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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과 한국문학] 한국어, 한류 코인을 타다

안주현 경북대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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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0-14   |  발행일 2021-10-14 제22면   |  수정 2021-10-14 07:16
넷플릭스드라마 '오징어 게임'
한류에 편승 전세계적 인기
더불어 한국어 배우기 열풍
韓문화에 대한 긍정적 인식
한글 위상 높이는 계기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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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현 경북대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연구교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다. 또 이제 한류는 따로 홍보할 필요도, 우리가 어디어디에서 1등을 했다고 애써 알려줄 필요도 없는, '그냥' 일상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예전에 '강남스타일'이 유튜브 인기를 발판으로 빌보드 차트 순위에 들었을 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만나는 외국인들에게 '두 유 노 싸이? 두 유 노 강남스타일?'을 외치고 다녀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냥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만 하면 처음 보는 외국인도 얼어붙게 만들 수 있다. (실제로 필자가 지난 한국어 수업에서 갑자기 저 문장을 말하고 고개를 돌렸을 때 많은 학생들이 가만히 멈춘 채 눈만 깜빡이고 있었다.)

언어 교수 이론이나 언어와 문화의 상관관계에 대한 이해가 없다 하더라도 한국 문화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한국 또는 한국어의 위상을 높여주는 것은 쉽게 생각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대학에서 강의하는 가장 초급 단계의 한국어 수업에서 5년 전만 하더라도 대부분 학생들이 '안녕하세요'를 제외하면 다른 문장을 말하기는커녕 '가나다' 같은 쉬운 한글도 읽을 수 없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받침이 있는 한글도 읽고, 아주 간단한 회화도 할 수 있는 학생들의 수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이는 한국이 아닌 곳에서도 개인적인 관심에서든, 매체의 노출에 의해서든 한국어에 대해 흥미를 느끼거나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말 그대로 한국어는 지금 '한류 코인을 타고' 있다. '~ 코인을 타다'는 앞으로 전망이 좋을 것으로 기대되는 단어 뒤에 써서 그것에 편승함을 나타내는 신조어구다. 한류를 잠깐 반짝이고 사그라들 현상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결과론적으로 한류의 불길은 점점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 역사에서, 다른 나라의 사례에서 문화가 순식간에 융성하고 쇠퇴하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어 그저 마음을 놓고 있기엔 어딘가 불안하다. 예를 들어 한글은 언어학자라면 그 누구라도 부정하기 어려울 만큼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문자이다. 당대 최고의 언어학자였던 세종이 말년에 한글을 창제한 후 스스로 얼마나 흡족하였을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최만리 등의 반대 상소를 논파하면서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 '석보상절(釋譜詳節)' 등 한글 문헌을 간행하면서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조만간 한글이 널리 사용될 것을 기대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한글이 국문(國文), 즉 공용 문자가 된 것은 1894년 갑오개혁 때니 객관적으로 우수하고 보편적 가치가 높다고 해서 무조건 다 융성하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48년이나 지난 후에 한글을 국문으로 만든 힘은 무엇이었을까?

한글은 한자처럼 숭상의 대상은 되지 못했지만, 창제된 이래로 끊임없이 일상을, 개인적 감정을, 평생에 걸쳐 터득한 솜씨를 전달하는 매개체로 기능했다. 높은 정신세계와 깊은 사유의 결과물을 한문 문장으로 풀어내는 것에 통달한 양반 사대부들도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편지를 쓸 때는 한글을 사용하였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류가 더 오래 지속되기를 원할 것이다. 한류를 통해 대한민국, 한국어의 위상이 높아지기를 원할 것이다. 한글이 우리 민족에게 그랬던 것처럼 한국어, 한국 문화가 오래도록 세계인의 일상과 함께하며 '보통의' 사람들을 대변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안주현 <경북대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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