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각각의 사건들의 자세한 내용은 접어둔다고 해도, 이 세 대통령들의 기구하고 비참한 말로만 본다면 대한민국은 실로 정치·사회적인 충격이 끊이지 않는 사회인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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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인제가 열린 29일 새벽 경남 김해 봉하마을 빈소에서 노 전 대통령의 관에 태극기를 덮고 있다. 2009.5.29 |
ⓒ 공동사진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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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충격이란 것들이 단순하게 별개의 사건들로만 머물지 않는다. 끊임없이 유권자들의 기억 속에서 반복되며 인식을 구성한다. 이런 관점에서, 나는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모든 정권마다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는 일련의 사회적 신뢰의 붕괴, 공직자들의 윤리적 파산을 수반하는 정치·사회적 충격들이 유권자들을 사실상 학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유권자 학대
아니 난데없이 학대라니. 하지만 학대가 별것인가. 사람이나 그 밖의 존재를 가혹한 상태로 괴롭히거나 악용(abuse)하는 것이다. 그리고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반복되는 학대는 트라우마(trauma)를 형성한다. 또 이 트라우마들은 결국 피해자(유권자)의 인격을 폭력적 성향(편향적·극단적 지지자들)이나 부정적 성향(정치 무관심·정치혐오)으로 이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본인의 직접적인 부정부패는 없었지만 검찰의 과도한 창피주기 식 과잉수사가 계속되는 중 유명을 달리해 검찰과 보수 정권에 대한 강한 적대감이 형성되는 방식으로 트라우마가 작용했다. 이명박과 박근혜의 경우 권력자가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부정부패들을 자신의 의지로 저질러 그 부정부패들이 낱낱이 까발려지는 광경을 목도하게 함으로 그들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줬던 유권자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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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사하는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개원식에 참석해 개원연설을 마친 후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2020.7.16 |
ⓒ 남소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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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임기 중인 문재인 정부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연이은 부동산 정책 실패로 재앙적 규모의 부동산 가격 폭등을 불러왔음에도 고위 공직자들은 부동산 내로남불의 작태를 보였고 급기야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사태까지 드러나 문재인 정부를 지지했던 유권자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트라우마가 되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과 정경심 교수의 자녀 입시 문제 또한 사실 여부를 떠나 상당수 청년 유권자에게는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받았던 특혜와 별반 다를 것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런 와중에 지난 10월 10일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가 먼저 더불어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었고 11월 5일에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로 각각 선출되며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었다. 한국의 정치지형 상 큰 이변이 발생하지 않는 한 이 두 후보 중 하나가 대한민국의 20대 대통령이 될 모양이다. 그런데 두 후보 모두 대통령 후보 출마와 경선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과 연루된 사건들의 면면이 처참해 유권자들이 벌써부터 맞닥뜨리는 충격이 작지 않다.
두 후보가 준 충격
이재명 후보의 경우에는 특정 개인들에게 상식 밖의 막대한 개발이익이 돌아간 성남판교 대장동 개발사업을 경찰과 검찰이 공동으로 수사하고 있다. 당시 이재명 후보가 최종 책임자인 성남시장으로 재직했던 만큼 사건의 연루 및 책임 의혹도 현재 진행형이다. 앞서 말했듯 현 정부의 부동산 실정으로 유권자들의 인내심이 더 떨어질 나락이 없는 상황에서 터진 천문학적 규모의 부동산 개발이익 관련 비리 사건이기 때문에 이 후보의 책임의 경중을 떠나 유권자들이 받은 충격을 수습하기는 쉽지 않다.
정권교체를 외치는 윤석열 후보는 출마 초기부터 부인 김건희의 논문 표절과 장모가 불법 요양병원 설립으로 3년 형을 받고 법정구속 되는 등 친인척 관련 문제들이 불거지며 자질 논란이 일었다. 여기에 더해 검찰총장 시절 2020 총선을 앞두고 최측근인 손준성 검사가 같은 검사 출신인 국민의힘 김웅 의원(당시 미래통합당 후보)에게 여권과 진보진영 인사들 11명의 고발장을 전달한 것이 제보와 언론 보도로 드러나 고발사주 의혹으로 공수처에서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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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오른쪽)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0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한국경제신문 주최로 열린 글로벌인재포럼2021 행사에서 악수하고 있다. |
ⓒ 국회사진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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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스타트업 기업 노동자에 대한 120시간 노동 허용 발언, 페미니즘 저출산 원인 발언, 광주 학살 주범인 전두환이 쿠데타와 5.18만 제외하면 정치를 잘했다며 미화하는 둥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실언이 이어졌다. 정치인으로서 상식과 안정적인 태도가 결여되었음에도 대선 후보로 선출된 상태다.
두 후보의 면면과 처한 상황이 이러니 유권자들 입장에서는 이렇게 불안한 대선은 처음일 것이다. 더군다나 유권자들은 지난 두 대통령 이명박과 박근혜에게 대선 후보 시기 제기된 대부분 의혹들이 결국 사실로 드러나 몰락하는 것을 불과 몇 해 전 직접 목도 했다.
가혹한 딜레마, 그럼에도
그럼에도 양측 적극적 지지자들을 제외한 대부분 유권자들이 이 두 후보들 중 한 명을 사표방지라는 명목으로 선택해야 부담은 가혹한 딜레마다. 선거는 최선이 아닌 차악을 선택하는 것이라는 그 오래된 경구. 유권자들은 지금 그 경구에 저주를 퍼붓고 있는 중이다. 응당 이번 대선의 투표율은 역대 최저가 될 우려가 짙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확하게 20년 전 한 연설에서 '권력에 맞서서 당당하게 권력을 쟁취하는 역사가 이뤄져야 젊은이들이 떳떳하게 정의를 이야기 할 수 있고 불의에 맞설 수 있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포효했다. 그런데 이제 정의는 무엇이고 불의는 무엇인지 혼탁하기만 하다. 이 혼탁함이 걷히기 위해서는 후보들도 지금까지와 다른 자세로 앞의 의혹들을 말끔히 해소해야 한다. 그래야 유권자들도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대선에 동참 할 수 있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번 대선은 참여정부 때 태어난 시민들이 치르게 되는 첫 대선이다. 부디 지금의 혼탁함이 남은 대선 기간 동안 말끔히 걷히기를 바라며 동료 유권자 시민들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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