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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균형’ 투트랙 올라서야 할 한국외교

등록 :2020-06-03 05:00수정 :2020-06-03 07:08

 

뉴스분석| 미·중 갈등속 G7 참석
중 “패거리 구성” 미에 강력 경고
한국, 양강 사이 낀 중견국 대표격
신냉전 변곡점서 전략 치밀해야
민주주의·인권 등 원칙 세우고
국가간 연대해 공동대응 모색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월30일(현지시각) 미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스페이스엑스(X)의 유인우주선 발사를 지켜본 뒤 워싱턴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기자들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 자리에서 한국 등 4개국을 주요 7개국(G7) 회의에 초청할 계획 등을 언급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월30일(현지시각) 미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스페이스엑스(X)의 유인우주선 발사를 지켜본 뒤 워싱턴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기자들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 자리에서 한국 등 4개국을 주요 7개국(G7) 회의에 초청할 계획 등을 언급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이 촉발한 미-중 갈등이 전방위적으로 격화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초청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우리 정부가 참석하기로 했다. 주요 20개국(G20)에 속하는 한국 입장에서는 G7 회의 참여가 국제적 위상을 올리는 긍정적인 계기가 될 수 있지만, 미-중 패권 경쟁의 소용돌이 한복판에 놓인 상황임을 고려할 때 한국 정부의 치밀한 외교전략이 긴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외교의 원칙을 세우는 동시에 위험을 분산시키는 투 트랙 외교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올해 G7 의장국인 미국은 한국·러시아·인도·오스트레일리아를 일시적으로 초청하는 것을 넘어 G11 또는 G12로 확대된 회의체 상설화까지 구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적극적인 태도는 ‘반중국 동맹국’의 결집을 노린 행보라는 시각이 많다. 미국은 감염병 확산 책임을 중국에 떠넘기는 것을 넘어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을 향해 반중국 메시지를 본격적으로 보내왔다. 미국은 이번 G7 회의에서도 중국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미국의 이런 움직임에 중국은 강력히 경고하고 나섰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이 G7 정상회의에 한국 등 4개국을 초청한 데 대해 “패거리를 구성해 중국에 맞서면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며 “이런 행위는 관련국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청와대는 G7 회의 참여가 ‘반중국 연대’와는 무관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국제 공조 차원이라고 설명하지만, G7 참가국 면면을 보면 한국은 미-중 사이에 균형을 맞춰야 하는 중견국의 대표 격이 된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이 어떤 식으로든 한국에 선택을 압박할 가능성이 있고, 이는 비슷한 상황에 있는 중견국에 영향을 주게 된다”며 “G7이 앞으로 미-중 관계를 풀어가는 데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중 갈등은 무역·금융 및 글로벌 경제의 주도권 다툼을 넘어 안보·인권·이념 등에서 예전보다 훨씬 복잡하게 전개되는 양상이다. 올해 초 1단계 무역합의로 한숨 돌린 미-중 관계는 코로나19 책임론, 중국의 홍콩 보안법 제정을 놓고 단기간 극도로 악화됐다. 최근 ‘중국 때리기’는 오는 11월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발 위기를 외부로 떠넘기려는 성격이 강하지만, 중국의 부상을 경계하는 미국 사회 전반의 위기의식을 반영한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미국인들의 뿌리 깊은 반중 감정을 고려할 때 미-중 갈등은 구조적 문제로 장기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경제와 안보, 한반도 평화체제 등 미·중에 의존도가 높은 우리 정부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외풍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한국 정부가 외교의 원칙을 분명히 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짚는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국제지역학)는 “미·중이 서로를 신랄히 비판하면서도 아직은 국제사회의 원칙과 규범, 제도 등을 중요한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며 “이런 이유로 한국이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에 바탕을 둔 원칙을 세우고 대응하는 것은 미·중 입장에서도 공격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한권 교수는 “정부가 원칙을 정할 때 국민적 동의가 필요하다”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때 오히려 우리 안에서 갈등이 컸고, 외부의 압박은 더 크게 들어왔다”고 강조했다.

이런 점에서 미·중 사이에서 원칙을 강조하며 실리 외교를 하는 싱가포르는 참고할 만한 사례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지난해 6월 미·중 국방 수장들이 참석한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 대화’) 연설을 통해 ‘싱가포르의 원칙’을 밝혔다. 리 총리는 “미국을 포함한 국가들은 중국이 계속 성장하고 강해질 것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며 ‘반중국 전선’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중국을 향해서는 “국제사회에 책임 있는 일원이라는 확신을 줘야 한다. 물리력이나 위협보다 외교와 타협을 통해 분쟁을 해결해야 한다”며 인권과 민주주의 문제를 제기했다.

국가 간 공동대응 등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한 다자외교도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미·중 사이에서 우리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국가가 많다”며 “쟁점에 대해 문제가 터지기 전에 미리 연대를 구축해 공동대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연 노지원 기자,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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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politics/diplomacy/947636.html?_fr=mt1#csidxb6f14bf5e8316fd89c7fd9e8310691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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