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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이제 '몇 채 공급'과 '가격 조절'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인터뷰 下] 마강래 중앙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스머프 마을이 살기 좋은 마을로 소문이 났다. 외지에 사는 스머프들도 이 마을로 이주하고 싶어 했다. 집값도 오르고 전세가도 올랐다. 촌장인 파파 스머프가 말했다. 

 

"부자들이 집을 2채나 가지고 있으니 마을에 주택이 부족한 거예요."

 

마을 주민들도 다주택 스머프들이 집을 내놓으면 집값이 내려갈 것으로 생각했다. 파파 스머프가 1가구 1주택 원칙을 천명했다. 2주택을 계속 고수하면 엄청난 세금을 물리겠다고 으름장도 놓았다. 다주택 스머프의 상당수가 나머지 1채를 매물로 내놓았다. 무슨 일이 생기겠는가. 마을에 매물이 많이 풀렸다. 매매가가 내려갔다. 전세 살던 스머프들 중 집을 살 여력이 있는 스머프들은 이제 내 집을 마련했다. 집을 살 돈이 없는 스머프들은 난감해했다. 스머프 마을에서 전셋집은 점점 더 귀해져갔다. 전세가가 급속히 올랐다. 전세가가 오르니, 집값도 다시 올라갔다. - 마강래, <부동산 정책, 기본으로 돌아가자> p233


 

마강래 중앙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가 최근 낸 책의 한 부분이다. 주택시장에 '1가구1주택'이 도입된다 해도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는 이야기다. 특히 전세로 살면서 집을 살수 없는 저소득층에 큰 타격을 준다는 것이다.

 

부동산을 숫자로 따진다면, 다주택자들이 주택을 시장에 내놓고 이를 무주택자들이 사서 '1가구1주택'을 이룰 경우 시장은 영원한 안정화를 이룰 듯 보인다. 그러나 부동산은 단순히 숫자로만 이야기할 수 없다. 복잡한 구조와 사람의 심리가 씨줄과 날줄로 얽혀 있어 늘 문제가 된다.   


 

마강래 교수는 부동산 문제를 '숫자'와 '가격 잡기' 문제로 접근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단순하게 부동산 공급 숫자, 한 명이 몇 채를 가지고 있느냐 등의 문제에 매몰되면 '누가 왜 집을 가지고 싶어하는가'의 문제를 놓치게 된다. 선진국에 진입한 한국에서 사람들은 이제 '부동산의 질'에 눈을 돌린다. '지금보다 더 나은 집'을 갖고 싶어하는 수요가 간과되고 있다. 이와 함께 '부동산 세금 = 가격 규제' 프레임에 매몰돼 있는 점도 문제다. 부의 재분배라는 부동산 부유세의 본래 목적을 부각해야 한다. 
 

 

"왜 공급이 많은데 집은 부족한거야"라는 질문에서 벗어나 전반적인 부동산 정책이 이뤄져야 할 필요성이 있다. 마 교수와 인터뷰 두 번째 이야기를 싣는다.


 

(바로가기 ☞ : [인터뷰 上] "집값 폭등, 文정부가 만만히 봤다가 독박을 썼다")


 

▲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연합뉴스

"좋은 주택 공급하면, 집값은 올라간다"


 

프레시안 : '공급이 많아지면 집값이 내려가고 수요가 많아지면 집값이 올라간다'는 명제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 듯하다. 그렇기에 우리가 생각하는 부동산 집값 잡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공급을 늘리는 것이고 또다른 하나는 수요를 억제하는 것이다.


 

마강래 : 주택을 공급함에 있어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사실이 하나 있다. 어떤 지역은 공급이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 낸다는 점이다. 새롭게 주택을 공급하면, 그 지역은 매우 좋은 지역으로 탈바꿈한다. 주변 인프라도 정비하면서 주택이 공급되기 때문이다. 새롭게 공급된 주택은 희소가치가 높다. 새 주택, 상징성 있는 위치에 있는 주택 등은 희소하기에 상대적으로 돈이 있는 사람이 더 몰릴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비싸질 수밖에 없다. 그것이 서울, 서울 중에서도 특히 강남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프레시안 : 희소성을 생각한다면, 강남에 아무리 공급을 늘려도 집값은 떨어지지 않을 듯하다.

 

마강래 : 누구나 살고 싶은 곳에 주택을 공급하는 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여기에 '집값을 잡기 위해서'라는 단서를 붙이면 안 된다. 이 둘은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살기 좋은 주택을 공급하면 공급된 주택보다 더 많은 수요가 몰린다. 집값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이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다.


 

프레시안 : 우리나라 주택 보급률은 105%다. 전체 가구수를 넘어섰다. 서울의 경우 96%로 이를 채우지 못했다. 그렇기에 우리나라의 주택공급은 이미 넘쳤고, 서울만 조금 더 공급하면 공급과 수요가 어는 정도 맞춰진다고 이야기하는 이도 있다.
 

 

마강래 : 우리는 '가구당 주택수'를 나타내는 지표인 '주택 보급률'을 살펴보지만, 선진국에서는 '인구 1000명 당 주택수' 지표를 사용한다. 그 지표를 보면 우리는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주택이 크게 부족하다.


 

우리나라 주택 보급률은 오래 전에 100%를 넘었다. 이 지표를 보면 전국적으로 주택이 충분하지 않느냐는 착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주택 숫자에 집중하는 건 구시대적인 생각이다. 점점 주택의 질이 중요해지고 있다. 소득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사람들은 더 좋은 주택을 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택은 꾸준히 공급해야 한다.


 

"다주택자들, 무조건 투기꾼으로 몰아서는 안 된다"


 

프레시안 : 문재인 정부에서 진행한 '임대차3법'을 두고 논란이 많다. 임차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법인데, 되레 임차인에게 고통을 가중하는 법으로 됐다는 지적이 있다.
 

 

마강래 : 주택 시장은 크게 두 종류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하나는 매매 시장이고, 또 다른 하나는 임대차 시장이다. 매매 시장과 임대차 시장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매매 시장이 활황기일 때는 임대차 시장은 안정된다. 임대차 시장에서의 수요층이 매매시장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반대로 매매 시장이 침체기이면 임대차 시장은 활황기가 된다. 집값이 내릴 것이라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전세의 인기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이 두 시장이 모두 활황기다. 그것은 임대차3법 때문이다. 집주인들이 새롭게 임대계약을 할 때 4년간의 집값 상승분을 받으려 했고, 전세의 일부가 월세로 돌려져 전세가 부족해졌다. 전세도 폭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프레시안 : 현 정부는 보유세를 높여 다주택자들을 압박하고 있다. 다주택자들이 집을 내놓으면, 즉 1가구 1주택이 되면 부동산이 안정화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투기 수요라든가, 갭투자 같은 시장을 교란하는 요인들이 어느 정도 해소된다는 해석인 듯하다. 이를 통해 실수요층이 적정 가격에 집을 구입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고 한다.

 

마강래 : 다주택자들을 무조건 투기꾼으로 몰아서는 안 된다. 이들이 임대차 시장에서 주택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1가구1주택' 원칙을 강하게 추구한다면 서민들이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다주택자가 보유세를 버티지 못하고 주택을 시장에 내놓을 경우를 상상해보자. 그럴 경우, 어떤 주택을 내놓겠는가. 아마 자기가 가진 것 중 가장 안 좋은 주택을 팔 것이다. 그런 주택에 누가 살고 있겠는가. 아마 주택을 구입할 능력이 없는 저소득층 사람들이 살고 있을 것이다.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때 가장 우선시해야 하는 건, 저소득층이 피해를 입으면 안 된다는 점이다. 선제적으로 이들을 보호하는 장치를 마련하고 그 뒤에 다주택자들을 압박하든가 해야 한다.


 

프레시안 : 결국, 다주택자가 임대했던 주택에서 살던 사람들, 특히 집을 구입할 능력이 없는 저소득층들이 곤란해진다는 이야기인가.


 

마강래 : 그건 산수다. 임대주택이 실소유주택으로 전환되면 자연히 발생하는 일이다. 그렇기에 '1가구1주택'이라는 정책을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다주택자에게 압박을 가하기 전에 선행되어야 할 조건이 있다. 집을 구입할 능력이 없는 이들을 위한 임대주택이 충분해야 한다는 점이다. 

 

프레시안 : 만약 그것이 가능하려면 임대주택이 전체 주택의 몇 퍼센트 정도 비율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마강래 : 대략 15% 정도라고 본다. 현재 임대주택 물량에다가, 쪽방, 고시원, 여인숙 등의 비주택 비율을 포함해 계산해본 비율이다. 

프레시안 : 현재 임대주택 물량이 약 8% 정도이니, 아직 갈 길이 먼 듯하다. 사실 1970년이면 지하 방에서 사는 게 그렇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2021년 지금은 그런 주거 형태가 문제가 되고 있다.


 

마강래 : 전반적인 주택 공급량을 늘리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기존 낡고 노후한 지역을 정비해 임대주택 물량을 높여야 한다. 임대차 시장에는 주택구매 능력이 없는 분들이 많다. 이들을 위해서 꾸준한 임대주택 공급이 필요하다. 시장에는 분양주택의 공급 못지않게 임대주택의 공급도 매우 중요하다.


 

프레시안 : 부동산 공급을 지속해서 해야 한다고 했는데, 이런 양적 공급이 주택의 질을 높이는데도 영향을 주는 듯하다.

 

마강래 : 한국의 소득 수준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에 따라 사람들은 좋은 주택에서 살고 싶어 한다. 장기 로드맵을 가지고 주택을 꾸준히 공급해야 한다. 새 주택은 일반적으로 비싸다. 새 주택이 공급되면 자금력이 되는 이들이 기존 주택을 팔고 입주한다. 그럼 그 주택은 누군가 또 사는 식이다. 밑에서부터 하나씩 올라오는 구조다. 그러면 가장 안 좋은 주택이 마지막에 남게 된다. 이런 하급 주택들을 정비하는 식으로 나가야 한다.


 

▲ 마강래 교수. ⓒ프레시안

"한국의 보유세, 특정 목적이 없다"


 

프레시안 : 재산세 등 보유세도 연일 논란이다. 공시가격을 현실화하면서, 그리고 주택 가격이 상승하면서 그에 따라 재산세도 늘어나고 있다. 

 

마강래 : 일부 선진국의 경우, 보유세를 지역발전기금 혹은 개발촉진부담금 등으로 사용한다. 한국은 보유세의 특정 목적이 없다. 지금은 집값 잡는데 필요한 세금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프레시안 : 지자체마다 걷는 재산세에 차이가 크지 않겠는가. 

 

마강래 : 그렇다. 2021년 7월 기준으로 서울에서 7월분 재산세를 가장 많이 걷은 구는 강남구(3972억 원)다. 그리고 서초구(2637억 원), 송파구(2520억 원) 순이다. 이 세 구를 합치면 6770억 원으로 서울 전체의 40%를 차지한다. 반면 재산세를 가장 적게 걷은 구는 강북구로 222억 원을 걷었다. 강남과 14배 정도 차이가 나는 것이다.

 

물론, 서울시는 2007년 '재산세 공동과세제도'를 도입해 재산세 일부를 서울시에서 걷어서 다시 25개 구에 균등하게 나눠주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재산세의 50%를 구세로, 나머지 50%를 시세로 걷는 식이다.

 

프레시안 : 그렇게 나눈다 해도 지역 간 재정격차는 상당할 듯하다.


 

마강래 : 앞으로 지역 간 격차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특정지역에만 인구와 산업이 쏠리는 현상으로 인해 지역 간 부동산 가격의 격차도 커질 것이다. 세수의 격차로 인해 지역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난다. 살기 좋은 곳을 더욱 살기 좋은 곳으로, 낙후된 곳은 더욱 낙후된 곳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지방세인 재산세를 국세로 걷어서 지역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방안도 고민해 보아야 한다.


 

프레시안 : 한국의 부동산 전망은 어떻게 될 것 같은가. IMF, 금융위기 같은 외부 타격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계속해서 올랐다.
 

 

마강래 : 금리도 점점 높아질 것이다. 2024년부터는 수도권에 신규 주택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당분간 안정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수도권 주택가격은 장기적으로 우상향할 수밖에 없다. 일자리와 사람들이 수도권으로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 그간 역대 정부가 줄기차게 부동산 정책을 내놓았지만, 한 번도 잡힌 적 없는 주택 가격이다. 안정화할 방법은 있는가.


 

마강래 : 기본적으로 사람은 누구나 집을 가지고 싶어 한다. 그리고 좋은 집에서 살고 싶어 한다. 이런 수요를 억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그럼 공급을 확대해야 하는데, 그것도 여의치 않다. 수도권 같은 밀집 지역에서 공급을 확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공급확대와 수요억제, 이런 두 측면에서 부동산 정책을 펴는 것에서 벗어나, 제3의 길을 이야기하고 싶다. 서울 같은 밀도 높은 도시가 우리나라에 2, 3개 더 만들어진다면 어떨까. 아마도 엄청난 수요의 분산이 이뤄질 것이다.
 

 

프레시안 : 직장, 학교, 좋은 주거환경 등이 해결된다면 굳이 서울에 살지 않고 그러한 다른 도시에서 살수도 있을 듯하다.

마강래 : 그렇게 된다면, 수요가 분산되면서 서울의 집값도 안정화될 수 있다.


 

프레시안 : 오랜 시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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