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올림픽 보이콧에 이어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강행하는 등 미국이 신냉전 체제 구축을 위한 ‘편 가르기 외교’에 속도를 낸다.
2018년 미중 무역 갈등으로 촉발한 신냉전은 ‘가치동맹’을 역설한 바이든 미 행정부가 지난 9월 AUKUS(오커스, 미국·영국·호주가 맺은 인도·태평양 지역 군사동맹)를 창설하면서 정치·군사 분야로까지 첨예한 대립이 확대되었다.
미국의 신냉전 전략은 인권의 무기화를 통한 가치동맹, 군사정보 공유와 무기 배치, 그리고 합동군사훈련을 통한 군사동맹으로 표현된다.
명목상 가치동맹, 군사동맹이지만 실상은 대중국 포위전략(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에 동참을 강요하는 미국편 줄 세우기에 다름 아니다.
미국이 편을 갈라 줄을 세우는 외교전략에서 어쩐지 절대 강자의 위력보다 퇴물이 되기 싫어하는 조바심이 느껴진다.
미국이 베이징올림픽 보이콧 선언한 진짜 이유
미국이 중국의 신장 위구르 소수민족 학살과 반인도 범죄 등을 이유로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했다.
외교적 보이콧이란, 선수단은 파견하되 개회식과 폐회식 등 행사 때 정부 사절단을 보내지 않는 것을 말한다.
미국이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공식화하면서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서방 진영의 연쇄 동참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미국이 보이콧을 선언한 이유가 액면처럼 인권 문제라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미국이 보이콧을 선언한 진짜 이유는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중국의 ‘일대일로’가 세계로 팽창하는 것을 차단하는 데 목적이 있다.
중국은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 참가하는 모든 선수와 기자, 대표단을 상대로 ‘디지털 위안화’를 상용화함으로써 달러 기축통화에 균열을 가하고, 로봇 택시와 로봇 버스를 운행해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을 비롯한 4차산업혁명의 발전상을 세계만방에 알릴 기회로 삼고 있다.
또한 코로나 발병국이라는 오명을 벗고 코로나 청정국으로 등장함으로써 하루 20만명에 달하는 미국과의 비교우위를 점하려는 계산도 깔려있다.
만약 베이징 올림픽이 중국 뜻대로 성공하면 미국의 대중국 포위전략에 심각한 파열구를 내게 된다.
미국이 중국의 국위 선양에 들러리를 설 리 만무하다. 그래서 미국은 보이콧을 선언하고 영국, 호주, 캐나다 등 서방 동맹국에 보이콧 동참을 강제하기에 이르렀다.
미국식 자유민주주의가 ‘절대 선(善)’인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 9일과 10일, 권위주의에 대항하고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진행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배제된 채 110개 국이 참가한 이날 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독재는 전 세계인의 가슴속에 타오르는 자유의 불씨를 결코 꺼뜨릴 수 없다”라고 자유민주주의를 설파하면서 미국 편에 줄서기를 강요했다.
마치 세상에 민주주의는 미국식 자유민주주의 밖에 없는 양, 다른 민주주의는 모두 독재로 매도한다. 하지만 극심한 차별과 빈부격차라는 자유민주주의의 병폐로 인해 최근 사회민주주의나 인민민주주의가 더 각광 받는다.
특히 민주주의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 지면서 자기 민족, 자기 나라 실정에 맞는 민주주의를 채택하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미국의 자유민주주의 지배 질서를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에 따라는 가지만, 기회만 되면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번 ‘민주주의 정상회의’가 이틀이나 진행됐지만 변변한 합의안 하나 마련하지 못한 것도 이런 사정의 반영으로 보인다.
강자의 위력인가? 패자의 조바심인가?
미국은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이어 주요7개국(G7, 미국·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캐나다·일본) 외교개발장관회의를 연속적으로 개최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G7은 아니지만 초청국 자격으로 참가했다. 정 장관은 회의에서 우리 정부의 신남방정책과 각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연계할 필요성을 언급했다고 외교부가 13일 밝혔다.
여기서 신남방정책이란 결국 한미일 군사동맹을 통한 미국의 대중국 포위전략 편승을 의미한다.
정 장관의 발표가 있던 그날 공교롭게도 일본이 주도하는 CPTPP 가입 논의를 8년 만에 다시 시작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우회로를 마련한 것이라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현재 호주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라고 밝혔지만, 미국의 보이콧 동참 압력은 거세질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 G2 경쟁의 승자를 섣불리 예측할 수는 없다. 하지만 30년 전 알아서 미국 밑에 줄 서던 때와 지금은 확실히 차이가 난다.
세계 질서의 변화를 냉정하게 읽을 수 있는 국가 지도자라야 국익을 지킬 수 있지 않을까.
출처 : 현장언론 민플러스(http://www.minplusnews.com)
강호석 기자 sonkang11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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