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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 내곡동, 리더십…상대방 약점 공격하느라 바빴던 오세훈-안철수 토론회

남소연 기자 nsy@vop.co.kr
발행 2021-03-16 21:47:01
수정 2021-03-16 21:5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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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 더플러스 스튜디오에서 채널A 주관으로 열린 후보 단일화 TV토론회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2021.03.16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 더플러스 스튜디오에서 채널A 주관으로 열린 후보 단일화 TV토론회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2021.03.16ⓒ국회사진취재단
 

국민의힘 오세훈, 국민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16일 단일화를 위한 첫 TV 토론회에서 맞붙었다. 장장 80여분 동안 진행된 이번 토론회에서는 자신이 왜 야권의 단일 후보가 돼야 하는지, 서울시장에는 어떤 인물이 필요한지에 대한 논쟁보다는 상대방의 약점을 공격하는 데에 대부분의 시간이 할애됐다.

먼저 포문을 연 쪽은 안철수 후보였다. 안 후보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KNK 더플러스에서 열린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토론회에서 오 후보가 지난 2011년 서울시장 재임 시절 무상급식에 반대하며 자진사퇴했던 일을 언급한 뒤 "무상급식 아직도 반대하냐"고 물었다.

안 후보는 "(나는) 어른들에 대한 선별복지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그러나 최소한 아이들에 대해서는 보편복지가 맞다"는 자신의 입장을 밝히며 "유치원 무상급식에 대해서는 어떤 의견을 가지고 계시냐", "유치원 무상급식에 반대하냐"는 질문을 연이어 던졌다.

이에 오 후보는 "무상급식을 반대한 게 아니라 부자 무상급식을 반대했던 것"이라며 "큰 틀에서 모든 복지가 다 부자를 위한 복지를 하는 것보다는 그 돈을 아껴서 가난한 계층, 어려운 계층에게 가야 한다는 게 제 원칙"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무상급식은 이미 시작이 됐다. 그리고 올해부터 특히 초중고등학교가 다 실시되는데 그걸 굳이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꼭 반대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며 "기왕에 하고 있는 것을 철회하거나 취소하는 건 저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이어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소속 다른 지자체장은 지방의회 등과 상의해 무상급식을 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당시 당 지도부와 소통이 잘 안 된 게 아니냐는 공세를 펼쳤다.

이에 오 후보는 "제가 속해있던 그 당이 그다음 해에 국회의원 선거와 대선이 있는 상태라서 용기 있게 나서서 그 점을 문제 제기 못하는 상태에서 선거를 치른 지 얼마 안 된 제가 그 십자가를 짊어지고 그런 주장을 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후보는 "그때 아이들이 유권자가 됐다. 지금 그 아이들에게 해줄 말이 있냐"고 물었지만, 발언 시간 초과로 오 후보의 답변을 들을 수는 없었다.

최근 불거진 오 후보의 내곡동 셀프 특혜 의혹을 둘러싼 공방도 이어졌다. 해당 의혹은 오 후보가 서울시장 재직 시절인 2009년 처가가 보유한 내곡동 땅이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되는 데 관여해 36억여원에 달하는 보상금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안 후보는 "이 질문을 드리는 게 공격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오 후보에게 해명 기회를 드리려고 질문을 하는 것"이라며 해당 의혹이 사실인지를 따져 물었다.

오 후보는 "중요한 것은 이 땅은 처가가 투기를 하려고 산 게 아니라 조상때부터 갖고 있었던 땅인데 1970년도에 장인어른이 돌아가신다. (그래서) 아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상속받은 땅"이라며 평당 수용가격이 시세보다 낮아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수용되는 것을 반겼을 리 없고, 해당 사안은 주택국장 전결 사항이라 시장이었던 자신은 수용 절차를 전혀 알지 못했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그러면서 "만약 제가 이 지역이 보금자리주택 지구로 지정하는 데 관여를 했거나, 그 지시를 받았던 혹은 제가 부당한 압력을 가했던 것을 경험한 서울시 직원이나 SH공사 직원은 바로 양심선언 해달라"며 "그러면 저는 바로 후보 사퇴하겠다"고 강경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무상급식, 내곡동 땅 논란 공세 펼친 안철수
부족한 리더십 집중 공격한 오세훈
단일화 협상은 난항 계속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 자료사진.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 자료사진.ⓒ국회사진취재단

반면, 오 후보는 안 후보의 리더십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특히 이날 안 후보가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국민의힘과의 합당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밝히며 범야권 대통합을 이뤄내겠다고 선언했는데, 안 후보가 지금까지 보여준 리더십으로 이를 이뤄낼 수 있는지 의구심을 드러냈다.

우선 오 후보는 안 후보가 단일화 협상 과정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며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 "옹고집이다", "상왕"이라는 표현을 쓴 데 대해 "감정을 자제하지 못하는 표현을 썼는데, 이런 상태에서 조직과 자금의 지원을 필요로 하는 공동 선대위가 원활하게 운영할 수 있겠나"라고 물었다.

안 후보는 "제가 단일후보가 된다면 또 김 비대위원장을 찾아뵙고 양해를 구하고 제발 도와달라고 꼭 부탁드리겠다"고 말했으나, 오 후보는 "우리 당의 전폭적인 도움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오 후보는 "조금 듣기 거북하겠지만 이런 질문도 드리겠다"며 "안 후보가 정치를 시작하고 점점 더 축소지향의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오 후보는 "(안 후보가) 대표를 맡은 정당의 의석수가 줄어왔다. 그러면서 점점 안 후보와 함께 정치했던 분들이 주변을 많이 떠났다"며 "지금까지의 안 후보 리더십과 미래의 안 후보 리더십은 어떻게 달라지기에 큰 야권을 만드는 게 과연 가능하겠냐"고 물었다.

안 후보는 그 이유에 대해 자신이 편하고 쉬운 길이 아니라 힘들고 어려운 길을 가기 때문이라도 주장했다. 그는 "지난 9년 정도를 굉장히 어려운 길을 걸어왔다. 큰 당에 속해 있었다면 편하게 정치를 했을 거고 떠나는 사람도 없었을 것"이라며 "제가 가는 길이 편안하고 아주 안락한 길이라면 모르겠는데 그 길이 너무나 힘든 길이기 때문에 다른 당으로 가시는 분들에 대해서는 제가 섭섭하기는커녕 오히려 죄송한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런 경험들이 많기 때문에 오히려 저는 사람들을 많이 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오 후보는 합당이 아니라 지금 당장 입당을 하는 게 어떻겠냐고 재차 제안했다. 오 후보는 "오늘 중으로 입당을 결단해주면 단일화는 약속했던 시간을 지킬 수 있게 된다"며 "지금 현재까지 협상에서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 때문에 지금 아직도 대립하고 있지 않나. 적합도냐 경쟁력이냐, 제가 그 부분 양보하겠다. 경쟁력을 조사하는 것으로 동의하겠다"고 역제안을 했다. 다만 안 후보는 이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하지는 않았다.

두 후보의 날 선 신경전은 토론회 막판에서야 단일화 성사를 다짐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오 후보는 "저희 두 후보 굳게 약속했다. 꼭 단일화 이루겠다"고 밝혔고, 안 후보도 "단일화는 반드시 이뤄서 선거까지 선거 후에도 저희는 함께 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한편,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후보 단일화 협상은 이날 밤까지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앞서 양측은 오는 17~18일 여론조사를 하고 19일에는 최종 단일 후보를 선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면서 예정된 단일화 일정에도 차질이 생기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남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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