다는 것. 통상적으로 한미연합훈련은 미국이 주도한 작전계획(작계)대로 진행되어 왔고 한국군의 개입은 최소화됐다.
그런데 미국이 훈련내용에 생뚱맞게 ‘미일 양국 정상 간 통화’로 일본을 끌어들인 것이다. 자위대의 개입은 전례 없는 일이다. 미국이 한국을 배제한 채 자위대의 한반도 개입을 적극 용인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국방부는 “일본은 한국전쟁 참전국이 아니라서 전력제공국으로 활동할 수 없다”며 유엔사의 일본 동참은 어림없다고 하지만 미국의 입장은 다르다. 주한미군은 지난 7월 11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전략 다이제스트 2019(한글판)’를 통해 “유엔사는 유엔 전력제공국의 병력 증원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며 “(한반도) 위기 시 일본과의 지원 및 전력 협력을 지속적으로 보장할 것”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이와 관련해 유엔사는 보도자료에서 “유엔사는 일본을 전력 제공국으로 제안하지 않았고 일본도 요청하지 않았다”고 강변하지만, ‘일본과의 지원 및 전력 협력’을 문서에 떡하니 명시해 놓고는 낯짝 두껍게 오리발 내비는 꼴이다.
10월 23일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 겸 유엔사령관도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한반도 유사시 일본 내 7개 유엔군 후방기지는 전력 제공국의 병력 증원 조율에서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면서 “유엔군 후방기지 유치국으로서 일본과의 논의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주권 문제로서 조율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유엔사 회원국도 아닌 일본을 한국의 반대에도 기어이 끌어들이겠다는 미국. 이로써 한국군이 미래사령부를 통해 미군을 지휘한다는 ‘국방부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이대로라면 우리 정부는 주한미군사령관, 한미연합사령관, 유엔사령관으로 감투를 돌려쓰며 자위대를 한반도를 들이는 미국 앞에서 꿀 먹은 벙어리가 될 수밖에 없다.
‘남북관계 불허’ 통일부 장관마저 갈 수 없는 DMZ
미국은 남북관계 제동도 당당하게 거론했다. 에이브럼스는 지난 9월 청문회에서 “DMZ 내 모든 활동은 유엔군사령부의 관할이다. 그들(남북)이 대화를 계속하더라도 모든 관련 사항은 유엔군사령부에 의해 중개·판단·감독·집행돼야 한다”고 했다.
“유엔사가 (DMZ 출입을) 거부하면 (한국이) 다툴 법적 절차 없다.”
10월 2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내놓은 무기력한 말이다. 군사주권·남북관계 할 것 없이 유엔사에 꽁꽁 묶여 이도저도 못하는 한국의 처지를 이만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순간이 또 있을까.
정전협정을 넓게 해석하면 유엔사는 비무장지대(DMZ)와 군사분계선을 넘어 유사시 한반도 전역에 대한 관할권을 갖는다. 유엔사는 이를 바탕으로 남북관계를 틀어막으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우선 2018년 8월, 남북 경의선 공동철도 조사를 서류미비를 구실로 거부했다. 지난 6월에는 강원도 고성의 DMZ 안에 있는 감시초소(GP) 출입을 제한하기도 했다. 유엔사는 같은 시기 고성 통일전망대를 방문하려던 김연철 장관까지 멈춰 세웠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그동안 비무장지대의 출입 문제, MDL(군사분계선) 통과 문제와 관련해 (정부와 유엔사 간) 의견 차이가 있었다”며 “그 의견 차이를 해소하기 위해 나름대로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이 ‘협의’라 애써 포장한 것과 반면 국방부는 “DMZ의 출입은 유엔군사령관의 승인이 필요한 사항”이라며 분명한 반응을 보였다.
여러분들은 6월 30일 판문점에서 있었던 역사적인 남북미 3자회동을 모두 기억하실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유엔사령관 에이브럼스의 ‘허락’을 받고나서야 DMZ와 북측 판문점에 발을 들일 수 있었다. 좀 더 정확히 바로잡자면 에이브럼스의 직속 상전인 트럼프의 ‘승인’을 받은 것이다. 주권국가 대한민국이 미국의 승인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참담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엔사는 “2018년 이후 (한국에서) 2,220여건의 DMZ 출입 신청을 받아 93% 이상을 승인했다”며 오히려 역정을 낸다. 그런데 나머지 7%에서 우리는 남북철도협력과 통일부장관의 DMZ 방문이 가로막히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유엔사의 눈꼴 시린 적반하장이다.
제주 해군기지, 한국군 포병부대 방문… 적반하장 행보
최근 들어 유엔사를 둘러싼 미국의 적반하장은 ‘이례적 일색’이다. 유엔사는 9월 20일 사상 처음으로 제주도 해군기지를 공식 방문했다. 한반도의 평화 기여를 위하겠다는 유엔사가 DMZ를 훌쩍 넘어 한반도의 남쪽 끝, 미국이 건설과정에 직접 개입한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를 찾은 것이다.
일찍이 미국은 제주도를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기지와 연결되는 군사거점으로 주시, 한국 정부에 해군기지 건설을 압박해 왔다. 이것이 중국견제를 명분으로 군사패권 유지를 위한 미국의 수작임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유엔사는 제주도 해군기지 방문으로 일본과 군사정책을 연계하겠다는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이다.
10월 23일 에이브럼스는 ‘한미연합사령관 자격’으로 포천 소재 한국군 포병부대의 실시간 사격장을 찾았다. 최병혁 연합사 부사령관, 남영신 지상작전사령관(대장)을 옆자리에 앉혀 미국의 세를 과시해놓고는 “우리는 대한민국 파트너와 날마다 어깨를 맞대며 계속해서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에이브럼스는 참관 장면을 자신의 개인 페이스북에 올리기까지 했다.
DMZ에서 포천을 넘어 이제는 제주도까지, 최근 들어 이 땅 한반도에서 거침없는 유엔사의 행보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자칫하면 한반도의 평화통일로 동북아의 주도권을 모조리 잃어버릴 수 있다는 미국의 초조함이 자리한다. 유엔사의 무리수가 잇달아 터지는 주요배경이다.
알기 쉽게 짚어보자. 현재 미 대통령이 임명한 주한미군사령관은 한미연합사령관과 유엔사령관을 동시에 겸한다. 유엔사는 어디까지나 미 대통령이 명령한 미국의 군사정책을 충실하게 수행할 뿐이다. 유엔사를 연결고리 삼아 한반도와 동북아를 통제하겠다는 미국의 수작이다.
그렇다면 유엔사의 강짜를 막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문제 해결의 열쇠는 우리에게 있다. 초조한 나머지 유엔사를 성급히 동원한 미국을 겨눠 ‘민족자주의 강력한 한방’을 날려야 한다. 최근 시민사회 각계에서 잇따르는 <방위비분담금 대폭 인상하는 미국 규탄>, <유엔사 해체> 목소리는 매우 시기적절하며 일리 있는 행동이다.
국민은 우리의 주권을 무시하며 기만하는 미국의 실체를 정확히 꿰뚫고 있다. 방위비분담금을 인상할 바에는 주한미군이 축소되거나 철수해야 한다는 여론도 50%를 넘겼다. 미국이 짜놓은 반평화·분단체제의 지휘탑, 유엔사는 구시대의 유물이다. 미국이 군사주권·남북통일의 A부터 Z까지 간섭하는 현실을 제거해야 한다. 유엔사 해체 촉구로 ‘양아치 미국’을 걷어내자. 이제 우리가 주도하는 평화로운 내일로 달려 나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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