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신문 솎아보기]
선대위 조직 해체로 대응한 윤석열 무속인 논란…의혹해소는?
젠더 갈등 부추기지만 대안 고민 없는 갈등조장 정치판 지적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의 이른바 ‘7시간 통화’ 음성·녹취가 공개된 가운데, ‘이재명 욕설’ 녹음파일이 공개됐다. 19일자 신문엔 이 같은 맞불 대결로 비화한 녹취록 논란에 ‘막장 대선’이라 비판이 제기됐다.
‘김건희 녹취’가 MBC·서울의소리 등 언론 매체를 통해 공개됐다면, ‘이재명 녹취’ 공개엔 국민의힘이 관여했다. ‘굿바이 이재명’ 저자 장영하 변호사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 160분 분량 녹음 파일 30여 건을 공개했는데, 이 자리를 국민의힘 선대본부 산하 클린선거전략본부가 지원했다고 알려졌다. 국회 기자회견장 사용은 국회의원이나 정당 대변인, 차관급 이상 국회 공무원 등 사용권이 있는 이의 신청이 있어야 가능하다.
서울신문 기사(김건희 녹취, 이재명 욕설…막 나가는 대선)는 “대선을 50일 앞두고 판세가 전례 없는 혼전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여야가 극한 충돌을 불사하는 모양새다. 대선후보의 도덕성 검증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자칫 국민의 안위, 민생 등과 직결된 정책 대결을 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며 “오는 23일 MBC의 김씨 ‘7시간 통화’ 녹취 후속 보도가 예고돼 있어 양측 간 공방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파장이 이어지고 있는 ‘김건희 녹취록’ 관련해선 윤석열 후보의 ‘이중 대응’이 지적되고 있다. 무속의혹과 관련해선 선대본부 산하 네트워크를 통째로 해체했지만 성폭력 2차 가해 논란엔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국일보 기사(무속 논란 신속차단, 미투 비하엔 침묵… 尹의 계산된 이중대응)는 이를 “‘표의 유불리’를 따진 결과”라 봤다. “무속 논란은 국민의힘 집토끼인 보수 개신교계나 중도층의 반감을 살 수 있는 예민한 문제다. 윤 후보는 ‘왕(王) 자’ 논란 당시 성경책을 들고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를 찾아 예배를 보는 모습을 공개한 바 있다”며 “반면 미투 폄훼 발언에 분노하는 여성 유권자들은 어차피 윤 후보의 적극 지지층이 아니라는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MBC의 ‘김건희 녹취록’ 보도를 비판하는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의 타 신문사(중부일보) 칼럼 내용을 지면 기사로 다뤘다. “MBC가 아니어도 녹취록 방송은 다른 매체들에 의해 이루어질 텐데 왜 굳이 공영방송이 ‘두 개로 쪼개진’ 공론장의 한복판에 사실상 어느 한 쪽을 편드는 역할로 뛰어들어야 하느냐”며 “작은 유튜브 채널의 ‘하청’ 역할을 맡았다”는 대목 등을 인용해 전했다.
윤석열 ‘도사 리스크’
19일 신문 사설에서 가장 공통적으로 등장한 키워드는 ‘윤석열과 무속인’이다. ‘건진법사’로 불리는 무속인 전아무개씨가 윤석열 캠프에서 활동한다는 논란에 국민의힘은 18일 이와 관련된 선대본부 산하 네트워크 본부를 해산했다. 그러나 석연치 않은 의문들에 대해 윤 후보의 명확한 해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경향신문,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등이 관련 사설을 게재했다.
윤 후보의 무속인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윤 후보는 지난해 10월 당내 경선 토론회에서 손바닥에 ‘왕(王)’자를 적고 나와 무속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최근 ‘김건희 녹취록’에서 그의 배우자가 “내가 영적인 사람들”이라고 말한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무속인이 캠프 업무 전반에 관여한 정황이 언론(세계일보) 보도로 알려졌다.
다수의 언론은 이번 ‘건진법사’ 의혹을 부인하던 국민의힘이 ‘선거조직 해체’로 대응한 데 의구심을 보냈다. 한겨레 사설(‘무속인 관여’ 부인하면서 선거조직은 왜 해체하나)은 “제기된 의혹을 명명백백히 밝히는 게 먼저지, 조직을 해산함으로써 의혹을 덮으려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건 국민에게 책임있는 모습이 아니다”라며 “후보 자신의 문제를 덮기 위해 조직을 희생양 삼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만 키울 뿐”이라 지적했다.
중앙일보 사설(윤석열 무속 고리 못 끊으면 지도자 자격 없다)은 “윤 후보가 무속인과의 고리를 확실히 끊어내지 못한다면 국가 지도자로서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무속 논란이 심각한 것은 우선 ‘비선 실세’의 폐해 때문이다. 최순실의 국정 개입은 박근혜 정부를 파국으로 몰고 간 발단이었다”며 “전씨가 검찰총장 시절부터 윤 후보에게 각종 사안에 조언해 준다며 주변에 말하고 다녔다는 보도가 나왔다. 사실이라면 장막 뒤에서 권력자에게 영향을 끼치며 자신의 위상을 과시하는 구태의 싹이 자라는 것”이라 지적했다.
누가 유권자 편 가르나
대선 후보들이 유권자 편을 가르고 있다는 비판이 높다. 특히 ‘젠더’ 문제와 관련해선 치열한 갈등을 조장할 뿐 철학도 세부적인 대안도 부재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신문은 1면 머리에 “젠더 공약에 젠더 철학이 없다”는 기사로 이 같은 지점을 비판했다. “정치권은 ‘여성가족부 폐지’ 한 줄 공약에 들끓고 ‘이대녀’, ‘이대남’은 여전히 동네북이다. ‘젠더 갈등’이 정쟁으로 비화됐지만, ‘젠더 공약’은 실종됐다는 평이 지배적”이라는 것이다. 이어진 3면 기사(여가부 폐지·명칭 변경뿐 구체 대안 없어…성소수자 인권·포괄적 성교육 비전 ‘전무’)에선 변화하는 가족 개념에 대한 개선 의지,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무관심이 여지 없이 드러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경향신문 ‘최민영 논설위원의 단도직입’은 한국의 경제사회질서를 가족자유주의로 이론화한 장경섭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를 인터뷰했다. 제목은 “정치인들, 남녀 갈라치는 역사 중범죄…청년층 뭉쳐 싸워야”다. 장 교수는 인터뷰에서 “모든 문제를 만든 건 기성세대다. 청년층은 연합전선을 만들어서 기성세대와 투쟁해야 한다. 청년 조직화를 돕기 위해 국가가 나서야 한다. 그런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런 남녀를 갈라친다. 매우 악질적인 선동이자 역사적으로 추잡한 중범죄”라며 “과거 영호남이나 색깔논쟁으로 권력을 나눠먹은 것처럼 이번에는 젠더갈등으로 정치기득권 유지를 위한 플랫폼을 만들고 있는 것”이라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국민의힘에 대한 이재명 후보의 “국민 편 가르기 정치를 한다”는 비판을 들어 “문재인 정권 5년간 사실상의 국정 운영 기조가 바로 ‘국민 편 가르기’였으며 정권을 이어받겠다는 이 후보도 그 주역 중 한 사람”이라 했다. “누가 국민을 편 가르나”라는 제목의 ‘태평로’(최승현 논설위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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