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검찰에 경고장을 날렸다. 노 대통령은 7일 "검찰의 독립과 지금까지의 중립을 지켜내지 못한 검찰 지도부에 책임을 묻고 검찰조직의 새바람을 불어넣어 달라는 기본적인 인사 방향과 원칙을 강금실 법무장관에게 전달했다"라고 말했다. 송경희 청와대 대변인은 "법무부 장관의 제청을 받아 검찰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대통령 고유 권한"이라고 못박았다.
하지만 서울지방검찰청 검사 70여 명이 "현재 밀실에서 진행되고 있는 검사 인사를 즉시 중단하고 인사권을 검찰총장으로 이관하라"라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검찰의 집단 반발이 거세지자, 강금실 장관은 한발 물러섰다. 강 장관은 호소문을 통해 "검찰 내부의 의견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검사들은 9일 '전국 검사들과의 대화'에서 급기야 노무현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인사권을 넘기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노무현 대통령은 "세상 어느 나라에도 이런 것이 없다", "내가 인사권조차 법대로 사용할 수 없는 대통령인지 화가 나기도 한다"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이날 밤 김각영 검찰총장은 사표를 냈다. 이튿날 퇴임식에서 "검찰 수뇌부가 새 정부의 불신을 받고 있을 뿐 아니라, 인사권의 행사를 통하여 수사권을 통제하겠다는 새 정부의 의사도 확인하게 됐다"면서 항명성 사퇴임을 분명히 했다.
11일 법무부는 예정대로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단행했다. 이후 검찰은 반발했고, 검찰개혁의 동력은 조금씩 상실됐다. 2011년 문재인 대통령(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함께 쓴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에서 당시 검찰 집단반발의 의미를 이렇게 해석했다.
"검찰은 참여정부의 검찰인사에 대해 역사상 한 번도 시도해 본 적이 없는 집단 항명으로 저항했다. (중략) 정치적 중립 혹은 독립을 표면적인 이유로 댔지만 본질은 개혁에 대한 거부였다. (중략) 검찰개혁으로 인하여 검사들이 기존에 누리던 모든 기득권을다 빼앗긴다고 생각해 이에 저항한 것이다."
2020년 '추다르크'는 달랐다
▲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10일 오전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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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취임한 지 닷새만인 1월 8일 오후 7시 30분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전격 발표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끄는 대검찰청 핵심 참모가 모두 교체됐다.
정권 겨냥 수사를 지휘한 대검찰청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과 박찬호 공공수사부장은 대검찰청이 있는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부산(부산고등검찰청 차장검사)과 제주(제주지방검찰청장)로 떠난다. 또한 이들과 함께 수사를 지휘한 배성범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검사장)은 외견상 승진했지만 충북 진천에서 일해야 하는 법무연수원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수사 일선에서 물러나는 셈이다.
8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인사 의견 청취를 둘러싸고 충돌하면서, 검찰의 반발이 예상됐다. 추미애 장관이 윤석열 총장에게 인사에 대한 의견을 제출하라고 했지만, 윤석열 총장은 이를 거부한 것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법무부와 대검찰청이 취재진에게 보내는 문자메시지로 상대의 입장을 반박하는 등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인사 발표 이후 대검찰청은 말을 잃었다.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배성범 검사장 역시 10일 이임식에서 인사와 관련한 말을 꺼내지 않고 조용히 검찰청사를 떠났다. 검사들이 공식적으로 반발한다는 소식도 아직까지 들리지 않는다.
인사 발표 이후 유일하게 사표를 낸 이는 이영주 사법연수원 부원장이다. 그는 10일 검찰 내부 통신망에 올린 글에서 인사에 대한 구체적인 의견을 내놓지 않았다. 오히려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변화를 강요받게 된 근본적인 원인이 우리가 종종 잃어버린 '공정성' 때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참여정부가 처음 검찰개혁을 시도한 이후, 검찰개혁은 미완의 역사가 됐다. 이번에는 어떨까. 그 결과는 예측할 수 없지만,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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