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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대통령’론

 
‘검사 대통령’론
 
 
 
강기석 | 2020-02-03 14:40:00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공무원들의 정치활동은 법으로 금지돼 있지만 (그것이 옳으냐 그르냐의 문제는 별도다) 개별 공무원이 개인적으로 어떤 정치적 지향성을 갖고 어떤 정치세력을 지지하느냐를 금지할 도리는 없다. 공무원도 민주사회를 구성하는 일원이기에 마땅히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가질 수 있으며(혹은 가져야 하며) 누구도, 어떤 세력도 이를 막아서는 안 되고 실제로 막을 방법도 없다.

그러면 공무원들의 정치적 지형은 어떻게 형성돼 있을까. 보수일까, 진보일까, 중도일까, 아무 생각도 없을까. 나는 이에 대해 연구 조사한 것을 본 적이 없지만 내 나름대로 몇 가지 짐작하는 부분은 있다.

‘하위직 공무원들은 대략 일반 시민들과 분포가 비슷할 것이며 고위 공무원들은 압도적으로 보수 편향일 것이다.’

그렇게 추론하는 몇 가지 근거가 있다. 나이가 많아지고 생활이 안정될수록 보수화된다는 인구학적인 일반적 경향도 물론 있겠지만 여기서는 일단 논외로 하자. 노후를 안심하고 보낼 수 있는 막대한 연금, 공직에서 나오자마자 이곳저곳 다른 직장이 보장되는 사람들이 보수적이 안 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하지만 그밖에도,

첫째, 지금의 고위 공직자들은 80년대, 90년대 학창시절에 오로지 고시공부에만 몰두해서 합격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이 나라와 민족을 위해 공무원이 되려 했는지, 개인의 영달을 위해서였는지는 중요치 않다. 학교와 사회에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가득할 때 그들은 오로지 고시공부에 몰두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민주주의 실천은커녕 민주주의에 대한 고민 자체가 없는 젊은 시절을 보냈다.

둘째, 공무원들은 높은 지위로 올라갈수록 정치권력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눈치를 많이 보게 되며 기회주의적으로 처신한다는 의미다. 무신념, 무소신, 기회주의는 전형적인 보수적 가치이다.

셋째, 고위 공무원들은 주로 기득권과 논다. 그러면서 자신들에게도 기득권이 생기게 되며 스스로 자기 분야에서 일정한 권력을 행사하게 된다. 기득권자, 권력자가 민주주의자가 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여기까지는 모든 분야 공무원들의 공통 사항이다. 그런데 국방부나 외교부 공무원들의 보수 성향은 거의 극우에 가까울 정도라는 것이 내 오랜 관찰과 탐문의 결론이다. 그것은 이들 기관 공무원들(군인, 외교관)의 업무 성격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지만 특히 미국에 대한 강한 사대의식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미국의 보호 없이 존재할 수 없다”는 인식까지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친미 사대주의자들이 개혁적이거나 민주적일 리는 없다.

이보다 더 극우화된 공무원들은 없을까? 있다! 국정원과 검찰이다. 이들은 앞선 모든 조건들에다 스스로 정치권력의 일부라는 특징이 있다. 정치권력에 복무하면서 자신의 권력을 강화 유지하는 존재들이므로 보수정권이 들어서면 때를 만난 것이고 민주정부가 들어서면 괴롭기 짝이 없다.

지금 정보수집권 외에 무기가 없는 국정원은 민주정부에 불만이 있어도 끽소리 못하고 엎드려 있는데(속으론 부글부글 끓겠지) 독점수사권, 독점기소권을 누리며 스스로 절대권력이 된 검찰은 민주정부가 자기들의 숙주가 아니라는 점을 간파하자마자 총력으로 저항하고 있다.

나는 공수처가 출범하고 검경수사권 조정이 이루어져도 진정한 검찰 개혁은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확신한다. 사람이든 조직이든 한 번 권력맛을 보면 절대로 그 단맛을 잊지 못하는 법이다. 지금 전혀 개혁되지 않은 채 억눌려 있기만 한 국정원이 언젠가 제대로 된 숙주를 만나기만 하면 다시 이빨을 드러내듯이 검찰도 때만 되면 공수처의 굴레를 벗어 던지고 다시 절대반지를 찾으려 들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제도를 바꿀 뿐 아니라 사람을 바꾸고 조직문화를 싹 바꿔야 한다. 그러면, 상층부에 제대로 된 인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조직에서 어떻게 사람을 바꾸고, 위에서 아래까지 온통 부패와 권위주의에 물든 조직문화를 어떻게 싹 바꿀 수 있나.

역시 시간 싸움이다. 10년이건 20년이건 철저한 문민 통제 아래 자연스럽게 물갈이를 하고 위에서 아래까지 “이제 검찰의 좋은 시절은 갔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포기하게 만드는 방법 밖에 없다. (검사 모두가 반성하고 좋은 사람 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끝까지 어렵다)

그것을 알기에 황교안에 이어 윤석열이 나서려는 것이다. 총선에서 노골적으로 보수 정치세력 편들기에 이어 대선에서는 아예 검찰 출신을 대통령 만들어 대한민국을 극우 검찰공화국으로 만들 생각까지 있는 모양이다. 이건 절대 개인적 야욕 때문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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