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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1-10-13 04:59수정 :2021-10-13 07:13
오징어게임 흥행에 오징어 경매 열기
유통사들, 오징어 물량 확보 전쟁 중
11일 오전 5시께 경북 포항시 죽도시장에서 오징어 경매가 진행 중인 가운데 김태현 롯데마트 수산팀 상품기획자(오른쪽 세번째) 경매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죽도시장에서 유통되는 오징어는 그물잡이 방식으로 흰색 빚이 돌아 채낚기 방식으로 잡은 초콜릿빚 오징어보다 판매가격이 낮은 편이다.
‘짜랑짜랑’
경매사의 종소리에 현실판 '오징어 게임'이 시작됐다. 번호가 붙은 파란 모자를 쓴 중도매인들의 손가락이 빠르게 움직였다. 비싼 가격에 오징어를 팔려는 선주들과 싼 가격에 많은 물량을 확보하려는 매수인들의 치열한 눈치싸움이 벌어지는 순간이다. 어선 한척이 밤새 조업한 오징어 경매가가 결정되는 시간은 1분여 남짓. 선주와 경매인, 매수인들 각자 위치에서 성패가 결정나는 ‘생존 게임’ 현장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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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46) 롯데마트 수산팀 상품기획자(MD·엠디)는 11일 오전 5시께 경북 포항시 구룡포항으로 이동하던 중 급하게 중도매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기존 500박스(1박스 20마리)에서 200박스 더 확보해주세요.” 이날 오전부터 포항 근해에 강한 동풍을 동반한 비가 내렸는데, 어선들이 조업을 못해 가격이 오를 것을 대비해 내일치 물량을 미리 확보하려 추가 주문을 요청한 것이다. 수요가 많은 오징어 철에 조업량이 줄 경우 하루 사이 두배 이상 가격이 뛰는 상황도 빈번하다. 매일 정해진 물량을 비슷한 가격에 공급해야 하는 대형 유통사의 특성상 제철 식품의 가격 급등은 큰 손해를 감수하는 일이다.
11일 오전 6시께 경북 포항 구룡포항 앞 어선에서 어민들이 갓잡은 오징어를 포장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모두 채낚기 방식으로 잡은 최상급 오징어로 일부는 활어로 유통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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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동행한 때는 다행히 오징어 목표 물량 확보에 성공한 날이었다. 전날보다 500박스 늘어난 1500박스를 확보해야 했지만, 포항 구룡포와 울진 후포, 경주 감포항에서 동시에 경매에 참여해 목표 금액인 한 박스 4만원 중후반대에 물량을 확보했다. 선주들이 가장 높을 경매가를 받을 것 같은 항구로 옮겨 다니기 때문에 모든 항구 경매에 참여하는 게 유리하단다. 이날 김 엠디가 확보한 물량은 그물잡이가 아니라 채낚기 방식으로 잡는 초콜릿빚 최상급 오징어였다. 매입품은 얼음 포장과 유통 과정을 거쳐 하루 뒤 전국 100여곳 마트에서 생물 상태로 판매된다. 오징어 20마리 경매단가가 5만원이라면 경매수수료와 중간포장 납품비, 운송비 등을 더해 8만~9만원의 소비자가가 책정된다. 매입 단가와 유통비가 비싼 오징어는 마진이 크지 않은 상품이다.
김 엠디는 “매일 순간순간이 위기의 연속”이라고 했다. 조업 상황에 따라 가격이 널뛰는 오징어는 유통단가를 맞추기 가장 어려운 상품으로 악명높기 때문이다. 공산품의 경우 수요 전망에 맞춰 상품을 비축할 수 있지만 생물의 경우 최대 유통기한이 4~5일에 불과하다는 특성도 있다. 지난 6월엔 오징어 할인행사가 예고된 시점에 태풍이 몰아쳐 전단지에 약속한 3마리 9900원보다 높은 유통단가 1만5000원에 매입해 손해를 보며 행사를 진행한 적도 있다. 롯데마트는 유동적인 현지 공급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김씨와 같은 현지 엠디 제도를 운용하지만 신이 아닌 이상 급변하는 기상 상황에 매일 목표를 달성하는 건 불가능하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열풍으로 오징어 확보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고 한다. 오징어 게임 개봉 뒤 대형마트 등에서 오징어 판매량이 눈에 띄게 늘었기 때문이다. 롯데마트 매출 통계를 보면 오징어게임 방영일인 지난달 17일부터 지난 7일까지 전년 동기간 대비 오징어 매출이 약 25% 늘었다. 인기 수산물인 고등어와 갈치 매출이 각각 7%와 8%가량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6월 조사 결과 우리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수산물은 오징어로 나타났다. 부동의 1위였던 고등어를 밀어낸 것이다. 김 엠디는 “오징어게임 인기로 발주 물량이 늘어 오징어게임을 볼 시간도 없었다. 드라마 속 게임 못지 않게 전국 항구에서도 더 치열한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10월 동해 오징어는 끝물을 달리고 있었다. 오징어는 6월부터 강릉 주문진을 시작해, 따뜻한 난류를 따라 울진, 포항으로 남하했다가 7~8월 여름 시기 서해와 북한해역으로 이동한 뒤 초가을 다시 동해로 돌아온다. 동해에서만 주로 잡히던 오징어가 여름철 낮은 수온(12~18도)을 찾아 서해 북쪽 해역으로 이동하고, 추워진 늦가을까지 동해안에서 잡히는 것도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 온도 상승의 결과다. 여름시기 북쪽 해역서 중국 어선의 ‘쌍끌이’ 조업으로 이후 오징어 조업량이 급감하기도 한다. 동해 어민들은 “오징어가 잡히는 장소와 양만 봐도 해수 온도 변화가 빠르다는걸 체감할 수 있다”고 했다. 지구온난화는 유통사들에게 수산물 물량 확보를 더 어렵게하는 변수가 됐다.
한해를 통틀어 초가을은 오징어게임을 마무리하는 유통사들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다. 생물 유통 물량뿐만 아니라 오징어가 안 잡히는 겨울철 비수기를 대비해 냉동물량까지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시기 얼마만큼의 냉동 오징어를 싼값에 비축하는지가 매출 지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오징어게임이 끝나는 11월 전후부터 다시 고등어게임, 갈치게임이 시작된다. 날이 추워지는 겨울철엔 생선 살이 더 차올라 맛이 좋다. 부산과 제주도 등 남쪽 항구에선 겨울철 게임 준비가 한창이다.
포항/옥기원 기자 ok@hani.co.kr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consumer/1014919.html?_fr=mt1#csidx985b045a5f5455c88ae2c8a60da1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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