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 시점에?’ 라고 묻지 말고 왜 이 시점에 노동자들이 파업을 진행하며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는가 돌아보기 바란다.”

민주노총이 예고했던 총파업·총력투쟁을 선포했다. 정부가 ILO 핵심협약 비준을 빌미로 노동법 개악을 밀어붙이고 있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정치권이 노동조합을 무력화하기 위한 노동개악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25일 서울지역 더불어민주당 의원사무소 곳곳에서 총파업 서울대회를 연다. 각 지역에서도 총파업 대회가 벌어질 예정이다.

▲ 민주노총이 24일, ‘민주노총 총파업-총력투쟁 선포 및 대정부, 대국민 제안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 뉴시스]
▲ 민주노총이 24일, ‘민주노총 총파업-총력투쟁 선포 및 대정부, 대국민 제안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 뉴시스]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인한 방역지침이 격상된 ‘이 시점’에 총파업 대회를 열 수밖에 없는 입장을 민주노총은 여러차례 밝혀왔다.

그러나 민주노총의 목소리에 깊은 관심을 두지 않던 보수언론들이 코로나가 다시 확산하는 ‘이 시점’에 무슨 총파업이냐고 떠들고 있다. 코로나19의 대대적인 확산에 일조할 것이라는 결론으로 기사를 써내고 있다. “이 와중에 모여야 하나”, “지금 꼭 모여야 하나” 등으로 국민의 불안감을 조장하고, 민주노총 입장은 큰 관심도 두지 않은 채 ‘명분없는 집회’라고 여론몰이를 한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등은 앞다퉈 “철저히 단속하라”는 주문을 내뱉고 있다.

오는 30일 ILO 핵심협약 비준에 따른 노동법 개정안을 다루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고용노동소위가 열린다. 12월3일 환노위 전체회의와 9일 국회 본회의도 예정돼 있다. 민주노총이 총파업·총력투쟁 결심을 꺾을 수 없는 이유, 항의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는 명분과 이유는 여기에 있다.

민주노총은 23일, 노조법 개악 저지 총파업·총력투쟁 돌입에 앞서 입장문을 내고 ‘총파업 총력투쟁에 나서는 상황과 입장’에 대해 밝혔다. “100만 조합원과 2500만 노동자 그리고 모든 국민의 삶을 지탱할 노동조합을 지키기 위해”서다.

“코로나19가 창궐하고 가장 큰 피해를 본 사람은 노동조합 밖에 있는 미조직, 비정규, 영세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다. 강제무급휴직도 모자라 정리해고와 구조조정에서 잘려나간 노동자들이 부지기수다. 그러는 사이 결과적으로 재벌 대기업과 가진 자들의 곳간은 가득 차다 못해 넘쳐났다.”

“이 지옥같은 상황에서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으로 뭉쳐 임금과 고용, 삶의 근간을 지켜냈고 위기의 시대를 극복하는 가장 커다란 힘은 노동조합으로 뭉쳐 싸우는 것이라는 것을 배웠다. 그런데 이런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키려고 한다. 아니 아예 노동조합을 하지 말라고 한다.”

▲ 김재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이 총파업·총력투쟁의 결의를 밝히고 있다. [사진 : 뉴시스]
▲ 김재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이 총파업·총력투쟁의 결의를 밝히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정부가 제출한 노조법 개정안은 해고자·실업자의 노동조합 가입을 허용하고 있지만 노조활동에 제약을 두고, 산별노동조합 활동에도 제약을 두는 것뿐만 아니라, 소수노조의 노조할 권리와 교섭할 권리 등 단체교섭권 무력화, 파업 시 직장점거 금지 등으로 단체행동권 무력화의 내용을 담고 있다.

ILO(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87호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의 보호에 관한 협약’, 98호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에 대한 원칙의 적용에 관한 협약’을 비준하겠다며 내놓은 노조법 개정안임에도 ILO가 권고하지도 않는 내용으로 개정해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키려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니, 국제노총(ITUC)도 17일 박병석 국회의장, 송옥주 환노위원장, 송영길 외통위원장 앞으로 서한을 보내 “결사의 자유 원칙에 반하는 정부 제출 노조법 개정안 폐기돼야 한다”고 경고하며 “ILO 협약 87호, 98호, 29호의 비준이 더 이상 지체없이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정부와 정치권이 개악하려는 노조법 개정안은 민주노총이 10만 국민의 동의를 얻어 발의한 전태일 3법(근로기준법 11조·노조법 2조 개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 담고 있는 ‘노조할 권리’에도 반하는 내용이다. 여기에 더해 더불어민주당은 노동법 개악엔 힘을 쏟으면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엔 좌고우면 하고 있다. 취임 이후 줄곧 ‘산재사망 사고를 줄이겠다’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강조해오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최근 당과 함께 입법에 소극적인 태도다.

▲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23일 “더불어민주당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당론으로 채택하라! 전태일3법을 제정하라!” 요구를 내걸고 더불어민주당 전국 광역시·도당사 점거농성에 돌입했다. [사진 : 건설노조]
▲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23일 “더불어민주당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당론으로 채택하라! 전태일3법을 제정하라!” 요구를 내걸고 더불어민주당 전국 광역시·도당사 점거농성에 돌입했다. [사진 : 건설노조]

“왜 이 시점에 노동자들의 저항이 뻔히 보이는 상황에 노동개악을 밀어붙이는가?”, “왜 이 시점에 정부는 고용노동부를 앞세워 거짓말을 하며 노동개악을 밀어붙이는가?”는가 되레 민주노총이 따져 물어야 할 형국이다.

민주노총은 24일 기자회견을 열어 다음날 총파업·총력투쟁을 선포하면서 “코로나19를 핑계삼아 일방적 비난과 정치적 수사를 동원해 민주노총과 노동자를 공격하며 노동개악을 밀어붙이는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요구”를 밝혔다.

코로나19의 재창궐이 시작되는 이 시점에 ‘정부와 국회의 노동개악 기도 중단 등’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요구를 내놨다. “▲정부와 정치권은 추진 중인 노동개악 국회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 ▲10만의 발의로 상정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전태일 3법’을 조속히 온전하게 입법하라 ▲코로나19 재창궐에 맞게 필수노동자의 범위를 넓히고 인원 및 일자리를 대폭 확대하라. 필수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보호장치를 마련하라 ▲성공적 방역을 위해 모든 일터에 시차제 출퇴근 전면 시행, 나아가 출근인원 조정, 이로 인해 발생하는 휴무인력에 대해 유급휴가 진행하라 ▲업무의 특성을 고려해 시행가능한 업종에 대해 유급재택근무 시행하라”는 게 민주노총의 요구다.

그러면서 민주노총은 25일 방역지침을 준수하기 위해 다수가 모이는 집회 대신 더불어민주당 지역구의원 사무실 앞을 찾아 동시다발 기자회견을 열고 항의행동을 하는 총파업 대회를 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종료 시까지 국회, 민주당사, 환노위 소속 의원 사무실 등에서 농성, 선전전, 항의행동, 문화제 등도 이어갈 예정이다.

민주노총은 코로나 확산 저지의 결심도, 총파업·총력투쟁의 결심도 이미 마쳤다. 정치권은 코로나 확산 시기 민주노총 총파업에 대해 우려를 표하지만, 누가 누굴 우려할 때가 아니다. 이제 정부와 정치권이 노동자와 국민의 우려에 대답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