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예산삭감으로 수많은 정신장애인 꿈까지 짓밟는 ‘오세훈 서울시’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1/12/03 09:22
  • 수정일
    2021/12/03 09:22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인터뷰] 파도손 “정신장애인 희망 앗아간 서울시 정책 규탄”

정신장애인 동료상담 서비스안내 포스터 그림ⓒ파도손 홈페이지
 서울시(시장 오세훈)가 아무런 사전 논의·조율 없이 일방적으로 시민사회 지원 예산을 삭감하는 안을 편성하는 바람에 정신장애 동료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신장애·인권 단체인 ‘파도손’의 활동도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이로 인해, 매해 40여 명의 지역사회 정신장애인들에게 정신장애를 이겨낼 수 있도록 지속적인 도움을 주고 있는 18명의 정신장애 당사자 상담가와 활동가도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을까 두려움에 떨고 있다.

2일 사단법인 파도손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최근 서울시는 시민단체 사업 지원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내년도 예산을 편성하면서 파도손이 2020년부터 수행하고 있는 ‘서울시 정신장애인 동료상담가 양성사업’ 예산도 삭감한 안을 시의회에 제출했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상담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파도손에 아무런 사전 통보도 안 했다.

갑작스러운 예산 삭감 소식에, 대표를 포함한 동료상담가들은 예산 삭감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면서도, 정말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에 휩싸였다. 이정하 파도손 대표는 말했다. “충격 속에서 대안을 찾고자 했지만, 어려운 상황이에요. 전체 회의시간에 이렇게까지 해도 안 되면 도대체 우린 어떻게 하냐고 울먹이던 동료의 말이 못내 가슴속에 맺힙니다.”

동료상담가 양성 사업이 이뤄낸 일들
상담받은 정신장애인이 동료상담가로
기초생활수급자 5명, 당당히 탈수급
장애 이겨내고 다시 꿈을 꾸는 이들

파도손이 두 해 동안 서울시로부터 지원받아 수행한 사업은 다른 상담 서비스와 큰 차이가 있다. 대부분의 정신장애 상담은 전문가가 체험식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그치는 반면, 동료상담가 양성사업은 지역사회에서 고립된 정신장애인이 전문 교육 과정을 통해 정신장애를 극복하고 다른 정신장애인에게 상담을 제공함으로써 더 이해가 깊은 상담서비스로 이어지는 사업이다. 방문 상담 형태로 진행되고 기본적으로 일주일에 1회씩 10회 상담이 이루어지며, 연장 시 최대 20회까지 가능하기에 일시적으로 그치지도 않는다.

특히, 정신장애인들의 고충을 파악하고 상담서비스를 제공하는 상담가가 바로 같은 정신장애를 앓았거나 극복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서비스를 받는 정신장애인도 이들을 믿고 더 깊은 이야기를 털어놓기도 한다. 동료상담가는 비슷한 일을 겪었던 경험을 토대로 깊은 이해 속에서 상담을 할 수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상담을 받은 정신장애인이 동료상담가가 되어 다른 정신장애인에게 도움을 주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이정하 대표는 설명했다.

“양성사업을 통해 당사자들은 롤모델이 되기도 해요. 그게 바로 (정신장애) 회복 과정이에요. 그러면서 그 영향이 동료들에게 전달되는 거예요. 지역사회에서 고립된 (정신장애) 동료들에게 그렇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서비스를 받았던 당사자들은 이 사업에 지원해서 상담가가 되고 있어요.”

실제, 이 같은 선순환 구조를 경험한 동료상담가도 있었다.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동료상담가로 일했고, 올해 4월부터 파도손 행정 일을 담당하고 있는 남 모(32) 활동가는 동료상담을 하면서 겪었던 일화를 들려줬다.

“작년에는 파도손에서 동료상담가로 일했어요. 그때 만났던 동료(정신장애인)들이 상담 서비스를 받고 좋아지는 걸 볼 수 있었어요. 한 분은 자신감이 없으시고 밖에 나가는 것을 꺼리시는 분이었는데, 보호자 분이 신청해서 저희가 상담을 했어요. 그분이 정신질환을 앓고 나서 꿈이 없어졌다고 했는데, 저희를 만난 뒤 꿈을 꿀 수 있게 됐다고 했어요. 다른 동료들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을 해주셨어요.”

남 활동가 또한 20대 초반에 ‘반복성 우울장애’ 판정을 받고 정기적인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정신장애인이다. 하지만 파도손 수행 사업에 지원하면서 정신장애가 크게 완화됐고, 스스로 증상을 조절할 수 있는 범위에까지 오게 됐다고 한다. 이를 경험 삼아 다른 정신장애인들이 장애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과정에서 본인이 롤모델이 되는 과정을 경험한 것이다. 이 같은 경험은 그가 더 빠르게 정신장애를 이겨낼 수 있는 토대가 되고 있다.

동료상담가 양성사업은 단순히 지역사회에 고립된 정신장애인만 치료하는 게 아니다. 동료들의 사회활동을 응원하고 때론 응원을 받으면서 동료상담가 서로를 치료하는 사업이기도 하다.

강 모(36) 활동가도 올해 4월부터 파도손에서 동료상담가로 일하면서 조울증이 완화되는 것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서로서로 동료상담을 한다고 말하기도 해요. 왜냐면 서로 이해해줄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고충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거죠. 상대도 저와 같은 병을 앓고 있기에 가능한 얘기예요.”

또 그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이 일자리 자체가 정신장애 완화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저희가 하는 일에 대해 이름을 짓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저는 그때 ‘최고의 명약’이라고 했어요. 6개월이든 1년이든 출퇴근을 하면서 고정적으로 수입을 얻는 과정은 굉장히 힘이 돼요. 독립적으로 생활을 할 수 있는 연습이 되고요. 저 같은 경우, 기초생활수급자이기도 해서, 이 일자리를 통해 탈수급(기초생활수급자에서 벗어남)을 할 수 있었어요.”

동료상담가 양성사업 활동수기ⓒ파도손 홈페이지

공공(公共)이 해야만 하는 이유
“돈을 받으며 할 수 있는 일 아냐”

이정하 대표는 정신장애 동료활동가 양성사업이 공공에서 해야만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 일은 서비스를 받은 당사자들에게 돈을 받으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서비스를 이용하는 당사자도 굉장히 고립돼 있고, 빈곤하고, 어려운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이 사업은 공공의 일자리에서만 가능해요. 그래서 취약계층 일자리 사업이거든요.”

그는 동료상담가 양성사업의 성과를 강조하기도 했다.

“작년(17명), 올해(18명) 동료상담가 중 한 명도 입원을 안 했어요. 회복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증거에요. 이를 통해 가족 부담은 크게 줄었고, 지역사회도 안정되고 있어요. 작년에는 양성사업에 참여한 동료상담가 5명이 다른 기관으로 취업도 했어요. 동료상담가 상담을 이용하는 당사자들도 100명가량 돼요. 이 일자리가 사라지면, (정신장애인) 100명 이상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하겠다는 것은) 그런 것에 대해 전혀 고려·고민하지 않고 다 날려버리겠다는 거예요.”

또 파도손은 서울시의 수혜를 받는 단체가 아니다. 경쟁입찰 공모에서 뚜렷한 사업계획과 전문성 있는 교육프로그램, 파도손이 갖고 있는 네트워크 역량으로 당당히 사업을 따내고, 지역사회에 의미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단체다.

그런데 서울시는 마치 그동안 시가 일방적으로 수혜를 제공하고 있었던 것처럼 아무런 통지조차 없이 예산을 전액 삭감한 안을 의회에 제출한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에게 파도손 성명서를 보내오기도 했다. 파도손은 성명서에서 “취약계층 일자리 빼앗지 말고 우리의 일자리를 돌려달라, 정신장애인의 희망을 앗아간 서울시 정책 규탄한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의회에서 심의하고 있고, 좀 더 지켜봐 달라”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 과정에서 증액되고 감액되는 사업이 많기 때문에, 당장 뭐라 답하기가 어렵다”라고 말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