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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공정위 ‘한화 기술탈취 혐의’ 제재, 법원·검찰서 잇단 제동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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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가 제기한 행정소송서 패소
서울고법 “처분시효 넘겨 무효”

8월 ‘징벌적 손배’ 민사소송서도
“동종 업계 알려진 기술” 한화 손
검찰, 하도급법 위반 등에 무혐의

법원이 한화의 하도급업체 ‘기술 탈취’ 혐의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법적 시한을 넘겨 무효”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하도급업체가 “100억원을 징벌적 배상하라”며 낸 민사소송에서도 한화 손을 들어줬고, 검찰은 한화 관련 형사 고소·고발을 무혐의 처분했다. 법원과 검찰이 기술유용의 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4일 경향신문 취재결과 서울고법 행정6부는 한화가 “제재를 취소하라”며 공정위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지난 18일 공정위 패소 판결했다. 지난해 10월 공정위는 한화가 태양광 전지 제조공정에 필요한 ‘태양광 스크린프린터’ 기술자료를 하도급업체 A사에서 부당하게 넘겨받아 자체 제품 개발에 활용했다며 과징금 3억8200만원을 부과했다. 하도급업체 기술을 빼돌려 제품 개발·생산에 활용하는 식의 기술유용에 대한 첫 제재였다.

서울고법은 공정위가 법적 제재 가능 기간인 ‘처분시효’를 넘겼다며 제재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하도급법에 따르면 신고 사건의 처분시효는 ‘신고일로부터 3년’이다. 이 사건 제재가 신고일(2016년 7월)로부터 3년3개월 뒤에 이뤄졌다며 효력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공정위는 조사 관행에 따라 ‘분쟁조정절차 종료 접수일’(2016년 10월)을 신고일로 보고 제재 시 처분시효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은 “신고일은 신고인이 신고한 날로 보는 것이 법에 충실한 해석”이라며 “공정위가 신고 접수한 날을 신고일로 본다면 신고일을 임의로 정하는 셈이라 (조사 대상) 사업자의 지위가 불안정해진다”고 밝혔다.

공정위 내부에서는 분쟁조정절차 기간이 공정위 조사 가능 기간에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될 경우, 신속한 피해구제를 추구하는 분쟁조정 활용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법원에 상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A사가 한화에 100억원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한 민사소송에서도 법원은 지난 8월 한화 손을 들어줬다.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62부는 A사가 제공한 자료들에 대해 “일부는 비밀로 관리됐다 볼 수 없고, 비밀로 관리된 자료들에 담긴 기술은 이미 동종 업계에도 알려져 있었다”며 법이 보호하는 ‘기술자료’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기술유용도 인정하지 않았다. A사는 항소해 현재 서울고법에서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A사와 공정위가 형사처벌을 요구하며 고소·고발한 사건에서도 한화는 무혐의 처분됐다. 지난 8월 대구지검 서부지청은 민사소송 판결 내용과 유사한 취지로 한화 법인과 임직원들을 불기소했다. A사와 공정위는 대구고검에 항고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기술유용을 폭넓게 인정하는 최근 판례 추세를 하급심 법원과 검찰이 거스르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 7월 서울고법은 두산인프라코어 기술유용 사건에서 “어느 정도 업계에 알려진 정보라 하더라도 하도급업체의 고유 기술과 노하우가 담겨 경제적 가치가 있으면 기술자료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반면 한화의 민사소송에서 법원은 ‘동종 업계에 알려져 있거나 기술자들이 쉽게 고안할 수 있었다’며 A사의 기술을 하도급법상 기술자료로 인정하지 않았다.



원문보기:
http://biz.khan.co.kr/khan_art_view.html?artid=202011250600005&code=920100#csidx5239fdb44ee08a3b1c997b5f8b7585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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