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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앙의 해소

강기석 | 2020-02-28 09:31:52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어제(26일) 존경하는 곽노현 이사장(교육공동체 징검다리)께서 「민주당 위성정당? 노무현이라며 어떻게 했을까」 제목의 칼럼을 발표했다. 민주당은 비례용 위성정당을 만들지 말고 반통합당 민주진보연합 전략을 구사하라는 제안이다.

한 마디로 나는 이 제안에 적극 찬동한다. 내 생각과 거의 같다. 하지만 나는 이 제안이 민주당에 대해 너무 일방적 양보를 요구한다는 점, 둘째, 현재로서는 시간상으로나 이념적 스펙트럼으로나 의미있는 진보 정치세력 간 광범위한 연합이 가능하겠느냐는 점, 셋째, 현실적으로 민주당 지지자들의 투표를 어떻게 유도할 것이냐는 점 등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보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우선 지금의 어려운 국면을 초래한 것이 정의당의 욕심, 민주당의 어리석음 때문이라고 과도하게 비난하거나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는 자칫 수구언론들의 열화 같은 응원 속에 미통당이 부린 꼼수의 흉측함을 가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어떻게든 선거제도를 바꿔 당세를 키워보려는 정의당의 시도는 공당으로서 너무나 당연한 것이며, 검찰개혁을 위해 4+1 동력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민심을 좀 더 공정하게 반영하는 선거제도를 만들어 군소정당을 키우려는 민주당의 자기희생적 결단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100% 비난은 그것을 훼방놓는 미통당으로 향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미통당이 만든 미래한국당에 맞서 민주당도 비례 전문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정신적 승자가 되기 위해 현실적 패자가 되는 우를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한 편에서는 민주당은 가만히 있고 시민들이 주도적으로 비례 전문 개혁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나는 반대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상식적이고 양심적이고 정의로운 시민들이다. 때로는 그것이 단점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이 정도까지 이끌어 온 것은 바로 그 답답한 상식과 양심과 정의감이다. 이런 지지자들이 민주당의 위성 정당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까? 곽 이사장도 그렇게 예상했지만, 상당히 많은 지지자들이 자존감에 상처를 입고 실망감과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까? 수구언론들이 일제히 이중잣대를 들고 나와 그런 심정을 헤집어 놓지 않을까? 그래서 실망한 지지자들이 투표장에 나오지 않아 수도권 등 접전지에서 잃을 의석수가 비례에서 얻는 의석수를 무색하게 만들지는 않을까?

이런 질문들에 대해 나는 ‘아니오’라고 대답할 자신이 없다. 나는 민주당이 비례 전문 위성정당을 만드는 것은 자칫 게도 잃고 구럭도 잃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그래서 나는 곽 이사장의 “민주당은 비례용 위성정당을 만들지 말고 반통합당 민주진보연합 전략을 구사하라”는 제안에 적극 찬동하는 것이다. 다만 민주진보연합이라는 다소 모호한 개념 보다 구체적으로 정의당을 콕 찝어 (비례)선거연대를 하라는 것이 내 주장의 핵심이다.

그 구체적인 방안을 설명하기 전, 우선 민주당과 정의당의 선거연대가 가져 올 효과를 보자.

미통당+미한당이 최고의 효과를 누리는 미한당 지지율 20%(미통당 15%)로 고정했을 때, 만일 민주당 지지층(45%) 중 20%가 정의당으로 가면 정의당 지지율은 30%가 되고 의석수는 민주당 140석, 미통당 117석, 미한당 13석, 정의당 23석이 된다.(나머지 7석) 민주+정의당은 163석, 미통+미한당은 130석이다.

민주당 지지층 표가 정의당으로 25% 건너갈 경우 미통+미한 의석수는 그대로인데 민주당 의석수는 137석, 정의당은 24석으로 민주+정의는 오히려 2석 줄어든다.

그러면 왜 정의당인가. 진보를 표방하는 정당 가운데 의미있는 세를 구축하고 있는 (몰아줘서 효과를 낼 수 있는) 정당은 정의당 밖에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이렇게 몰아주는 대신 정의당이 그 과실을 독식하느냐, 아니면 어떤 형태로든 민주당과 민중당, 녹색당 등 다른 정당들과 나눌 것이냐가 선거연대를 꾸미는 협상에서 핵심 의제가 될 것이다.

우선 민주당 입장에서 모든 비례의석을 포기하라는 요구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민주당 지지표를 전부 넘기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오히려 민주당 지지자들이 정의당에 몰아 준 만큼은 아니더라도 일정 정도 몫을 챙길 수 있어야 민주당 지지자들이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예전 제도대로 배분하는 비례 17석 중에서 민주당 몫(4~5석) 외에 정의당이 민주당 지지자들의 투표 덕에 얻을 10여 석 중 일부를 민주당에 돌려주고 2~3석을 기타 진보 정당에 할당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내 개인 아이디어는 정의당 비례명단 중 5번, 10번, 15번, 20번을 민주당에, 11번, 16번, 21번을 기타 진보정당에 할애하는 방안이다)

마지막으로 남는 문제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민주당 지지자들의 표 중 20~25%를 정의당으로 가게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내 아이디어는 수도권(서울+경기+인천) ‘민주당 지지자들만’ 일치단결해 정당투표에서 일제히 정의당을 찍는 것이다. 얼추 절반 정도가 수도권 유권자이므로 45% 민주당 지지표 중 20~25%가 정의당에 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런 작업은 민주당이 직접 나설 필요도 없다. 민주당 지지자들 수준이라면 SNS 등을 통해 자발적으로 얼마든지 조직하고 성공시킬 수 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절대로 입진보를 찍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여기에서 입진보란 정의당을 일컫는 것으로 여겨진다. 사실 같은 당 내에서도 지지하는 정치인이 다르면 결사적으로 싸우는 사람들인데 다른 정당에 투표하자는 제안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면도 있다. 그러나 그런 자세는 전략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결코 수구세력을 몰아낼 수 없다. 민주당은 미통당과 싸워 이길 수도 있고 패할 수도 있지만 미통당을 완전히 구축할 수는 없다. 이를테면 적대적 공존 구조다.

미통당을 중심으로 한 수구세력을 위축시키고 결국 소멸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어떻게든 진보 정당을 키우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총선에서 위기를 기회로 삼아 진보정당을 크게 키워 보자는 것이다. 선거법 개정 정신을 살리고 대의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챙기며 민주진보 연합세력으로 우리 정치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역사적 역할을 다 하기 위해 작은 차이를 극복하자는 것이다.

각 당 지지자들의 열망을 끌어내기 위해 무엇보다 민주당, 정의당 지도자들의 대승적인 결단이 필요하다. 앞서 민주당과 정의당에 대한 비난을 삼가야 한다고 했지만 두 정당이 머리를 맞대고 이 어려운 국면을 타개해야 하는 막중한 책무까지 면탈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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