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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0대가 국힘당을 지지하는 이유
(2) 보수화가 아니라 반정부다
어떤 사람은 20대가 국힘당을 지지하는 걸 보고 보수화되었다고 한다. 또 어떤 사람은 20대가 국힘당 정권을 겪어보지 않아서 국힘당을 지지하는 거라고 말한다. 대표적으로 2021년 3월 26일 재보궐선거 때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민주당이 20대에게서 지지율이 낮게 나온 것에 대해 “20대 같은 경우는 아직까지 과거의 역사에 대해서 좀 30~40대나 50대보다는 경험한 경험수치가 좀 낮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20대는 이명박근혜 정권을 겪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이 타올랐을 당시 14세 중학교 1학년이 지금 27세 청년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을 가장 먼저 들어 항쟁의 포문을 열었던 게 바로 그 중고등학생이다. 한겨레는 2008년 12월 19일 <광우병 촛불집회의 주역, 청소년>이라는 기사에서 “2008년 올 한해 우리 국민을 가장 뜨겁게 했던 것은 광우병 촛불집회였고, 이 모든 것은 모두가 주저하고 있을 때 가장 먼저 촛불을 들었던 청소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라고 평가했다. 당시 중고등학생이 얼마나 열성적으로 촛불을 들었던지 이명박 정권이 각 학교에 공문을 내려 학생들의 집회 참여를 차단하라고 지시할 정도였다.
전두환이 5.18학살을 자행했다면 박근혜는 세월호 학살을 저질렀다. 2002년 효순이 미선이의 동년배 학생들이 촛불을 들었듯이 세월호참사 때도 또래 학생들이 들고일어났다. 세월호 아이들의 동갑내기가 지금 25세다. 청소년은 2016년 박근혜 탄핵촛불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촛불세력의 한 축을 당당히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니 20대가 국힘당을 모른다고 할 수 없다. 20대가 국힘당 정권을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보수적이라고 하면 애초에 왜 문재인 정부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2020년 총선에서 민주당에 표를 몰아주었겠는가. 2020년 총선 땐 진보적이었는데 1년 만인 2021년 재보궐선거에선 보수적으로 바뀌었다는 주장도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20대가 국힘당을 지지하는 것은 정말로 국힘당을 지지하는 게 아니라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반발의 성격을 갖는다고 봐야 한다. CBS라디오 심층취재팀은 2021년 4월 6일과 7일 20대를 인터뷰했는데 그중 하나를 소개한다.
“보수화라기보다 어떻게 보면 지금 자칭 진보세력을 주장하는 그쪽 정부랑 여당이 마음에 안 들어서 반대쪽으로 가는 게 전 보수화라고 볼 순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건 그 사람들이 잘못했기 때문에 그런 (현상이) 발생한 것이지 보수화라고 딱히 보진 않아요.”(최모 씨. 20대 남성)
김웅 국힘당 의원은 재보궐선거 직후 “20대들이 국민의힘을 지지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힘을 과시한 것에 불과하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국힘당 자신도 20대가 정말 자신을 지지하는 게 아님을 아는 것이다.
(3) 주인의식 표출
어떤 이는 20대가 개인주의, 이기주의가 심해서 보수적이고 국힘당을 지지하는 거라고 지적한다. 20대가 개인주의, 이기주의가 심하다는 건 맞는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한번 따져보자. 40·50대는 개인주의, 이기주의가 적다고 할 수 있나? 그렇지 않다. 40·50대도 자기 자식만 생각하는 가족 이기주의가 심하다.
2016년 정유라가 최순실과 박근혜의 권력을 빌어 대학에 입학했을 때 40·50대는 “미안하다. 힘없고 빽이 없어 우리 아들딸이 고생만 하게 만들었다”라고 분노를 터트렸다. 불공정한 상황을 지적하느라 한 말이겠지만, 곱씹어 생각해보자. 할 수 있다면, 줄이 있고 빽이 있다면 아들딸에게 특혜를 줘서 고생하지 않게 만들고 싶다는 40·50대의 속마음을 엿볼 수 있다. 지인에게 연락하는 것으로 내 아이가 대학에 합격할 수 있고 좋은 직장에 취직할 수 있다면 그렇게 했을 거라는 뜻이다. 이건 잘못된 것이니까 안 하는 게 아니라 할 수가 없어서 못하는 것에 가깝다. 한국 사회 전반에 이런 심리가 깔려 있다. 그래서 20대만 특별히 이기주의적이라고 할 상황이 아니다.
최근 국민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화두는 공정이다. 그런데 이 공정에 대해서도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평등은 강남과 비강남, 이른바 SKY대학과 그 외의 대학, 고액연봉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의 차이를 타파하자는 것이다. 비강남 사람도, 지방대학 학생도, 고액연봉자가 아닌 평범한 노동자들도 잘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게 평등이다.
그런데 공정은 이런 불평등을 타파하자는 게 아니다. 공정은 불평등한 구조를 그대로 두되 내가 강남사람, 고액연봉자가 되고 내 자녀를 SKY대학에 보낼 기회를 달라는 것이다. 계층 격차를 좁히는 게 아니라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오르게 해달라는 것이다.
공정과 평등을 비교해보면 공정이라는 구호에 제한성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공정은 불평등을 용인한다. 나에게 기회만 제공되면 된다. 공정은 개인주의, 이기주의를 전제로 한 개념이고 욕망이 담겨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공정해져야 한다고 주장하지 더 평등해져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이렇게 공정이란 화두를 봐도 개인주의, 이기주의는 이미 사회 전반에 퍼진 공통의 문제라는 걸 알 수 있다. 20대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 옛날에 시골 사람은 순박한데 도시 사람은 자기만 아는 깍쟁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도시는 눈 뜨고도 코 베일 곳이라고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시골 사람이라고 해서 도시 사람보다 순박한가? 지금은 시골, 도시 나눌 것 없이 모두 돈을 추종한다. 돈 때문에 가족 간에, 동네 사람들 간에 다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황금만능주의가 전국, 전 세대에 퍼져있다.
개인주의, 이기주의가 20대의 특성이 아니라면, 20대는 40·50대와 무엇이 다른가? 20대가 가지고 있는 특별함은 개인주의, 이기주의가 아니라 다른 세대보다 주권의식이 높다는 것이다.
지금 20대는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을 앞장서 연 세대다. 2014년 세월호참사 추모와 진상규명, 2016년 박근혜 탄핵 촛불에 나섰던 사람들이다. 지금의 20대는 이르면 초등학생 때부터 성인이 된 지금까지, 인생 자체를 광장의 주인으로 살았다. 청소년이 먼저 나서서 어른들을 이끌어내는 경험을 했고 실제로 정권을 교체하는 데 성공하며 세상을 변화시키는 경험을 하며 자랐다. 그래서 20대는 다른 세대보다 주권의식이 높다.
물론 40·50대도 진보적이고 정치에 적극적이다. 40·50대의 정치방식을 보면 어느 정치인을 추종할지 판단해 그 정치인에게 자기를 투영한다. 그런 문화가 노사모를 만들었고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이재명 후보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정치방식은 위험한 면이 있다. 정치인을 추종하고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보니 그 정치인이 잘못을 해도 두둔하는 경향이 있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실패했을 때도 일부 40·50대는 모두 다 이명박근혜 정부 탓이지 문재인 정부는 잘못이 없다고 두둔했다. 과거 40·50대 이전 세대도 김대중, 김영삼을 추종했다. 그런데 민주화운동을 하던 김영삼이 1990년 군사독재세력과 3당 합당을 하며 보수로 돌아서자 김영삼을 지지하던 부산·경남 사람들이 덩달아 보수가 되었다. 이런 위험성을 경계해야 한다. 지지하는 후보라도 민의에서 탈선하는 모습을 보이면 채찍을 들어 올바른 길로 견인하는 게 필요하다.
반면 20대는 정치인을 추종하는 게 아니라 누가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실현해 줄 것이냐를 두고 정치인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정치행위를 한다. 그래서 박근혜 정권에 맞서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을 선택했지만 문재인 정부가 20대의 삶을 절망에 빠뜨리자 누가 20대의 이야기를 들어줄지 찾고 있다. 머니투데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2021년 12월 6일, 7일 여론조사 한 결과 20대 중 72.6%가 지지 후보를 바꿀 수 있다고 대답했다. 그래서 홍준표가 20대와 소통하려는 걸 보고 홍준표를 지지해보기도 했다가 홍준표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다시 지지를 철회한다. 20대가 어느 정치인을 추종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주인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행보다.
이렇게 주권의식이 높은 20대가 학교를 벗어나 사회로 나왔을 때 절망적인 현실을 마주했다. 그래서 ‘헬조선’을 끝내겠다고 문재인 민주당에 그야말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 만큼의 절대적인 힘을 줬는데 그게 오히려 더 큰 절망을 가져왔다. 그래서 20대는 문재인 민주당에 심판의 몽둥이를 들었다. 국힘당을 지지한 건 문재인 민주당을 심판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20대가 국힘당을 지지하는 건 그들이 보수화되어서도, 국힘당을 겪어보지 않아서도 아니다. 그것 말고는 문재인 민주당을 혼낼 방법이 없는 것뿐이다.
혹자는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20대 청년에게 “아무리 그래도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보다는 낫지 않느냐”라고 물어보았다고 한다. 그러자 대답은 “우리가 고작 박근혜보다 나은 정부를 바라고 촛불을 든 건 아니다. 어떻게 박근혜랑 비교를 하느냐”라는 것이었다. 지금 20대는 문재인 정부 수준을 뛰어넘는 더 높은 단계의 정부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눈높이가 올라갔다.
4. 20대 극우화를 추구하는 적폐세력
미국과 국힘당, 조중동은 20대를 극우로 이끌고 있다.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2021년 5월 10일부터 13일까지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력하면 상층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라는 질문에 만 20세~만 34세 청년 중 62%가 없다고 대답했다. 경제난이 극심해지고 노력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다고 여기면, 불평등한 사회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게 자연스럽다. 따라서 사회환경을 보면 20대가 그 어느 세대보다 더 진보적이고 기득권층에게 위협적인 세력으로 성장할 수 있다.
적폐세력은 20대가 진보로 분출하는 걸 막으려고 한다. 그래서 20대를 진보가 아니라 극우화시키려 한다. 극우는 전체주의 같이 폭압적이며 타 인종, 타 민족, 타 국가 사람을 배척하고 혐오하는 특성이 있다. 상대방에 대한 혐오감이 크고 배척하려 하다 보니 폭력성을 동반하게 되는 게 일반적인 특징이다.
극우화는 제국주의자들의 전통적인 수법이다. 나치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독일은 1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후 식민지를 잃고 막대한 전쟁배상금을 물게 되어 극심한 경제난을 겪었고 국민의 불만도 극에 달했다. 그러자 독일 국민은 불평등을 해소하자는 시위를 벌이고 독일 공산당도 창당해 성장시키고 있었다. 이때 나치가 등장해 공산당을 탄압해 진보의 싹을 제거하는 한편 독일 국민의 분노를 유대인, 영국, 프랑스로 돌렸다. 그래서 독일 국민에게 적대심과 혐오감을 심어 극우화시켰다. 그 결과 나치 독일은 유대인 대량 학살과 2차 세계대전 발발을 저지르기에 이르렀다.
한국 사회 적폐세력인 미국과 국힘당, 조중동도 마찬가지다. 앞서 살펴봤듯 한국 경제가 어려워진 건 미국과 미국이 강요한 신자유주의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과 국힘당, 조중동 등 적폐세력은 20대에게 미국과 신자유주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는다. 20대의 분노를 세대갈등, 남녀갈등으로 유도한다. 경향신문이 케이스탯에 의뢰해 2021년 10월 3일부터 4일까지 여론조사한 결과 지난 4년간 가장 심각해진 갈등 1위(34%)로 빈부갈등이 꼽혔다. 반면 20대는 가장 심각해진 갈등 1위(48%)로 남녀갈등을 꼽았다. 적폐세력의 극우화 준동이 20대에게서 빈부갈등보다 남녀갈등을 더 심각한 문제로 여기게 만들었다.
극우화 추세는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세계 자본주의 전체가 심각한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자본가들이 직접 자기 입으로 위기를 인정하는 상황이다.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 회장은 2020년에 열린 포럼에서 “급격한 경기 침체는 이미 시작되었고 1930년대 이후 최악의 불황이 찾아올 수 있다”라며 “자본주의의 ‘위대한 리셋’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레이 달리오 회장은 2019년 4월 “나는 자본가다. 그러나 심지어 나조차 자본주의가 망가졌다고 생각한다”라며 자본주의는 개혁하지 않으면 “엄청난 갈등과 어떤 혁명”을 맞닥뜨릴 위험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본주의가 위기를 겪고 있기 때문에 세계 민중 속에서 평등을 추구하고 더 나아가선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움직임이 나올 수 있었다. 당장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2021년 『사회주의가 시급하다』라는 책을 발간해 자본주의가 파국을 피할 수가 없다며 사회주의를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세계 민중의 진보적 분출을 막기 위해 독점자본가들은 독일의 나치처럼 국민을 극우화하려 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제난의 원인이 유색인종, 이민자, 중국에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며 혐오 정서를 부추기면서 2016년 미국 대선에서 승리했다.
원래 트럼프가 등장하기 전 미국인은 불평등을 타파하기 위해 나서고 있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삶이 피폐해지자 미국인들은 2011년 ‘월가를 점령하라’라는 시위를 벌여 미국의 금융자본에 맞섰다. 그리고 미국인은 2016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민주적 사회주의자임을 자처한 버니 샌더스에 환호했다. 샌더스는 경선 초반 지지율이 3%에 불과했지만, 경선이 끝났을 땐 22개 주에서 승리했고 전체 대의원 중 39.5%의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미국에서 거세게 불었던 진보의 바람은 2021년 현재 자취를 감췄다. 트럼프가 등장하면서 미국을 극우화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등장으로 극우세력은 빠르게 성장해 2021년 미 의사당을 점거할 정도로 기승을 부리게 되었다.
미국 말고도 유럽에선 헝가리, 폴란드에서 극우세력이 집권하고 독일, 스페인 등에서 극우정당이 성장해 원내진입에 성공하기도 했다. 브라질이나 칠레 같은 중남미 나라에서도 극우세력이 집권하거나 주요 정치세력으로 부상했다.
한국에서도 더욱 강력한 촛불개혁을 바라는 국민이 있는 한편 반대로 태극기부대가 창궐하는 등 극우 움직임도 거세졌다. 국힘당의 경우 검찰 파쇼를 하던 윤석열이 전두환을 찬양하며 대선 후보로 등장했다. 적폐세력은 20대를 극우화하기 위해서 각종 혐오를 조장하고 호남을 비하하며 중국을 배척하는 등의 일베 문화를 유포한다.
적폐세력이 20대를 극우화하기 위한 장치 중 하나는 게임이다.
게임이 극우화 장치가 되는 이유는 첫째, 극우화의 주요 방식인 우민화의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게임 중독은 성인에게도 많지만 어린이, 청소년에게 더 심각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 ‘2021 게임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게임 이용률은 71%인데 10대는 94%, 20대는 86%에 달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0 게임 과몰입 종합 실태조사’에 따르면 평일 기준으로 하루 평균 2시간 이상 게임을 하는 청소년 비율은 초등학교 저학년 20%, 초등학교 고학년 37%, 중학생 39%, 고등학생 28%다. 주말에는 초등학교 저학년 40%, 초등학교 고학년 48%, 중학생 59%, 고등학생 55%가 하루 평균 2시간 이상 게임을 한다.
초등학생의 경우 지나치게 어릴 때부터 게임에 너무 많이 노출됐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중고등학생의 경우 대부분 학교 수업을 마치고 사교육을 받는 게 현실인데 그 와중에도 평일에 평균 2시간 이상 게임을 한다면 쉬는 시간의 대부분을 게임으로 보낸다고 봐도 될 듯하다.
어린이, 청소년 시기는 공부를 해서 지적 능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어렸을 때부터 게임에 빠지면 공부를 상대적으로 소홀히 하고 지적 능력도 저하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대체로 남성 청소년이 여성 청소년보다 더 많은 시간 동안 게임을 한다. ‘2020 청소년통계’에 따르면 컴퓨터게임과 인터넷 검색으로 여가를 보낸다는 청소년 비율은 남성 청소년의 76.4%, 여자 청소년의 58.2%다. 남성이 월등히 높다.
그런데 교육부가 발표한 ‘2020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보면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학업성취도가 낮다. 중학교 3학년의 경우 국어에서 보통학력 이상의 학업성취도를 보인 비율은 남성 68%, 여성 83%였다. 영어에선 남성 59%, 여성 69%였다. 수학의 경우 남성 56%, 여성 60%로 엇비슷했다.
반면 중학교 3학년 학생 중 기초학력 미달의 학업성취도를 보인 비율은 국어에서 남성 10%, 여성 3%, 수학에서 남성 16%, 여성 11%, 영어에서 남성 10%, 여성 4%였다.
상황이 이런데도 어떤 이들은 청소년의 학업스트레스와 획일화된 진로 선택에 대한 반항심을 이용해 모든 사람이 다 공부를 잘해야 하는 건 아니라거나 게임을 잘하는 것도 능력이라는 식으로 청소년을 선동한다.
미국 컬럼비아 메일맨 공공보건대와 프랑스 파리 데카르트대 공동연구팀은 게임을 많이 하는 어린이가 인지능력이 높을 확률이 1.75배, 학업성취도가 높을 확률이 1.88배라는 황당한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호주의 한 연구팀은 비슷한 연구결과를 발표하며 “온라인 게임을 하며 레벨을 높이기 위해 수학·읽기 등의 지식을 이용해 퍼즐을 푸는 행위가 성적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게임을 하지 못하도록 청소년을 통제하는 건 뭘 모르는 무식한 행동이고 오히려 아이를 위한 게 아니라는 듯이 이야기한다.
하지만 게임이 정말 청소년에게 장려할만한 것이라면 적폐세력 자신부터 자녀에게 게임을 권장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적폐세력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독점자본가들은 자녀가 게임과 전자기기에 중독되지 않도록 관리한다. 빌 게이츠의 경우 자신의 자녀가 만 14세가 되기 전까지 스마트폰을 가지지 못하게 했다. 빌 게이츠는 자녀가 성인이 되기 전까지 집에서 컴퓨터를 하루 45분 이상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도 자녀의 컴퓨터 사용을 엄격하게 제한했다. 잡스는 집을 ‘테크 프리(현대 기술에서 동떨어진 공간)’로 만들었다. 잡스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아이패드 판매하면서 정작 자기 자녀들에겐 아이패드를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미 독점자본가들은 자기 자녀들을 그렇게 관리하면서 서민들에겐 게임을 장려한다. 국민을 우민화하기 위해서다. 우민화는 극우화의 주요 수단이다.
게임이 극우화 장치가 되는 이유는 둘째, 게임이 사람을 극우이념에 물들게 만들기 때문이다.
게임은 특성상 대체로 상대방을 적대하고 혐오하며 몰살하는 내용이다. 상대방과의 공존을 추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게임은 혐오 문화, 적대시 문화를 주입한다. 전쟁 게임의 경우엔 북·중·러를 적으로 삼고 중동 사람을 테러리스트로 묘사해 죽이게 만든다.
게임문화는 실제 전쟁과도 연결된다. 최근 미국은 멀리서 컴퓨터로 드론을 조종해 상대를 죽인다. 현장에 나간 보병도 첨단무기를 사용해 직접 사람을 보는 게 아니라 화면을 보며 사람을 죽이기도 한다. 그야말로 게임하듯 사람을 학살한다.
시야를 좀 더 넓혀 보면 어린이 만화도 문제가 심각하다.
예를 들어 ‘라바’라는 만화가 있다. 라바에는 괴팍한 빨간 벌레와 식탐 많고 바보 같은 노란 벌레가 서로 이기적으로 굴며 괴롭히고 싸운다. 힘이 강한 장수풍뎅이는 폭력을 행사하며 왕처럼 군림한다.
‘스푸키즈’라는 만화도 있다. 스푸키즈는 도깨비와 좀비, 흡혈귀 등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식탐을 채우기 위해 폭력을 저지르고 재미로 약한 이를 괴롭힌다. 어떤 등장인물은 폭력을 당해 머리, 팔, 다리가 떼어져 발에 차이곤 한다. 머리를 떼어내서 걷어차는 행위를 즐겁게 여기게 만들어 생명을 경시하게 만든다.
라바나 스푸키즈는 서로를 괴롭히는 질 나쁜 내용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해 아이들에게 전달한다. 이런 걸 계속 보면 어린이, 청소년의 심성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약한 사람을 괴롭히는 걸 재미로 여기게 만들고 이기주의와 약육강식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그래서 문제를 제기해도 그게 뭐가 문제냐는 반응이 툭 튀어나오게 만든다. 이런 만화는 집에서 보여주지 않는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라바와 스푸키즈는 버스 광고판에 방영되어 자연스럽게 보게 만든다.
저런 내용의 만화여야 인기를 끄는 게 아니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인기를 끄는 뽀로로의 예를 보자. 뽀로로에는 주인공 펭귄이 백곰과 여우, 비버, 공룡 등과 공존한다. 뽀로로에서 백곰은 다른 친구들에게 힘자랑을 하지 않고 평등하게 살려고 노력한다. 여우는 자기 지식으로 친구를 골탕 먹이지 않는다. 요리를 잘하는 비버는 요리를 못하는 펭귄을 무시하지 않는다. 예쁜 캐릭터가 못생긴 캐릭터를 괄시하지 않는다. 말을 잘하지 못하는 공룡을 누구도 놀리거나 따돌리지 않는다. 이런 내용은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도움이 되는 바람직한 내용이다. 충분히 어린이에게 인기를 얻으면서도 긍정적인 문화를 전파할 수 있다.
과거 전두환 정권은 성(Sex), 영화(Screen), 스포츠(Sports), 소위 3S 정책을 펴 독재정권으로부터 관심을 돌리는 우민화 정책을 폈다. 그와 마찬가지로 적폐세력은 게임과 만화 등을 통해 20대를 우민화·극우화하려고 한다.
(이어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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