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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사찰문건 공개, “농구실력 유명” “OO의 처제” 판사 37명 뒷조사 내용 수두룩

강경훈 기자 qa@vop.co.kr
발행 2020-11-26 19:33:45
수정 2020-11-26 19:3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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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
윤석열 검찰총장ⓒ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윤석열 검찰총장 측이 징계 청구 및 업무정지 사유 중 하나였던 대검찰청의 ‘판사 사찰 문건’을 직접 공개했다. 윤 총장 측은 “이게 사찰인지 국민들이 보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며 문건 전체 내용을 공개했으나, 정작 문건에는 검찰의 공소유지 등 정상 업무와 무관한 판사 뒷조사 내용들이 수두룩했다.

윤 총장 측 법률대리인인 이완규 변호사는 26일 오후 기자들에게 ‘주요 특수·공안사건 재판부 분석’이라는 제목의 해당 문건을 공개하며, “(우리는) 사찰이 전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일반인의 상식적 판단에 맡겨보자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법무부에서 왜곡해서 발표했다고 보여지고 있는 것을 우려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밝힐 필요가 있다”며 “검찰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도 의혹을 해소하는 것이 좋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윤 총장 측은 사찰이 아니라는 근거로 해당 문건을 공개했으나, 실제 문건에는 검찰의 재판 업무와 관련 없는 판사 개인의 취미나 근태와 관련해 물의를 빚었던 내용, 여러 경로로 탐문 조사해 정리한 세평 등이 담겼다. 문건은 각 사건 재판부 구성원의 ‘출신’과 이념 성향 추론의 근거인 ‘주요판결’, ‘세평’, 가족관계 등 개인정보 관련 ‘특이사항’으로 구성됐다. 조사 대상 판사는 총 37명이며, 문건 분량은 A4 용지 9장에 달했다.

첫 부분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사건을 맡은 3개 재판부 판사들을 조사한 내용이 담겼다. 조 전 장관의 ‘유재수 감찰’ 관련 직권남용 사건, 청와대가 울산시장 선거에 개입했다는 취지의 보수단체 고발 사건을 맡은 김미리 부장판사와 2월부터 조 전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자녀 입시 관련 재판을 맡은 김선희 부장판사 등이 주요 조사 대상이었다.

 

작성자는 김미리 부장판사의 세평에 대해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나 합리적이라는 평가”, “재판장으로서 적극적으로 검사나 변호인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는 스타일”이라고 적었다. 특이사항으로는 “OOO 2차장의 처제”라고 썼다. 나머지 두 배석판사에 대해서는 “특별한 존재감 없었다”고 적었다.

정 교수 사건 관련 재판부 주심 판사에 대해서는 “주관이 뚜렷하다기보다는 여론이나 주변 분위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평”이라고 강조했다.

사법농단 사건을 맡은 재판부에 대해서도 자세히 조사·분석했다. 특히 대법원 내부 문건을 유출하는 등 사법농단 관련 혐의로 기소된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사건을 맡은 재판부 배석판사가 ‘법원행정처 2016년도 물의야기법관 리스트’에 포함됐다는 내용이 눈에 띈다. 이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행정처가 작성한 이른바 ‘법관 블랙리스트’를 판사 사찰에 활용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해당 내용은 사법농단 사건 수사 자료이기도 하다. 해당 판사가 음주와 관련해 물의를 빚었다는 내용이 과거 언론에서 보도됐다는 내용도 덧붙여져 있다.

또 다른 사법농단 관련 사건 재판부 주심 판사에 대해 “법관 임용 전 대학·일반인 취미 농구리그에서 활약, 서울법대 재직시부터 농구실력으로 유명”이라고 쓴 부분도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부 부장판사에 대해서는 “연로해 보이는 느낌”이라는 외모 평가와 함께, “어차피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심리할 것이므로 재판부 성향이 크게 유의미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임”이라고 썼다.

법무부는 이날 오후 판사 사찰 문건과 관련해 윤 총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대검에 수사 의뢰했다.

법무부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은 ‘수사정보’를 수집하는 곳일 뿐 판사의 개인정보와 성향자료를 수집해 검사들에게 배포하는 기구가 아니”라며 “법적 권한 없는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판사들의 개인정보와 성향자료를 수집, 분석, 관리하는 것 자체가 범죄행위로서의 사찰”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 사찰의 방법은 언론 검색, 검사들이나 다른 사람들에 대한 탐문 등이 모두 포함되는 것이므로 문건의 모든 내용이 중대한 결과물이라고 판단했다”이라고 설명했다.

강경훈 기자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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