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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북한 동향 2. 북한은 어떻게 ‘코로나 0’을 유지하는가

[공동기획] 새해 북한 동향 2. 북한은 어떻게 ‘코로나 0’을 유지하는가

 

박명훈 주권연구소 연구원 | 기사입력 2022/01/19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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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권연구소와 자주시보는 2022년을 맞아 새해 북한 사회에서 두드러진 모습을 집중 조명해보는 공동기획을 아래와 같이 준비하였다. 

 

1. 삼지연시를 통해 본 북한의 불가사의

2. 북한은 어떻게 코로나 0을 유지하는가

3. 성과보다 교훈 찾기에 집중하는 북한

 

 

2. 북한은 어떻게 코로나 0을 유지하는가

 

서방 선진국은 줄줄이 ‘코로나 방역 파산’…북한은 어떨까?

 

올해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강타한 지 3년째다. 이제는 신종 오미크론 변이까지 번지면서 미국 등 서구 선진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점입가경이다. 특히 코로나 감염에 따른 확진자와 사망자가 나날이 늘어가면서 서방 각국은 말 그대로 아비규환에 빠졌다. 

 

선진국에서는 백신 접종에 따른 ‘집단면역’을 자신했지만, 성공은커녕 실패의 기색이 매우 뚜렷하다. 새해부터 하루 기준 거의 100만 명에 가까운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는 미국이야 말할 것도 없다. 여기에 복지국가로 ‘잘 알려졌던’ 스웨덴에서는, 기본적인 방역대책조차 세우지 않은 방역 당국 때문에 수천 명이 넘는 고령층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기도 했다. 

 

지난해 연말께, 다른 나라와는 달리 코로나 확진자 집계가 두 자리 수준으로 급감했던 일본의 수수께끼도 풀렸다. 새해 들어 무료 PCR 검사와 오미크론 대상 검사를 확대한 일본은 하루 수만 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오는 통에 맥을 못 추고 있다. 

 

앞서 살펴봤듯 선진국에서 국민의 희생을 담보로 벌인 이른바 ‘집단면역 실험’은 파탄 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K-방역’으로 알려진 한국에서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확진자, 사망자가 적으니 피해가 적다, 그나마 다행이라는 식의 논리가 있다. 그런데 사람의 목숨이 걸린 상황에서 피해자가 적고 많음을 따지며 마냥 좋아하는 것이 옳은 태도일까?

 

한국의 누적 확진자는 70만 명, 사망자도 5,600명이 넘었다. 이는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우리 방역 당국도, 방역대책이 잘못됐음을 인정부터 해야 한다.

 

그런데 전 세계의 혼란 속에서도 유독 ‘코로나 확진자, 사망자 0명’을 자랑하는 나라가 있다. 바로 북한이다. 북한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 대륙 곳곳을 휩쓴 지난 2년 동안 단 한 명의 확진자도 나오지 않았다고 자신한다. 

 

앞서 살펴봤듯 선진국에서도 적게는 하루 수만, 많게는 100만 명대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는데, 북한이 어떻게 확진자 0명이 가능하다는 것인지 언뜻 미심쩍고 아리송하게 느껴질 수 있을 듯하다. 그런데 이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공식 인정한 사실이다.

 

WHO에 따르면 북한의 2022년 1월 기준, 코로나19 누적 검사 수는 5만여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WHO 남·동아시아 사무소가 발표한 ‘코로나19 주간 상황 보고서’를 살펴보면 북한 보건성은 지난 1월 6일까지 주민 총 5만 1,336명을 상대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2021년 연말, 12월 24일부터 30일까지 북한 주민 7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 조사에서도 북한의 확진자 수는 0명이었다.

 

‘개인주의로는 안 된다’ 북한에서 강조하는 집단주의의 핵심은?

 

어떤 이들은 ‘북한의 말을 어떻게 믿을 수 있냐’라며 여전히 반신반의한다. 북한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직간접적인 증거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은, 주로 북한을 악마화하는 수구 적폐언론과 서방의 기준에서 왜곡된 측면이 크다.

 

하긴 정신 차리기 힘들 만큼 날마다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는 다른 국가들의 시선에선 공식 통계상으로도 ‘확진자 0’인 북한의 모습이 무척 이상하고 이해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에서는 어떻게 코로나 확진자 0명이라는 ‘기적’이 펼쳐졌을까

 

먼저 북한은 2020년 코로나 사태 초기부터 발 빠르게 국경을 완전 봉쇄하는 한편, 외부 물자 유입 등 코로나 바이러스가 들어올 만한 통로를 원천 차단했다. 그런데 알고 보면 북한 말고도 코로나 확진자 0인 ‘코로나19 청정국’이 몇 나라 더 있다. 모두 통가를 비롯해 바다 한 가운데에 있는 작은 섬나라다. 

 

코로나 사태 초기부터 국경을 봉쇄한 섬나라에서 확진자 0을 유지하는 것은 누구나 ‘그럴 수 있지’라며 별 의심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유독 똑같이 국경을 봉쇄한 북한에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건 편견이지 않을까 싶다.

 

북한은 올해 코로나 방역대책을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올해에도 국가사업의 제1순위로 놓고 강력히 전개해야 할 최중대사는 비상방역사업이다.”

-지난 1월 10일 북한 조선노동당기관지 노동신문의 사설 내용 중에서.

 

돌아보면 북한은, 2년 전 코로나19 바이러스 발생 초기부터 중국, 러시아 등 우방국을 비롯한 전 세계를 오가는 항공 편, 국제열차 운행을 모조리 멈춰 세웠다. 중국에서 들여오는 석유 같은 중요한 외부 물자 유입도 중단됐다. 당시 국내외에는 북한의 방역대책을 강압·비자유주의적이라며 비방하는 시선도 적잖았다.

 

현재는 분위기가 완전히 뒤집힌 양상이다. 그만큼 집단주의를 바탕으로 코로나 비상방역을 전개한 북한 당국의 판단이 주효했음이 드러나는 국면이 아닐까 싶다.

 

북한에서는 집단주의와 함께 집단주의적 인생관을 강조한다. 이와 관련해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한 북한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몇 가지 중요한 장면, 특이점이 있다.

 

지난 1월 1일,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새해맞이 공연에는 웃음꽃 핀 주민들로 북적인다. 이제 막 아장아장 걷기 시작한 어린아이부터, 청년, 중장년, 노년층까지 사회적 거리 제한도 없이 한 데 어울려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또한 지난해 전원회의부터 열병식에 이르기까지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개 자리에서 한결같이 마스크를 내린 장면이 사뭇 인상에 남는다. 이는 조선인민군을 통솔하는 최고사령관이자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과 안전이 북한 사회 집단의 힘으로 지켜진다는 뜻이다. ‘최고지도자의 영도’를 굉장히 중요시하는 북한 사회를 떠올려 볼 때, 코로나 바이러스를 ‘완전 제압’했다는 자신감과 당당함이 있지 않고서야 불가능한 일이다.

 

코로나 사태 초기였던 지난 2020년 3월 31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조선(북한)에서는 ‘코로나와의 투쟁’ 과정에 사회주의의 생활규범인 집단주의가 높이 발양되고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국가방역체계 안에서 이루어지는 지휘와 통제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이를 자각적으로 지키면서 주인의식을 높이고 연대감을 키우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6월 14일, 노동신문은 “서로 돕고 이끄는 기풍을 높이 발휘하는 것은 덕과 정으로 화목한 우리 사회의 국풍, 아름다운 미풍양속을 적극 살려나가기 위한 필수적 요구”라고 강조했다. 이 역시 집단주의를 강조한 것이다.

 

북한 주민은 태어나면서부터 평생토록 그 누구든 소조, 분조, 세포, 위원회 등 집단 조직에 속해 있다.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위원장을 중심으로 북한 사회가 한 집단으로 묶여있다는 점에서, 북한은 스스로 ‘사회주의 대가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 북한에는 지위 고하 막론하고 자신의 의견을 터놓는 총화를 통해 서로의 잘잘못을 비판하고 성과를 북돋는 문화가 정착돼 있다. 이런 집단주의 체제와 분위기에서 살아가는 특성상, 북한 사회는 지위 구분 없이 생사고락을 함께하자는 분위기가 강하다. 코로나 사태를 마주한 북한에서는 이러한 집단주의의 장점이 극대화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코로나 방역대책에서 엿볼 수 있는 핵심은 대다수 국민이 비상방역대책에 따른 일정한 희생을 감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북한 당국은 기존의 위생방역체계를 국가비상방역체계로 격상, 코로나 바이러스 봉쇄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과 접경지역인 함경북도를 비롯해 각 지역에 구역별로 설치된 편의봉사관리소에서 코로나 상황을 각별하게 관리, 만전에 만전을 기울이고 있다. 예를 들면 각 분조의 조장이 성원들의 건강을 살피고 시시때때로 편의봉사관리소에 알리는 식이다. 

 

또한 국가비상방역체계로 인해 북한 주민은 각 지역으로의 이동이 크게 제한되기도 한다. 이쯤 되면 각 주민들이 국가에서 심각한 감시, 간섭을 받는다는 불만이 커질 법도 하다. 실제로 미국, 유럽 같은 곳에서는 ‘마스크를 벗을 자유를 달라’, ‘코로나 바이러스는 가짜다’라며 총질과 차량 폭파가 난무하는 심각한 폭동이 각지에서 빗발쳤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미국이나 유럽에서처럼 폭동이 발생했다는 징후조차 찾아볼 수 없다. 이는 북한의 집단주의가 나라와 집단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나’를 희생할 수 있다는 헌신, 희생정신에 그 핵심을 두고 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집단주의를 상징하는 다른 말로는 ‘일심단결’이라는 표현이 있다. 북한은 “수령, 당, 대중이 위대한 사상과 뜨거운 정으로 굳게 뭉쳐진 일심단결은 억만금에도 비길 수 없는 가장 큰 재부”라고 강조한다.

 

이를 봐도 개인주의, 자유주의가 만연한 서방과 집단주의·일심단결에 중점을 둔 북한의 차이가 두드러진다.

 

집단주의 체제, 정서가 코로나 방역에 탁월하다는 점은 중국에서 확진자 수가 급감한 장면을 봐도 짐작할 수 있다. 북한과 중국이 사회주의·집단주의라는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양국의 방역 성공이 뜻하는 바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 사태, 제재 속 경제성장까지? 북한의 불가사의한 힘

 

북한이 코로나 사태를 이겨내고 있음을 보여주는 뚜렷한 징표가 있다. 바로 경제성장이다. 혹심한 제재와 코로나 사태를 뚫고 평양시 1만 세대 살림집 건설은 막바지에 이르렀고, 삼지연시 3단계 꾸리기 같은 굵직한 공사도 끝마쳤다.

 

북한이 코로나 사태를 큰 무리 없이 이겨내고 있다는 또 다른 징표는 열병식, 무기현대화다. 북한이 최근 공개한 극초음속미사일, 철도기동미사일을 비롯한 최신무기는 북한이 코로나 방역 이외에도 무기 개발을 추진할 여력이 있음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개인주의와 자유주의에 밑바탕을 둔 나라들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마냥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오는 사회 혼란을 감당하기에도 정신이 없어 보인다. 코로나 사태 속 개인주의, 자유주의를 선택한 체제에서는 극심한 피해를 보는 사람들과 막대한 이득을 보는 극소수로 나뉜다. 양극화 속에서 극소수인 1%는 막대한 부를 거머쥔 반면, 99% 대다수는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막대한 재난지원금을 지급했지만 정작 경제성장·회복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미국 국민이 그동안 진 빚을 갚기에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미국이 뾰족한 대책 없이 달러를 마구 푼 탓에 조만간 공황이 닥칠 것이라는 불길한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국민 개개인에게 돈 몇 푼 쥐어주고 ‘알아서 살아남아라’라는 식의 천박한 개인주의, 자본주의에 찌든 미국답다고 해야 할까.

 

한국은 미국을 비롯한 서구 선진국보다는 방역 상황이 비교적 낫다. 그렇지만 북한과 비교해보면 최근 하루 확진자만 수천 명대에 이르는 심각한 상황이다. 한국에는 국민이 ‘서로가 서로에게 피해를 끼치지 말자’며 주의하자는 집단주의, 공동체주의 문화가 있다. 그래서 다른 나라에 비해 확진자가 적은 측면도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개인주의도 강하다. ‘왜 나만 이렇게 피해를 봐야 하냐’라며 자신의 피해에만 집중하는 분위기가 짙다. 

 

여기에는 정부가 자영업자, 소상공인의 절규에도 제대로 지원조차 하지 않고 ‘이 정도면 괜찮지 않냐’라며 생색을 내는 배경도 있다. 이렇듯 한국은 개인주의와 집단주의 사이에서 일관된 방역대책을 세우지 못하며 우왕좌왕, 갈팡질팡하고 있다.

 

미국과 한국만 기준으로 놓고 본다면 코로나 사태를 안정되게 관리하고 이겨내는 북한을 보며 기상천외, 불가사의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을 듯하다. 어쩌면 국민이 희생되든 말든 코로나 사태가 잦아들기만 무작정 기다리는 것은 아닐지, 이제라도 개인주의 사회의 자화상을 솔직히 돌아봐야 할 때다.

 

물론 국민 개개인을 대상으로 한 백신 확보와 접종은 중요하다. 하지만 북한의 사례는, 개개인을 향한 백신에 앞서 집단 중심 사회의 책무 또한 중요함을 생각하게 해준다.

 

그런데 최근 들어 2년째 ‘나라의 문을 통째로 걸어 잠그는 방역대책’을 고수해왔던 북한의 코로나 방역대책에 일정한 변화가 감지돼 눈길을 잡아끈다.

 

노동신문은 지난 1월 10일 사설에서 “지금까지 비상방역장벽을 든든히 쌓은 데 토대해 통제위주 방역으로부터 발전된 선진적 방역, 인민적 방역으로 이행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를 볼 때 북한은 집단주의로 코로나 사태를 정면돌파한 긍정적 경험을 바탕으로, 방역대책 전환을 준비하고 있는 듯하다. 예를 들어 북중 신의주-단둥 국경에서 물자가 오간다는 소식, 북중 무역 재개가 머지않았다는 보도가 나오는 것도 북한의 전환된 방역대책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서방은 뒤늦게야 항공 편, 기차 편 등 온 나라의 빗장을 걸어 잠그는 등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집단주의의 힘으로 코로나 방역에 성공한 북한이 앞으로 대외활동에 활발히 나선다면 그동안 북한을 악마화해온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표정은 과연 어떨까? 몹시 궁금하다.

 

북한은 올해에도 김정은 위원장을 중심으로 열띤 코로나 박멸투쟁에 떨쳐나설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집단주의·일심단결로 일컬어지는 북한의 방역대책을 꾸준히, 있는 그대로 주시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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