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공영방송 사장‧이사 시민 추천제에 당내 공감대 있다” 공영방송 3사 노조는 “빠른 논의” 요구 

 

“공영방송을 시민의 품으로!” 고인이 된 이용마 MBC 기자의 ‘마지막 꿈’은 현 정부에서 제도로 구현될 수 있을까. 국회 언론‧미디어제도개선특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종민‧정필모‧한준호 의원과 정의당 배진교 의원,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현업 5단체가 3일 공동주최한 ‘공공미디어서비스의 책무와 시민 참여’ 토론회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개선을 위한 다양한 제언이 쏟아졌다. 

발제자로 나선 김동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강사(언론노조 정책협력실장)는 “공영방송은 양극화된 양당체제의 대표성에 근거한 이사회로는 어렵다. 공영방송 이사 구성에서 국민 참여는 대표성이 아닌 동일성이 중요하다”며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집단이 자신들과 닮은 이들을 이사로 보내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노조, 정당, 종교 등 각계 다양한 영역을 대표하는 77명으로 구성된 독일 공영방송 ZDF의 방송평의회가 추구하는 일종의 조합형 모델을 떠올리게 한다. 

▲공영방송 3사.
▲공영방송 3사.

언론특위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방송통신위원회에 각각 100명으로 구성된 ‘전문가추천위원회’와 ‘시민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공영방송 사장을 임명하는 경우 100명의 전문가추천위원 중 20명을 무작위 선정하고, 이들이 숙의를 거쳐 5배수의 후보자를 추천하면 이후 시민추천위가 2배수로 압축해 추천하면 임명권자가 최종 임명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김 의원은 이 같은 과정을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과정에도 동일하게 적용하면 된다는 입장으로, 조만간 이 내용이 담긴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교육방송법 등 개정안을 입법 발의하겠다고 예고했다.  

김종민 의원은 “기존 정필모 의원안에 등장하는 100명의 시민 숙의 과정 앞에 전문가 숙의 과정을 더한 것”이라며 자신의 안을 설명한 뒤 “제도가 몇 번 작동하면 정치적 후견성이 제거될 것”이라 기대했다. 더불어 “200명의 추천위원회는 정당부터 기자협회까지 다양한 집단의 추천을 통해 결정할 것이다. 방통위가 구성하는 추천위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3일 ‘공공미디어서비스의 책무와 시민 참여’ 국회 토론회에서 발언하는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국언론노동조합 
▲3일 ‘공공미디어서비스의 책무와 시민 참여’ 국회 토론회에서 발언하는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국언론노동조합 
▲3일 ‘공공미디어서비스의 책무와 시민 참여’ 국회 토론회에서 발언하는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전국언론노동조합 
▲3일 ‘공공미디어서비스의 책무와 시민 참여’ 국회 토론회에서 발언하는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전국언론노동조합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논의는 항상 1교시다. ‘수학의 정석’으로 치면 집합만 반복한다. 요점을 잡아 돌파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정치적 후견주의를 없애자는 건 당연한 목표지만 방법이 문제다. 그런데 공영방송에 대한 정치권의 영향력을 배제할 도리가 없다. 역사적으로 된 나라도 없다”면서 “공영방송을 지배하려는 정치권의 시도를 중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실적 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논의되는 시민참여안보다는 “이사회 구성에 중립지대를 만드는 3년 전 방통위 안을 참조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앞서 방통위 자문기구였던 방송미래발전위원회는 2018년 9월 KBS이사와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를 국회 또는 방통위가 추천하고, 정원은 13명으로 늘리되 이 중 3분의1 이상은 정파성을 최소화한 중립지대 이사로 구성하는 ‘전문가 중심’ 방안을 제안했다. 이 안은 사실상 현재까지 방통위의 공식 개선안으로 봐도 무리없다. 다만 중립지대를 구성하는 구체적 방식까지 내놓은 상황은 아니다.

이 같은 지적에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180석을 어디다 써먹나”라고 되물으며 “민주당 내에서는 시민 추천제에 대해 공감대가 있다. 현업에서 공감대가 만들어지면 (입법에) 어려움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민참여가 최종적인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이준웅 서울대 교수는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토양을 고려할 때 독일식 방송평의회 모형은 어렵다. 전문가 중심이 현실적”이라고 밝혔다. 

▲3일 ‘공공미디어서비스의 책무와 시민 참여’ 국회 토론회에서 발언하는 김서중 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 ⓒ전국언론노동조합 
▲3일 ‘공공미디어서비스의 책무와 시민 참여’ 국회 토론회에서 발언하는 김서중 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이사를 역임했던 김서중 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성공회대 미디어컨텐츠융합자율학부 교수)는 “중립지대로 들어온 분들이 조정역할을 하면 좋겠지만 정치적 후견주의를 공식적으로 포기하지 않는 한, 후견주의로 들어온 이사들이 이사회를 난장판으로 만들 수 있다”며 방통위 안에 부정적 의견을 내놨다. 그러면서 “공영방송 이사 시민추천위원회가 공론화와 숙의 과정을 거친다면 집단지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강조하는 한편 “정필모 의원안의 경우 100명의 국민추천위원회가 3년 임기로 상설화되는 것으로 나오는데 부적절해 보인다. 추천위는 이사 교체나 사장 선출이 있을 때마다 일회성으로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공영방송 종사자들은 빠른 논의와 입법을 요구했다. 최성혁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어제 MBC에서 고 이용마 기자 다큐멘터리가 나갔다. 다큐를 봤다면 우리가 지배구조 변화에 얼마나 절실한지 알 것”이라며 “이번 기회만큼은 후견주의를 끊어내는 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밝혔다. 유재우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여야에서 7대4로 보내준 똑똑한 이사보다, 미디어 전문 용어를 몰라도 국민들이 뽑은 이사들이 훨씬 낫다”고 밝혔다. 이종풍 언론노조 EBS지부장은 “전혜숙‧정필모 등 당내에서도 개정안이 다양한데 민주당이 빠르게 단일안을 내놔야 한다”고 밝혔다.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은 광범위한 사회적 공감대가 있고, 더 미뤄서는 안 될 현안이다. 대선 전 입법이 완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