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밝힌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상속세 납부 및 기부 계획에 29일 언론은 낯뜨거운 찬사를 먼저 보냈다. 개인소장 미술작품을 기증하고 희귀질환 연구 지원 등 의료 인프라에 약 1조원 기부하는 게 골자다. “생전엔 사업보국, 사후엔 통큰 나눔… ‘진짜 기업가 정신’”, “'작은 거인'의 위대한 유산”, “이건희의 선물, 기부 역사 새로 쓰다” 등이 관련 헤드라인이다.
삼성전자는 28일 “감염병·소아암·희귀질환 극복에 1조원 기부하고 이 회장 개인 소장 미술작품 1만1000여건, 2만3000여점을 국립기관 등에 기증하며 12조원 이상의 상속세를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상속세와 관련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도 역대 최고 수준의 상속세 납부액이고 지난해 우리 정부 상속세 세입 규모의 3~4배 수준에 달한다”며 “연부연납 제도를 통해 올해 4월부터 5년간 6차례에 걸쳐 상속세를 분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기부 내용으로는 감염병 대응 인프라 구축에 7000여억원을, 소아암·희귀질환 어린이 지원에 3000억원 및 임상연구 등 지원에 900억원을 기부할 계획이다. 미술품과 관련해선 “국보 등 지정문화재가 다수 포함된 고 이건희 회장 소유의 고미술품과 세계적 서양화 작품, 국내 유명작가 근대미술 작품 등 총 1만 1천여건, 2만 3천여점이 국립기관 등에 기증”된다.
언론 반응은 먼저 찬사다. 경제지의 어조가 가장 고조됐다. “생전엔 사업보국, 사후엔 통큰 나눔 … ‘진짜 기업가 정신’ 남기다”(한국경제), “초일류, 그 아름다움이 열리다”(아주경제), “'작은 거인'의 위대한 유산… 60% 이상 사회환원”(머니투데이), “이건희 재산 60% 국민에게…의료·예술 통큰 기부”(매일경제), “재산 60% 사회에…이건희의 '마지막 울림'”(서울경제) 등이 기사 제목이다.
9개 전국단위 아침종합일간지 중에선 중앙일보가 “이건희의 선물, 기부 역사 새로 쓰다”라고 의미부여했다. “개인 소장 미술품을 국가 기관에 기부하고, 가정 형편 때문에 치료 기회를 놓친 어린이의 의료비용을 지원하는 것은 다수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존경받을 만한 기부 방식”이라며 “한국 기부문화의 새로운 역사가 될 것”이라는 김수욱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평가를 인용했다.
30년 불법 재산 증식 역사에도 “사회 환원” 치하
이 회장 총 재산은 약 26조원으로 추산되고 삼성전자는 이중 60%를 사회에 환원한다고 밝혔다. 재산은 삼성전자 등 계열사 주식, 부동산 등을 모두 합한 값이다. 이 26조원 규모의 재산은 지난 수십년간 어떻게 형성됐을까.
29일 보도엔 삼성 총수 일가의 과거는 빠져있다. 예로 국민일보 1면 “26조 남긴 이건희, 60% 환원한 삼성家”가 기사를 보면 재산 형성 과정 설명은 1단락에 그친다. “삼성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워 낸 이 회장이 사후에 세금과 기부를 통해 마지막 사회 공헌을 실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이 회장이 그룹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삼성그룹 시가총액은 1987년 1조원에서 지난해 682조원으로 700배 가까이 성장했다”는 설명이 전부다.
‘기업가 정신’ ‘역사적 기부’, ‘사회환원’ 등의 수식어는 삼성 총수 일가가 재산을 불려 온 과정을 고려하면 형평을 잃은 표현이다. 1996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남매에게 돌아간 에버랜드(후 제일모직) 전환사채는 장외가가 1주당 12만원에 달했지만 주당 7700원으로 거래됐다. 1998년 에버랜드는 당시 비상장사 삼성생명의 주식 340여만주를 1주당 9000원에 매입해 지주회사 위치를 점했다.
총수 일가는 1999년에도 주당 5만5000원 이상 책정될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를 7150원에 매입해 삼성SDS에 1539억원 넘는 손해를 끼쳤다. 2008년 삼성 비자금 특검은 이건희 회장이 임직원 486명의 명의를 동원해 차명계좌 1021개를 만들었고 4조5000억원의 차명재산을 확인했다. 이 차명계좌가 금융위의 유권해석으로 대부분 실명전환되지 않고 해지되면서, 막대한 과징금 및 납세 의무를 빠져나갔다. 2017년부터 뇌물, 분식회계 혐의 등의 문제로 재판을 받는 ‘삼성물산-제일모직’ 불법 합병 문제도 이건희 회장 사후 최소 비용으로 총수 일가의 최대 지배력을 확보케 하는 경영권 승계 일환이다.
과거를 짚은 기사는 9개 종합일간지 중에선 한겨레 밖에 없다. 한겨레는 “거액 기부라는 ‘통 큰’ 결정 밑바탕엔 대형 범죄와 지연된 약속 이행이라는 어두운 그늘도 드리우고 있다”며 “문제가 된 관련 재산의 규모나 실상은 명확히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지금까지 삼성 계열사 주식 2조1천억원 어치 중 세금 등을 내고 남은 금액이 1조원 정도라고만 알려져 있다”고 지지적했다.
언론은 지난 14일부터 현재 뇌물 사건으로 구속 수감된 이 부회장을 사면해야 한다는 취지의 보도를 이어왔다. 언론은 총수 일가의 상속 과정도 사면 촉구 주장에 활용했다. “힘 실리는 '이재용 사면론'… 靑, 결단 내려야”(서울경제), “[사설] 이재용 풀어줘 경제헌신 기회 주라는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매일경제) 등이다.
경제개혁연대,·참여연대 등을 비롯한 9개 단체는 28일 “개인의 사익을 위해 삼성그룹과 국민연금에 막대한 손해를 입히고 정권 실세에게 불법로비를 일삼았던 중범죄자에게 사면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애초에 어불성설”이라며 “상속세 납부와 기부 계획 또한 사면논의나 삼성물산 불법합병 재판과는 별개다. 상속세 납부는 납세자로서 당연한 일이고 이 회장은 2008년 조준웅 특검으로 드러난 4조5000억원 규모의 차명계좌에 대한 사회환원을 약속한 바 있다”고 밝혔다.
뜨거워진 한반도, 기후 위기 우려
최근 30년 간의 한국 연평균 기온은 앞선 30년보다 1.6도 올랐다. 연평균 기온은 10년마다 0.2도씩 상승했고 극한기후지수인 폭염·열대야 일수도 각각 각 1일과 8.4일씩 늘었다. 여름은 20일 길어지고, 겨울은 22일 짧아졌다. 28일 기상청이 1912년부터 지난해까지 109년간 한국 기후변화 추세를 분석해 발표한 결과다.
언론은 ‘한반도의 기후위기’ 징표로 분석했다. 경향신문은 “최근 30년간 연평균 기온 상승 속도가 전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0.8도)의 두 배 수준”이며 “여름과 가을이 0.12~0.17도씩 기온이 오르는 동안 겨울과 봄 기온은 0.24~0.26도 올랐다. 최근 30년 간 여름은 20일 늘어나 평균 118일(약 4개월)로 가장 긴 계절이었고, 가을은 69일로 가장 짧은 계절이었다”고 전했다.
기상청은 최근 30년 간 하루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폭염 일수는 9.5일에서 10.5일로 1일 증가했고, 일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을 기록한 열대야 일수는 3.7일에서 12.1일로 8.4일 늘었다고 밝혔다. 또 각 절기별(24절기) 기온도 전체적으로 0.3~4.1도 상승했다.
기상청은 “극한 기후현상이 더욱 빈번하고 강하게 나타나는 추세”라며 “재난, 재해 뿐 아니라 국민의 일상건강에 대한 대비도 필요한 실정”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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