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윤미향 당선인이 29일 국회 소통관에서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회계 부정의혹 등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5.29ⓒ정의철 기자
윤 당선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 33페이지에 달하는 기자회견문을 읽어 내려갔다. 기자회견문의 제목은 "국민 여러분께서 납득하실 때까지 소명하고, 책임 있게 일하겠습니다"였다. 미래통합당 등 야권에서 거세게 제기하는 사퇴 의혹을 사실상 일축한 것으로 해석된다.
기자회견은 질의응답 시간까지 포함해 40분가량 진행됐다. 윤 당선인은 비교적 차분하고 담담한 태도로 30년간 이어온 '위안부' 운동을 정리하며 최근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했다. 기자회견 장에는 전례없이 많은 취재진들이 몰려 왔고, NHK 등 일본 언론들도 눈에 띄었다.
후원금 공개하며 유용 및 횡령 의혹 적극 반박
개인 명의 계좌로 후원금 받은 데 대해선 "죄송하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회계 부정 의혹이 불거진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21대 국회의원 임기 시작을 하루 앞둔 2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하며 인사하고 있다. 2020.05.29ⓒ정의철 기자
윤 당선인의 기자회견은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모금 혹은 단체 자금을 횡령해 사적으로 쓴 게 아니냐는 의혹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와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활동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에 대한 해명, 크게 두 부분으로 진행됐다.
우선 윤 당선인은 개인 명의 계좌를 이용해 후원금을 개인적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정대협 활동을 하면서 제 개인 명의 계좌 4개로 모금이 이뤄진 사업은 총 9건"이라며 "최근 문제 제기 이후 모금계좌로 이용된 4개 계좌 거래 내역을 하나하나 살펴본 결과, 계좌 내역 상 9건의 모금을 통해 약 2억8천만원이 모였고, 모금 목적에 맞게 사용된 돈은 약 2천 3천만원이며, 나머지 5천만원은 정대협 사업에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윤 당선인은 "일시적인 후원금이나 장례비를 모금하기 위해 단체 대표자 개인 명의 계좌가 활용되는 경우가 많았고 저도 크게 문제의식이 없었던 것 같다"며 "금액에만 문제가 없으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으로 행동한 점은 실로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고 남은 돈을 정대협 계좌로 이체하는 방식으로 나름대로 정산해 사용해 왔지만, 최근 계좌이체 내역을 일일이 다시 보니 허술한 부분이 있었다. 스스로가 부끄러워진다"면서도 "하지만 제 개인 계좌를 통하여 모금하였다고 해서, 계좌에 들어온 돈을 개인적으로 쓴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윤 당선인 가족이 주택 5채를 구매한 것을 두고, 정대협 자금을 횡령한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그런 일은 단연코 없다"고 일축하며 주택 구매 당시 시세와 자금 출처 등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1993년 저와 남편은 돈을 합쳐 전세자금 1천500만원으로 신혼살림을 시작했다. 1994년부터 1997년까지 친정 부모님이 사시던 교회 사택에서 무상으로 거주하면서 돈을 모았고, 그 사이 1995년 명진아트빌라를 4천500만원에 취득했다"며 "1999년 저와 제 남편의 저축과 제 친정 가족들의 도움으로 한국 아파트를 7천900만원에 샀다. 명진아트빌라는 2002년 3천950만원에 매각했다"고 밝혔다.
현재 거주하고 있는 수원금곡엘지아파트는 경매를 통해 2억 2천600만원에 구매했다고 밝혔다. 앞서 미래통합당 곽상도 의원은 해당 아파트의 경매 비용을 현금으로 지불해야 하는 점을 지적하며 자금 출처 의혹을 제기했는데, 이에 대한 해명을 내놓은 것이다.
윤 당선인은 "제가 가지고 있던 예금, 남편 돈, 가족들로부터 빌린 돈으로 해결했다"며 "저의 개인계좌와 정대협 계좌가 혼용된 시점은 2014년 이후의 일이다. 현재 아파트 경매 취득은 2012년에 있었던 일로 후원금을 유용했다는 주장은 전혀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왜 성금을 전부 할머니에게 지원 않느냐' 지적에
"정대협·정의연 운동 지향 살피지 않은 측면 있어"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회계 부정 의혹이 불거진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21대 국회의원 임기 시작을 하루 앞둔 2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2020.05.29ⓒ정의철 기자
정대협과 정의연 활동에 대한 의혹에 대해서는 앞서 정의연이 내놨던 입장들과 비슷한 내용으로 해명한 것으로 보인다.
모금한 성금을 전부 '위안부' 할머니에게 지원하지 않느냐는 일각의 비난에는 "정대협·정의연 운동의 지향을 살피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바로 잡았다. 정대협·정의연은 성금을 걷어 직접 전달만 하는 단체가 아니라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정의연도 이용수 할머니가 처음으로 후원금과 관련한 문제를 제기한 뒤 입장문을 통해,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의 성금은 직접 피해자들에게 전달했으며, 정대협·정의연은 이러한 활동 외에도 피해자 인권 회복과 국내·외 인식 제고를 위한 활동 등에 기부금을 사용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윤 당선인은 "그동안 전체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모금을 세 차례 진행했다"며 1992년 피해자 생활 지원을 위한 모금은 모든 피해자들에게 균등하게 250만원씩 전달했고, 일본 정부가 법적 배상이 아닌 민간 위로금 모금을 통해 위로금을 지급한다고 했을 때도 시민 모금에 더해 한국 정부가 약 4천 3백만원을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가장 최근인 2015년 한일합의 당시에는 10억엔을 거부하는 할머니들에게 모금액 1억원씩 전달했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은 "이용수 할머니의 지적과 고견을 깊게 새기는 것과 별개로 직접 피해자들에게 현금 지원을 목적으로 모금한 돈을 전달한 적이 없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기본적으로 정대협·정의연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일본 정부에 역사적 사실인정, 진실 규명, 공식 사죄, 법적 배상, 역사교과서에 기록하고 교육, 추모비와 사료관 건립,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며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쉼터인 안성힐링센터(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를 헐값에 매각해 이익을 취한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강하게 부인했다.
윤 당선인은 "매각 당시 주택의 감가상각, 오랫동안 매수 희망자가 없어 시간이 흐르면서 건물 가치가 하락한 점, 주변 부동산 가격변화 등 형성된 시세에 따라 매매가격이 결정되었고 그 결과 4억 2천만원에 매도했다"며 "5년째 매수 희망자가 없어 사업비를 반환하지 못한 상태라 어렵게 성사된 계약 자체를 더는 미룰 수가 없었다"고 당시 시세에 따라 이뤄진 계약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외에도 '2015년 한일 합의에 대한 내용을 인지하고도 할머니들에게 알리지 않았다'거나 '일본 정부가 주는 위로금 수령을 막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이미 거듭 밝혔듯이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특히 그는 "피해 할머니들을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밀실에서 합의를 강행한 외교당국자들이 잘못된 합의의 책임을 정대협과 저에게 전가하는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지적했다.
윤 당선인과 정의연을 둘러싼 의혹은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보다 상세한 진상 규명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의원 임기 시작을 하루 앞둔 윤 당선인은 국회의원으로서 불체포 특권을 지니더라도 검찰 수사에 성실하게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제가 소명해야 될 것은 피할 생각이 없다. 또 제 직을 핑계로 피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며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끝으로 "30년을 되돌아보는 세월이 굉장히 길었다. 힘들었다. 하나하나 지난 세월, 장부와 통장과 제 기록을 뒤져보고 기억을 찾아내는 그 자체가 지난한 시간이었다"며 "오늘은 정말로 용기를 내고 국민들께 제 목소리를 들려주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절박감이 있었기 때문에 이 자리에 나오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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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소연·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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