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지난 다음 날(7월 21일), 두 사람의 여섯 번째 통화에서 김건희씨는 이 기자의 '내면'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손금에 환멸선이 딱 떴어요" 원격 관상과 손금 풀이
김 "내가 봤을 때는 우리 명수씨가 여자 복이 없어요."
이 "하하... 딩동댕."
김 "그래서 되게 외로운 삶이거든? 생각보다, 사실 얼굴 보고 놀랐는데, 되게 웃긴 사람이야. 왜 웃기냐고 하면 되게 외로운 사람인데, 우리 둘만의 비밀이야? 명수씨가 지금 어떤 약간의 환멸을 느끼고 있어. 내가 말하면 맞을 거야. 자기 속을 아주 깊이 들어보라고. 어딘가 자기 현실에 환멸을 느끼고 있는 부분이 있어요. 그리고 이직을 할 생각도 진짜 많아. 이직. 이건 아무도 모르는 건데, 난 내면을 이야기하는 거야."
'이 기자의 운명'에 대한 김씨의 발언은 한참 이어졌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차라리 군인이나 경찰 하라는 게, 그런 촉도 있으면서 기자가 자기한테는 작아, 이 사람한테는. 자기가 이걸 하면서 절대 만족스럽지가 않아, 절대로. 그래서 기자를 나는 운명상 오래 못한다고 생각하면 돼. 기자에 목숨 걸지 말아요."
"(이 기자는) 진보진영과 본질적으로 안 맞는다 보시면 돼요. 이거는 내 말이 맞아요. 아주 오랫동안은 동지가 안 돼요. 잠깐은 갈 수 있지만. 본인은 원래 국정원이나 첩보 있죠? 정보 빼내는 차라리 큰 게 맞아요."
"근데 봐봐요. 손금을 보면 <서울의소리>는 오래 못 있어요. 이직할 운이 보여요. 그건 맞을 거예요? 운명적으로 그렇게 돼 있어요."
김씨의 발언은 점점 더 구체적이었다.
"차라리 보수 쪽이 맞아요. 군인, 국정원, 경찰. 이쪽에서도 옛날 같았으면 박정희 시절에 태어났으면, 본인은 대검 공안부, 공안수사부, 이런 데서 빨갱이 잡을 사람이야."
"그럼 내가 더 솔직히 말할까요? 본인이 돈 때문에 고통받고 있어요. 약간 맞을 거예요. 돈에 대한 애로사항이 있는데, 지금의 거기 자리에서는 본인이 돈이 안 나와요. 월급을 당연히 받겠지. 월급이 뭐 정확히 나오는지 아닌지 잘 모르겠어. 근데 본인이 만족이 끝은 없겠지만, 명수씨가 돈에 욕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에요. (중략) 의리가 있는 사람이란 말이야. 의리로 여기까지 온 거지, 사실은 불만은 많았어요. 돈 때문에도. 내가 봤을 땐 그래. 지금은 그게 좀 불만을 넘어선 상태에요. 뭣 때문인진 모르지만, 손금에 환멸 선이 딱 떴어요."
"나는 거기(서울의소리) 이미 내년에 옮기던, 지금 옮기던 이미 옮겼다고 봐요. 거기는 마음을 많이 두지 마요. 빨리 다른 데 알아봐요. 오래 못 있을 건데, 거기서 일을 이어가는 게 의미가 없어. 내 말 두고 봐. 내가 말 맞아."
약 30분간 이어지던 김씨의 운명론은 이후 점점 초점이 바뀌었다. '우리를 도와달라'였다.
"몰래 우리 자문해라. 몰래 자문."
"한번 와서 몇 명한테 캠프 구성할 때 와서 강의 좀 해주면 안 돼? 캠프 정리 좀 해주면 안 돼?"
"와서 명수씨가 좀 해주라. 조직표도 짜주고, 현장 나가선 어떻게 하고, 에티튜드(태도)가 어떻고, 맘 같아선 총사령관 시키고 싶구만, 내 맘 같아서는 진짜."
이후로도 통화는 한참을 이어졌다. "통화는 다 비밀, 약속 지켜요"라는 김씨의 말로 끝난 이날의 통화 시간은 1시간39분50초였다. 6개월간 50여 차례 총 7시간51분 두 사람의 통화 중 이날 통화가 가장 길었다.
김씨 발언에 어른거리는 무속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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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경력 부풀리기" 의혹에 대한 사과 입장을 밝힌 후 당사를 나서고 있다. |
ⓒ 공동취재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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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씨가 정말 관상과 손금을 보는 능력이 있는지, "웬만한 무당보다" 더 잘 맞히는지, 확인할 길은 없다. 단순 "재미"였을 수도 있고, 상대 진영에 있다고 생각되는 인물을 포섭하기 위한 속임수였을 수도 있고, 낯선 인물과의 관계 형성을 위한 그만의 대화 방식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7시간51분 통화 녹취록을 검토하다 보면 무속의 영향으로 의심되는 발언을 김씨는 여러 차례 한다.
"관상 보면 몰라? 관상이 벌써 사람들이 맑지가 않잖아." (9월 8일 통화. 어머니 최은순씨와 긴 시간 분쟁중인 사람들을 비난하며)
"우린 무속인 안 만나. 내가 더 세기 때문에. 솔직히 내가 더 잘 알지 무슨 무속인을 만나." (10월 2일 통화. 손바닥 王자 논란을 해명하며)
"배가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은, 명이 길지가 않아요. 조심해야 돼." (10월 15일 통화. 어머니 최은순씨와 긴 시간 분쟁중인 A씨를 비난하며)
"(B씨가) 무당. 거기한테 점 물어봐. 무당이야. (중략) 그거 몰랐어?" (12월 9일 통화. 오랜 기간 분쟁중인 B씨를 비난하며)
"그렇게 하는 거는 남의 자식한테 하는 거는 업을 짓는 거야. 업이 되게 무서운 거거든? (중략) 하나님한테 벌 받아. 하나님이건 누구나 이 세상을 주관하는 신이 있다니까. 그걸 무섭게 생각해야 해." (12월 9일 통화. A씨를 비난하며)
"홍준표도 굿 했어요?" - "그럼" - "유승민도?" -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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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0월 31일 저녁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자 제10차 합동토론회 모습. 왼쪽부터 원희룡, 윤석열, 유승민, 홍준표 당시 대선 경선 후보의 모습니다. |
ⓒ 국회사진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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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김건희씨는 자신의 무속 연루설을 강하게 부인한다. 10월 13일 통화에서 김씨는 자신을 둘러싼 무속 의혹을 부인하며 오히려 당시 당내 경쟁자였던 홍준표와 유승민 의원을 끌어들였다.
김 : "나는 오히려 다른 후보들은 굿 같은 거 많이 하는 거 다 알거든요. 우린 단 한 번도 굿을 안했어요."
이 : "다 다른 후보들 굿 했어요? 누가?"
김 : "많이 했지. 내가 다 알지."
이 : "그럼 알려줘 누나."
김 : "내가 열 받으면 다 터트리려고 하는데, 아유 됐어요."
이 : "알려주라. 누나, 이건 디게 재밌겠다. 좀 알려주라."
김 : "이 바닥에선 누가 굿하고 나한테 다 보고 다 들어와. 누가 점 보러 가고 이런 거. 나한테 점집을 간 적이 없거든. 나는 다 설이지. 증거 가져오라고 그래. 난 없어 실제."
이 : "홍준표도 굿 했어요? 그러면?"
김 : "그럼."
이 : "유승민도?"
김 : "그럼."
이렇게 자신의 무속 의혹을 부인하며, 오히려 경쟁 상대의 무속 연루설을 주장하던 김건희씨는 바로 이렇게 말했다.
김 : "난 내가 점을 보지 누구한테 점을 안 봐. 동생 몰라? 나 좀 잘 맞추는 거 같지 않아? 내가 누구한테 점을 봐. 난 점쟁이를 봐도 내가 점쟁이 점을 쳐준다니까, 내가 모른 척 하고 있다가? (중략) 난 그렇게 신 받은 사람은 아니지만, 난 그런 게 통찰력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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